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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찬성하는 여성단체<45>
낙태 찬성하는 여성단체<45>
  • 의사신문
  • 승인 2010.02.1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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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을 중심으로 불법인공임신중절에 대한 거부 선언이 있었다. 이들은 동료 의사들에게 동참을 호소했고 어떤 경우에도 출산친화 환경을 조성하게끔 정부를 압박하기도 했다. 그 이후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법 수술을 거부했지만 이 와중에도 광고까지 하면서 수술 예약이 밀릴 정도로 호황을 누린 일부 산부인과 병의원이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동료인 산부인과 의사를 고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고발한 단체 측은 정부의 안이한 태도를 질타하고 동료 고발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므로 낙태 문제를 공론화하기를 원하는데 이에 대한 정부와 여성단체의 반응이 참으로 답답하기 짝이 없다.

여성계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진보적인 여성단체들은 낙태는 여성의 권리이며 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통제하고 결정할 권리가 있다면서 이번 고발 사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 생명과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면 여성인 내가 생각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불법이라 해도 낙태가 자유롭게 시술되고 있었을 때 여성들에게 정당한 낙태권이 있었는지를 묻고 싶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낙태 수술을 하려면 수술을 원하는 여성들의 다양한 사정을 듣게 된다. 이런 사정을 주의 깊게 듣는 것은 정말 낙태를 해주어야 할 정도로 사정이 불가피한가도 있고 어떻게 설득하여 출산을 가능하게 할까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낙태시술을 해도 이로 인해 항의나 고소를 당하는 것은 아닐까를 탐색해야 한다. 대부분 남자 측과 합의가 안 된 낙태가 문제가 되고 어차피 불법이라 벼랑 끝에 선 것은 마찬가지지만 최소한의 보호 장치라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혼 수속 중인 남편이나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연락하여 동의를 받기도 한다. 성폭행을 당했다고 호소해도 고발 조치를 하지 않으면 합법적인 수술을 받지 못하고, 본인 의사와 반하여 부모나 남자 측의 강요로 수술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이 과연 여성이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고 신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수순이었을까 생각해 본다.

만약 여성 단체에서 관심이 있었다면 우선 남자의 동의 없이도 수술이 가능하게 노력했어야 했다. 지금도 불법낙태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들을 비난하기보다 정부와 사회에 저 출산과 무관한 여성의 낙태 결정권을 주장해야 한다. 또한 임신한 여성 모두 누구의 아기냐고 질문받기 보다 내 아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고 소리 높이 캠페인이라도 벌였어야 했다. 그러나 그들이 그동안 했던 일은 낙태수술비용이 비싸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 보면 언제라도 고발당할 수 있으므로 불안하기 짝이 없고 과연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나름대로 사회의 어두움을 해결한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서는 저 출산의 원인이 산부인과 의사들의 무분별한 불법 낙태 때문이라고 했고 심한 경우 살인이라고까지 비난 했다.

낙태의사 고발에 대해 복지부는 낙태문제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대처하겠다며 적극적인 단속은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웃어야할지 울어야할지 모르겠다. 정부도 진보적인 여성단체도 이제 진지하게 이 문제를 공론화하여 그들이 말하는 불가피하게 낙태를 선택해야 하는 경우를 나열해 보고 해결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이제 공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손을 떠났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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