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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 만나는 `숲길'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푸른 바다 만나는 `숲길'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 의사신문
  • 승인 2017.05.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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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9〉 `부산갈맷길'

수평선과 해안절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길

갈맷길은 부산의 시조인 `갈매기'와 `길'의 합성어로 시민공모를 통해 만들어진 예쁜 이름이다. `갈매'는 순수 우리말로 `깊은 바다'를 뜻하기도 한다. 해안길, 강변길, 숲길, 도심길로 구성된 총 21개의 코스로 총 연장이 무려 302km에 이른다. 6개의 해안길 중에 경치가 아름다운 광안리에서 오륙도 구간을 걸어보기로 했다. 2코스 중에도 이기대 해안길은 멋진 해안절경이 펼쳐지는 소문난 명소이다.

■백사장 모래 위에 펼쳐진 풍광이 아름다운 광안리 해수욕장
벌써 봄은 지나고 여름이 온 듯한 날씨에 KTX 창밖의 풍경도 푸른 초록으로 갈아입었다. 지하철을 갈아타고 오늘의 시작점인 광안역에 도착해서 보니 오늘부터 광안리 어방축제란다. 예로부터 어로활동이 활발했던 이곳의 전통을 이어받아 광안리 해변의 테마거리와 활어축제가 어우러진 축제이다. 수 백개의 연등으로 만들어진 터널을 지나면서 보니 연등마다 가족들의 소중한 소망들이 적혀있다.  

길을 걸으며보니 바위에는 새우, 해마, 게, 소라들이 숨어있고 나무에는 물고기들이 매달려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아직은 오전이라 한적한 해변 백사장에 연인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아마 행복한 속삭임을 주고받으며 예쁜 사랑을 무럭무럭 키우고 있나 보다. 바다 위에 떠있는 듯한 광안대교를 양 쪽에서 지지하고 있는 기둥의 모습이 대견하다. 길가에는 아이들의 조그만 신발 세 쌍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모래사장에서 세상모르고 즐겁게 뛰놀고 있는 꼬마친구들이 바로 주인이다.

해수욕장을 벗어나 코너를 돌아서니 곧게 뻗은 포장길이 우리를 맞아준다. 자전거 도로와 나란히 걷는 길이 잘 정비된 길이다. 길 옆 벽에는 이곳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그림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처음 들어보는 민속놀이인데도 길게 이어지는 그림으로 보니 이해가 빠르다. 조그만 공원 동산에는 이곳 수영의 마스코트인 수아와 영이가 나란히 손잡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인사한다. 화단에는 울긋불긋 솔잎 채송화가 만개해 있고 길가에는 아주 작은 별꽃들이 밤하늘의 별처럼 피어있다.

■기암절벽과 어우러진 해안 절경을 따라 걷는 이기대 해안길
이기대 공원입구에서 뱃속 시계의 알림에 따라 숯불갈비와 냉면으로 배를 채워본다. 언덕을 올라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을 상세히 공부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이기대(二妓臺)라는 명칭은 두 기생의 무덤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이다. 임진왜란 때에 수영성을 함락시키고 축하연을 열고 있던 왜장을 끌어안고 바다에 투신한 의로운 기녀를 기리는 곳이란다. 군사작전 지역으로 통제를 해오다가 1993년부터 개방되어 터벅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길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이는 광안대교와 빌딩 숲의 풍광이 푸른 바다와 함께 정말 잘 어울린다. 반대편으로는 이제부터 걸을 해안길의 풍광이 더 멋있게 펼쳐져있다. 잘 정비된 나무데크와 구름다리로 이어진 길 위를 걷는 행복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멀리 바위 위에는 물고기와 기다림의 사투를 벌이는 낚시꾼들의 모습도 보인다. 흔들리는 출렁다리를 건너는 어른들도 모두 동심으로 돌아간 해맑은 모습이다. 바위에 부딪쳐 산산이 조각나는 파도들의 울음소리와 어우러진 갈매기들의 합창이 메아리쳐온다.

푸른 나무들이 만들어준 숲길을 따라 이름 모를 봄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넓은 바위들 위로는 수천만 년 전에 살았던 공룡의 발자국들이 남아있단다. 이곳으로 현장학습을 나온 중학생들은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진지한 표정이다. 치마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가지며 끝이 없는 수평선을 바라본다. 마지막 명소인 농바위는 2개의 바위가 떨어질 듯 얹혀져 있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조아리게 한다. 

멀리 오륙도 섬이 보이는 해맞이 공원까지 4시간, 2만여 보의 걷기 일정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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