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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시각 속 `IBM 왓슨' 도입 병원 증가 일로한국 의료계, 인공지능 도입에 앞장서다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4.17 12:59

길병원 등 5개 병원 왓슨 도입·서울아산 등 직접 개발 나서
생명윤리·법·사회적 문제점 및 의료적 활용 한계 대비해야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의 대국으로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형병원들이 AI 닥터 도입에 앞장서고 있어 주목된다. 

전통적인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대형병원들이 저수가체제와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인해 그렇잖아도 끝없는 환자유치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까지 휘몰아쳐 AI 도입에 앞장서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왓슨이 학습한 데이터양은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의학저널 290종, 생체정보 2억 명, 기관정보 8500여 개, 환자정보 1억 명, 의료 이미지 300억 장, 의학논문 초록 120만 편, 제약 특허 400만 건 이상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먼저 AI 도입 스타트를 끊은 곳은 가천대길병원. 길병원은 지난해 8월부터 IBM이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 도입을 결정하고 이듬해 1월에 국내 최초로 왓슨을 도입했다. 이후 부산대병원이 `왓슨 포 온콜로지'와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를 도입한 데 이어 건양대병원도 중부권 최초로 지난 4월 1일부터 왓슨을 암 환자 진료에 적용하기로 했다. 계명대 동산병원도 IBM과 4월 17일부터 2년간 왓슨 사용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최근 왓슨을 도입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국내 의료기관에 AI가 첫 도입된 이후 4월까지 5대의 왓슨이 가동하는 것이다. IBM에 따르면 왓슨 포 온콜로지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도입한 국가는 중국(50개), 인도(16개), 한국(5개), 미국(4개), 네덜란드(1개) 순으로 우리나라는 도입 3개월 만에 미국을 제치고 세계에서 3번째로 도입 대수가 많은 국가가 됐다. 민간병원뿐만 아니라 공공병원인 중앙보훈병원도 왓슨 온콜로지를 도입하겠다고 최근 선언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다. IBM도 왓슨의 국내 도입을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주로 지방 소재 대학병원들이 인공지능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신기술을 통해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동시에 `빅5'로 대변되는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 및 환자이탈을 막기 위한 차별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렇다고 첨단의료장비 도입에 누구보다 앞장서왔던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AI 도입에 마냥 무관심한 것은 아니다. 일부 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우 자체 AI 프로그램 개발까지 착수한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은 `인공지능 의료영상사업단'을 지난 1월 18일 발족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영상 처리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원하는 `폐·간·심장질환 영상판독 지원을 위한 인공지능 원천기술 개발 및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연계 상용화' 책임 연구기관으로 선정됨에 따른 것이며 분당서울대병원과 KAIST, 울산대학교 등도 이 사업에 참여 중이다. 더해 아산병원은 카카오가 진행한 각계 전문가 50여 명으로 구성된 딥러닝 연구그룹 `초지능 연구센터'를 지원하는 산학협력 협약에도 서울대와 KAIST 등과 함께 참여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3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등 국내 IT기업 10개 업체와 `한국형 디지털 헬스케어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다. 디지털 헬스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이들 업체들은 연세의료원과 의료분야 빅데이터를 활용한 아토피와 심혈관, 당뇨, 천식 등 주요 질환의 진단·예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한국형 의료분야 인공지능'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성모병원도 지난해 7월 미국 스탠퍼드 의대와 AI를 이용한 방사선 암 치료 기술 개발 연구 협약을 체결하고 최근에는 AI 기술 확보를 위한 이미징 바이오뱅크를 설립한 바 있으며, 분당서울대병원은 차세대 의료정보 시스템(HIS) 개발에 착수해 AI 기술과 접목할 예정이다.

서울대 치과병원은 치과용 엑스레이 정보를 분석해 발견이 어려운 치주 질환을 알려주는 솔루션을 올해 안에 상용화할 예정이며 분당차병원도 AI 재활프로그램을 한컴그룹과 공동개발하기로 했고 아주대병원는 AI 기술을 활용한 중환자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으며 국군의무사령부도 빅데이터 기반 임상지원정보시스템을 개발하기로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따라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3월 30일 `의료, 4차 산업혁명을 만나다'를 주제로 `제10회 병원의료정보화 발전 포럼'을 개최하고 인공지능, 로봇기술, 정보통신기술(ICT) 등의 융합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의료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하고 의료 환경에 최초로 접목된 인공지능 `왓슨'의 적용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보건복지부 후원과 보건산업진흥원, 충청북도 주관으로 최근 개최돼 전 세계 45개국 650여개 바이오기업이 참여한 `바이오코리아(BIO KOREA) 2017'에서도 AI는 핵심주제로 다뤄졌고, 앞서 열린 국내최대 의료기기 전시회 `KIMES 2017'에서도 AI 기술이 대거 전시되는 동시에 관련 세미나들도 열려 큰 관심을 받았다.

