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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국가책임제 환영하지만.." 실현 가능성엔 의문
"치매 국가책임제 환영하지만.." 실현 가능성엔 의문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7.06.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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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재원·전문인력·도덕적해이 등 문제 지적…6월 말 세부계획 밝히겠다는 복지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치매 국가책임제’의 실현 가능성을 두고 우려와 고민이 깊다.

의료계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해 당장 치매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늘어나는 치매 인구로 인한 재원과 전문 인력 부족, 도덕적 해이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정부는 뚜렷한 해답 대신, 오는 6월 말 구체적 계획을 발표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과 한국치매협회는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1차 치매 국가책임제 추진전략 포럼 ‘치매 희망을 쏘다’를 개최하고, 정책 추진을 위한 제언을 모았다. 

치매 환자 진료와 관련 연구를 오래 해온 이날 의료계 패널들은 “환영할만한 정책”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우려되는 시나리오가 있다”며 문제점 몇 가지를 짚었다. 

본임 부담 상한제, 재원은 어떻게? 

문재인 정부는 노인장기요양보험 본인부담 상한제를 도입해 치매 본인부담금을 10%로 낮춘다는 세부 공약을 걸었다. 비용 부담이 큰 치매 환자 가족에게는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전문가들은 재원 마련과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박건우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교수는 “현재 희귀난치성 질환도 산정특례제도를 통해 환자는 진료비의 10%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치매 인구는 희귀난치병 인구보다 훨씬 많다”며 “제도 시행의 시작은 쉬울 수 있지만, 점점 더 늘어나는 치매 환자로 인한 재정 압밖은 어떻게 돌파하려는제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더 큰 문제는 간병비 부담”이라며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으로 나눠져 있어서 치매 환자가 폐렴에 걸려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지원받지 못한다. 요양기관에 따라 달리 수가가 책정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치매환자 1인당 연간 평균 2000만원의 치료비용이 든다고 가정하면 1인당 연간 18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 전체 환자 72만명에 적용하면 12조 9600억원의 국가 재정이 소요되며, 치매환자가 27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2050년에는 연간 48조 60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임현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치매는 유병기간이 긴 병으로 정책 또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돼야 한다”면서 “본인 부담 상한제를 치매 환자에 적용한다면 건강보험 재정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나아가 국가 재정에 상당한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제도 시행에 있어 치매 진단의 남용, 요양시설의 무분별한 증설, 환자 유인행위 등의 도덕적 해이 현상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임 교수는 “의료적 측면에서 치매 혜택을 받기 위해 진단의 남용이 이뤄지거나 실제 치매가 아닌 경도인지장애까지 치매로 포함해 새로운 환자가 막대하게 늘어날 수 있다. 또 검증되지 않은 요양원이나 요양병원 등의 무분별한 증설로 인해 국가 재정 누수 현상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철저한 임상적 검증을 통과한 환자의 산정 특례적용이 검토되는 것이 바람직”이라며 “치매 환자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다분하므로 점진적이고도 단계적인 시행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토론을 주재한 주진형 강원대병원장은 “결국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 부담을 나누는 형태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치매 관련 인력, 기관의 전문성 부재 

지역 치매안심센터의 기능은 지역사회의 치매치료 인프라와 서비스를 치매 환자와 가족이 적절히 이용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현재 전국 47개소인 치매안심센터를 전국 모든 시군구에 252개로 배치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급작스럽게 많은 센터를 확충하면 그 전문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박건우 교수는 “지역 치매안심센터가 지역사회 내에서 인프라를 리드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라는 권위를 가져야 한다”며 “갑자기 너무 많은 센터를 확충하려는 시도가 자칫 각 센터의 전문성을 손상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치매안심센터의 필요성을 알지만 여태 늘리지 못했던 이유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치매 전문 종사자에 대한 적절한 대우 없이는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치매환자를 잘 보는 의사, 요양병원 등을 위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매 예방도 중요…국가 차원의 치매 치료 R&D 투자있어야

정지향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는 초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의 조기발견과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치매환자 수가 72만명, 고위험군인 경도인지장애환자는 180만명으로 추산된다. 경도인지장애환자가 치매환자로 넘어가는 것을 2년만 지연시켜도 사회·경제적으로 치매 관련 버든을 20% 줄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경도인지장애환자가 치매로 넘어가는 2차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이를 위해서는 근거 중심의 치매 예방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약물뿐만 아니라 비약물치료로서 운동, 영양, 인지중재치료 등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며 관련해 집중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우 교수 역시 “치매는 치료된다는 희망을 갖기 위해서는 치매치료에 대한 R&D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세부 추진방안 마련하는 과정…6월 말 발표하겠다”

이재용 과장

이재용 보건복지부 노인정책과장은 “전문가 단체에서 제기하는 지적과 제안을 반영해, 오는 6월 말 치매국가책임제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발표하겠다”며 “세부 추진방안은 마련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말씀드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치매는 다른 질병과 다르기 때문에 특별하게 국가가 좀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인프라를 만들어 보살필 필요가 있다”며 “올해 안에 전국 시군구에 205개의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국가가 설치비용의 80%를 부담하고 지자체는 20%, 약 1억5000만원만 부담하면 된다”며 “치매안심센터 설치에 미온적인 지자체가 있다면 치매 관리에 대한 국민의 열망과 기대를 저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올해까지 전국에 센터를 마련하고 실제 지역주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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