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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의료, 준비되지 않은 법집행 대신 시범사업 먼저 이루어져야"
"연명의료, 준비되지 않은 법집행 대신 시범사업 먼저 이루어져야"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7.04.2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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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13개 학술단체, 공동성명 통해 "제도 정착까지 처벌조항 유예" 주장

말기 및 임종과정 환자들이 편하게 돌아가시는 것을 돕기 위해 제정된 ‘연명의료결정법’이 당초 입법취지와는 반대로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 13개 관련 학술단체(이하 13개 학술단체)들이 공동성명과 함께 이의 개선을 요구, 귀추가 주목된다.

13개 학술단체들은 “우리나라는 매년 20만여명의 환자가 만성 질환으로 임종하는데 임종과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연명의료를 중단 혹은 유보할지는 큰 사회적 문제”라며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를 환자, 가족, 의료진이 상의하여 연명의료를 결정해 오던 진료관행을 어렵게 하는 비윤리적인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3개 학술단체들은 “연명의료를 유보하고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선택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는 행정절차는 개선되어야 하며 준비되지 않은 법집행으로 야기될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범사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하고 제도 정착까지 처벌조항은 유예되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13개 학술단체들은 “무엇보다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명확한 행정지침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 중 호스피스-완화의료는 오는 8월4일부터, 연명의료결정은 내년(2018년) 2월4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13개 학술단체들은 “보건복지부는 세부내용을 규정한 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이하 하위법령)을 3월23일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진료현장에 적용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는 상태다.

13개 학술단체들은 “연명의료결정의 대부분은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어 가족과 의료진이 상의하여 이루어진다. 이런 현실과 선진국의 입법사례를 고려하여 ‘2명 이상의 일치하는 진술이 있으면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 이를 환자의 의사로 본다’는 점을 법에서도 명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근거한 연명의료결정과 이행에 대한 세부지침이 하위법령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정부는 이에 대한 명확한 행정지침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또 13개 학술단체들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에서 요구하는 심폐소생술, 정부 가이드라인의 심폐소생술금지 (DNR, do-not-resuscitate) 규정 등과 연명의료결정법과의 관계에 대하여 명확한 행정해석이 요구되며 비윤리적인 규제는 철폐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에 직접 서명 또는 기명날인할 수 없는 경우, 참관인의 입회하에 녹취하여 기록하고 관리기관에 통보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곧 임종할 것 같으니, 인공호흡기를 원하는지?” 녹음기를 갖다 대고 진술을 받아 녹취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법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함이라는 취지를 벗어나 오히려 환자에게 일종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며 환자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이러한 절차는 폐지되고 의무기록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13개 학술단체들은 특히 “담당의사의 자격 제한은 진료의 흐름을 왜곡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생가능성이 없다는 의료적 판단은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이 하도록 되어있다.
모법에서 담당의사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제2조), 하위법령에서 전공의는 의료법에 근거한 의사 자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담당의사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담당의사 자격에서 전공의를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적기에 환자를 위한 최선의 판단과 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될 수 있고 이는 연명의료 유보 혹은 중단에 관한 환자의 결정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개 학술단체들은 이외에도 △호스피스-완화의료 기준은 진료 및 돌봄의 질이 보장되게 제정되어야 한다 △가족과 대리인의 역할을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과도한 법정서식과 처벌규정은 의료진의 질적인 환자 돌봄을 방해할 뿐 아니라 입법 취지와 반대로 의료인들의 임종기 판단을 지연시키고 연명의료가 조장되거나 지속되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편, 13개 학술단체들은 대한가정의학회를 비롯 대한간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내과학회, 대한심장학회, 대한암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한국의료윤리학회, 한국임상암학회, 한국정신종양학회,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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