의원급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의 경우 향후 전문 업체에서 수요에 맞게 개발한 AI 프로그램이 대한의사협회 등을 통해 보급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고려대 KU-MAGIC 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9월 SK(주) C&C와 왓슨 기반의 `에이브릴(Aibril) 감염병 진단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의원급과 중소병원에 보급하기로 했다. 에이브릴은 SK(주) C&C가 국내에 론칭한 IBM 왓슨의 명칭으로 양 기관은 AI 및 클라우드 전문가, 의료 전문가 등으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우선 메르스와 사스, 지카 등 바이러스에 대한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상용화되면 의료진은 감염병 의심환자 발생 시 PC나 스마트폰 등으로 증상을 입력하면 예상 감염병 및 치료법을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유사한 감염병 상황과 국내 상황을 비교해 취해야 할 조치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 열풍 속에 의료계뿐만 아니라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보건의료기관들도 AI에 관심을 보이며 지원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단일 보험자 체제에서 공단이 보유한 5000만 전 국민의 진료내역, 건강검진결과와 심평원이 보유한 청구명세서 정보 등으로 데이터베이스화(DB)한 의료 관련 빅데이터 건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방대함을 자랑하고 있어 이를 AI에 접목시켜 국내 의료 분야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큰 상황이다.

이에 복지부는 최근 인공지능, 유전체 기술 등 미래기술에 대한 정책적 이슈와 사회·윤리적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본격 구성하고 인공지능 기술발전이 의료적 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적으로 분석하여 해결과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진엽 장관은 이와 관련 “질병극복과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미래기술 개발과 윤리적 측면이 균형 있게 발전할 수 있도록, 협의체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개선방안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운영실 정승열 실장은 최근 출입기자협의회와 기자간담회에서 “10억 원을 투입해 건강보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융합하여 심장질환, 뇌혈관 질환 등 주요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 모 업체와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계에서 AI가 이토록 큰 관심을 받으며 대형병원들이 도입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AI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다수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암 치료 수준이 세계 최고 성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왓슨이 제시하는 암 치료법이 국내 치료법과 별다른 차이가 없으며 왓슨의 효과를 입증하는 논문도 단 한 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김치원 서울와이즈요양병원장은 우선 “왓슨을 의료에 적용하는 논문 자체가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사실 평생 암만 연구해 온 서울 주요 대형병원 교수들이 `왓슨 포 온콜로지'로부터 특별할 것도 없는 치료법에 대한 도움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는 차라리 항암치료 등에 있어서 서울 메이저 대형병원과 지방 대학병원 간 격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수도권으로의 환자이탈 현상을 막고, 환자안전·의료 사고 및 오류 예방 등의 분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사의 실수를 줄이는 효과만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꼭 AI가 아니라 간단한 알고리즘을 갖춘 기기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대선 정국인 만큼 문재인과 안철수 등 각 대선 주자들도 `4차 산업혁명' 청사진과 함께 AI 활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의료 분야의 활용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경우 정부주도형 성장전략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경우 민간주도형 성장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연구개발지원을 위한 정책 방향 제시에만 머물고 있어 구체적 전략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AI가 국내 의료계 화두로 떠오름에 따라 AI의 의료적 활용을 의료 윤리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오는 21일 오후 1시30분 `인공지능(AI)의 의료적 활용과 생명윤리'를 주제로 `제1회 국가생명윤리포럼'을 개최하고 인공지능의 의료적 활용과 한계, 법적·정책적 쟁점, 사회·윤리적 쟁점, 환자-의사의 관계 전망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사실 AI 활용분야는 의료뿐만 아니라 금융, 법률, 행정, 교통, 유통, 에너지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특유의 기형적 의료 환경으로 인해 여느 분야보다 의료계의 활용 움직임이 활발한 모습이다. 대형병원들로부터 시작된 국내 의료계 AI 열풍이 앞으로 어떻게 의료 지형을 변화시킬지 추이가 주목된다.

배준열 기자  junjunjun201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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