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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복판서 여유롭게 즐기는 봄꽃의 향연
도시 한복판서 여유롭게 즐기는 봄꽃의 향연
  • 의사신문
  • 승인 2017.04.10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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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7〉 현충원 담장길

수양벚꽃과 따사로운 봄볕이 만나는 현충원 담장길

꽃샘추위로 인해 봄답지 않았던 3월이 지나고 4월이 돼서야 진정한 봄의 기운을 느낀다. 언제부터인가 봄 하면 벚꽃을 떠올리게 되었다. 가장 유명하게는 진해 군항제로부터 여의도 윤중로의 벚꽃축제, 남산길 등 벚꽃을 주제로 펼쳐지는 축제가 여럿이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벚꽃 축제에서 제대로 못한 꽃 구경이 아쉬워, 봄 꽃을 좀 더 여유있게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현충원 담장길을 찾아가 보았다.

■조금 늦어도 여유 있게 즐기는 봄꽃들의 향연
사람이 가장 한산한 아침 일찍 현충원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아침 일찍부터 봄볕이 따사롭다. 4호선 지하철 동작역 출구로 나오니 저 멀리 벚꽃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를 맞아준다. 현충원 정문으로 들어서니 벚꽃 사이로 대형 조형물인 충성 분수대가 눈에 들어왔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귀중한 목숨을 바치신 군인들과 애국지사 분들의 혼이 깃든 모습이다. 우뚝 솟은 태극기의 모습이 영상으로 흐르기도 한다.

현충원의 벚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벚나무와는 다르다.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진 가지에 꽃망울이 달린 `수양벚꽃'이다. 현충문 앞 겨레의 마당 둘레로 만개한 벚꽃나무들이 이어져 있어 걷는 사람들로 하여금 천국을 거니는 기분을 맛보게 한다. 아름다운 길을 따라가 보니 현충문 옆 충무정 정자 주변에 수양벚꽃이 절정을 이루고 있다. 보는 사람마다 탄성을 자아내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에 바쁘다. 나도 그 군중에 섞여 어느새 사진작가로 변신한다.

동작역 4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현충원 담장을 끼고 이어진 서달산 산책로는 시작 지점부터 끝없는 계단으로 이어진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계단 위를 바라보니 까마득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오르고 또 올라도 끝날 것 같지 않던 계단을 다 오르고 나니 붉은 진달래 꽃 사이로 저 멀리 한강이 넘실댄다. 잠시 숨을 고르면서 준비해 온 음료수 한 잔을 마시고 담장을 따라 난 오솔길을 걷기 시작했다. 산책로 중간 중간에는 간단한 운동시설과 함께 쉼터가 잘 정비되어 있고 군데군데 시가 새겨진 팻말도 눈에 띈다. 

■관악산, 북한산, 도봉산, 그리고 한강이 한눈에
멀리 보이는 관악산을 바라보며 사당동 방면 개방문을 뒤로 하고 흑석동 방면 개방문 방향으로 다시 오르고 보니, 드디어 서달산 정상이라는 표시가 보였다.

현충원은 한강을 앞에 두고 서달산이 에워싸어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이다. 풍수지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부분도 관심 있게 눈여겨보며 걸을만하다. 

정상에 우뚝 선 3층 정자에 오르자 정상이 겨우 해발 179m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 트인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목동 신시가지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관악산이 웅장하게 뻗어있고, 오른쪽으로는 한강 다리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한강의 모습도 보인다. 북한산, 도봉산으로 이어진 그림 같은 산새도 믿기지 않을 만큼 한눈에 보인다. 또다시 사진작가로 변신한 나는 이리저리 아름다운 모습들에 시선을 빼앗기다가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종점을 향해 길을 나선다.

정상에서 내려올 때에는 달마사 방향 오른쪽 길을 택했다. 달마사를 지나니 다시 담장이 반겨주었는데 인적이 드물어 더욱 오솔길 분위기가 난다. 화사한 벚꽃과 담쟁이 넝쿨들이 콘크리트의 삭막함을 가려준 예쁜 산책길이다. 담장 끝에 이르니 3시간의 시간이 한순간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봄꽃의 아름다움에 취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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