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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항생제 처방 가감지급 확대 및 절대평가 도입
의원 항생제 처방 가감지급 확대 및 절대평가 도입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6.13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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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은 의문…항생제 처방 안하면 병원 발 끊는 문화부터 개선해야

의원급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률 감소를 위한 현행 가감지급사업의 실효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 가감지급 확대와 절대평가로 평가방식 개선 등이 추진되지만 효과에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8월 국가항생제내성관리대책(2016-2020)을 수립한 후 현 항생제 처방률로부터 50% 감소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김승택)은 12일(월) 오후 1시 서울사무소 지하 강당에서 ‘항생제 적정사용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제39회 심평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지애 심평원 약제정책연구팀 부연구위원은 “현행 가감지급 사업은 항생제 처방 감소를 위한 의원의 처방행태 변화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감지급사업의 실효성이 미흡한 원인으로는 “항생제 처방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고, 자발적 동기부여를 침해한다는 의료계의 반감이 심하며, 적정처방에 대한 진료지침과 같은 의료계의 전반적인 컨센서스도 부재하며, 가감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의 까다로움으로 인해 가감을 수령하는 기관수도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심평원 분석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1년도 약제 적정성 평가 도입 이후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은 73.6%에서 2016년 42.85%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근 5년 간 처방률은 42%에서 45%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감소세가 정체된 상황이고 심지어 항생제 처방률이 70%가 넘는 의료기관도 1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평원이 지난 2013년 하반기부터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질과 비용을 포함해 가감지급사업을 포괄해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한 항생제 처방률 하락 효과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행 가감지급사업 모형은 지급 대상기관수와 금액이 적어 체감효과가 낮아 항생제 적정처방 유도효과가 미약하고, 인센티브 수령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대평가방식으로 인해 동기부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심평원은 IOM, CMS, DHHS, RAND 및 다수의 학자들의 권고사항에 따라 사전에 정의된 절대 목표치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하고 인센티브 수령의 불확실성을 감소하기 위해 절대평가로 전환하며 충분한 크기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인센티브 대상 기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감지급 모형 개선을 추진한다.

슬라이딩 스케일은 과거년도 지표값의 분위수를 이용하여 이에 상응하는 지표값을 평가기간의 성취목표치와 성취기준치를 정한 후 성취점수와 향상점수를 산출하여 이 중 높은 점수를 취득점수로 선택하는 인센티브 배분 방식을 말한다.

김 위원은 “앞으로 가감지급사업의 실효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보다 많은 의료공급자가 참여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항생제 오남용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항생제 관리 지표 확대 및 추가 지표를 개발하고, 가감지급사업 결과를 공개해 의원들이 과대한 처방을 좀 더 경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결과공개는 공개대상기관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법률검토가 필요하고 이해당사자들의 동의와 수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가감지급사업에 대한 정기적인 효과 평가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을 유도하고, 축적된 데이터를 근거로 의료제공자의 참여와 반응을 가져올 수 있는 모형을 설계하며, 의료제공자의 내적동기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연화 평가실 평가2부장은 “현재 상대평가로 대상기간의 1.5% 미만이 가감지급 대상이며 지급률은 1%에 불과하다”면서 “내년부터 절대평가방식(사전 목표치 제시)을 도입하고 가감 대상기관수 및 지급률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병원급의 경우도 급성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이 지난해 46.69%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가감지급 도입을 검토할 것이며 전문인력의 항생제 관리활동을 적극 권장할 필요가 있고 종합병원급 이상은 질향상지원금과 연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관계자들은 항생제 처방률 감소를 위한 가감지급사업의 실효성에 의문을 나타내며 항생제 적정사용과 관련한 사회적 인식 개선이 우선이라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항생제 적정사용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다만 우려되는 건 최근 ‘안아키’ 사건에서 보듯이 항생제와 백신을 무조건 맞지 말아야 한다는 잘못된 흐름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관에서 항생제를 쓰지 않고 싶어도 쓰는 건 환자 수에 따라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 때문”이라면서 “당장 소아환자의 경우 항생제를 쓰지 않으면 다시는 그 병원을 찾지 않는 게 지금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지금도 젊은 환자들은 잘 안그러는데 어르신들의 경우 감기에 엉덩이 주사를 놓지 않으면 화내는 분들도 계신다”면서 “항생제 적정사용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의료문화를 바꿔야 하며 의협도 적극 홍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감염학회 엄중식 학술위원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항생제 처방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운 만큼 기본적인 진료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결국 현재 인건비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감염예방을 위한 수가나 가감지급에 따른 인센티브 확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한소아감염학회 은병욱 위원은 “상기도감염 항생제 처방률 70%가 넘는 곳도 있는데 잘못된 원칙과 소신 때문이다. 사실 의사 교육 과정에 항생제 적정사용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포함돼있지 않은 게 문제”라면서 “가감지급에만 치중할 게 아니라 제대로 된 교육환경 조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이재란 보험평가과장은 “정부종합대책을 수립했지만 사실 이를 통한 즉각적인 해결은 어렵고 의료계, 소비자단체, 언론 등 민간차원의 협업이 더 중요하다”면서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의료기관은 환자인식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국가나 소비자단체가 적극 나서야 하고 의료계 내 자정 움직임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 발표된 가감지급사업 개선안이 당장 처방률 하락에 효과를 나타내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그보다는 우선 가감지급이 의료인들이 처방 시 한번 더 생각하는 기전이 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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