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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호수와 푸른하늘이 만나 새해 희망 노래
하얀 호수와 푸른하늘이 만나 새해 희망 노래
  • 의사신문
  • 승인 2017.01.2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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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교수의 걷기 예찬 〈3〉 하늘호수 `사라오름'

아름다운 설경을 간직한 하늘호수 `사라오름'

정들었던 한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1월이다.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을 찾아서 한라산의 사라오름으로 향했다. 여행 성수기를 고려하여 미리 비행기편과 숙박을 예약했는데 며칠 전부터 산행 당일에 비가 내린다는 우울한 예보가 들려온다. 다행히 등산 당일에는 비가 내리는 시간이 반나절 줄어 점심 이후부터는 비가 잦아들 거라고 한다.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가 효력을 발했나 보다.

■온통 하얀 눈 세상 한라산 등반길 성판악 코스
성판악 코스의 시작점인 매표소로 향하는 동안에는 안개가 너무 심해 비상등을 켜고 힘겹게 도착했다. 산행을 시작하려하니 신기하게 안개도 걷히고 빗방울도 가늘어진다. 정확한 일기예보에 감탄하며 부푼 마음으로 눈길 산행을 시작했다. 돌길이었던 등산길은 뽀드득 발소리가 정겨운 눈길이 되어 우리 부부를 반긴다. 일부 구간은 어제 내린 비와 따뜻한 날씨 때문에 눈길도 빙판길도 아닌 `빙수길'이 되어 고민거리를 하나 더 늘린다. 다행히 선구자분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 편히 오를 수 있었다. 

하얀 눈 세상으로 바뀐 한겨울에 독야청청 푸른 잎을 자랑하며 사는 굴거리 나무들이 인상 깊다. 따뜻한 지역에 살았던 활엽수가 1200m 넘는 고산지대에 적응해 살고 있다니 자연의 힘은 위대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에 여기 저기 노루 발자국들과 까마귀 발자국들도 눈에 띤다. 세계지도 같기도 하고 목을 길게 뺀 자라처럼 보이기도 하는 개울가의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빠져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가 다시 오른다. 

속밭에 다다르자 쭉쭉 하늘로 뻗은 푸른 나무들 위에 눈이 쌓여 만들어진 천연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일렬로 서있다. 예전에는 우마를 방목했던 목장이었는데 지금은 삼나무 삼림욕장이 되었다. 삼나무 숲으로 들어서자 맑았던 날씨에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삼나무에 쌓였던 눈들이 살며시 녹아내려 피톤치드가 풍부한 나무비를 뿌려준다. 처음으로 맞아보는 피톤치드 비에 감격하고 있는데 가끔씩 하얀 눈폭탄도 떨어져 긴장감을 더한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진정한 산정호수 사라오름
속밭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몸을 추스르고 수많은 나무계단들이 보이는 사라오름 입구에 도착했다. 눈으로 덮여 계단은 보이지 않고 눈 쌓인 언덕길이 되어 우리의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만든다.

계단의 끝에 다다르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풍광이 우리 부부를 반겨준다. 여기까지 오느라 쌓였던 피로를 한방에 날려준다.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오름(기생화산)인 사라오름이다. 둘레 약 250m 분화구에 물이 고여 있는 진정한 산정호수로 명승 제83호로 지정된 곳이다. 겨울철 영하의 기온에서 수증기가 나무에 얼어붙은 상고대와 눈 덮인 하얀 호수 면이 푸른 하늘과 맞닿은 하늘호수이다.

사라오름의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에 여러 장 남기고 한라산 정상을 조망하는 전망대로 향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라산 백록담 정상은 하얀 구름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솟아있다. 구상나무 군락지 너머로 피어나는 구름 풍광은 정말 말문이 막히게 한다. 사라오름의 아름다움을 실컷 감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내려오니 발걸음이 더욱 가볍다. 해질 무렵 6시간, 13km의 눈과 함께한 여정이 끝나는 종점에 다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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