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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누수' 의사 탓? 본질 외면 말아야
`건보 누수' 의사 탓? 본질 외면 말아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1.2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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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누수의 주요원인이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때문이라는 언론보도에 의료계가 공분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모 일간지는 `건보 부당청구 年6000억 새는데…구멍 막을 뾰족수가 없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의사들의 부당청구로 인해 국민이 낸 건보료가 줄줄 새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해 보건당국의 조사권한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외면하고 지나치게 의사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특히 지난해 7월 안산의 의사가 보건복지부 현지조사를 받던 중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사건에 이어 최근 강릉의 의사도 건보공단 방문확인 절차 진행 도중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강압적인 현지 실사 관행 개선과 현지조사, 방문확인의 일원화를 의료계가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건보재정 누수의 주요 원인이 마치 의사들의 허위·부당청구 때문으로 매도되는 사회적 분위기지만 사실 진짜 원인은 해당 기사에서도 언급됐고, 공단에서 공식 발표했으며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듯이 공단 본연의 역할인 징수 업무가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환수결정액 6204억 3100만원 중 사무장병원의 부당청구 환수결정 금액은 5675억 2200만원으로 무려 91.4%를 차지하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법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일반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해 의료기관을 개설한 불법의료기관을 말하며 이들이 일삼는 불법행위로 인해 의료계도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불법의료기관을 관리할 책임은 당연히 공단에 있다. 즉, 공단이 제 역할을 못해 의료계가 피해를 입는 것이다. 

더군다나 부당청구 발생 이면에는 매년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초저수가 상황을 타파하지 못해 적자를 면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개원가 현실도 자리 잡고 있다. 급여 기준의 비현실성과 불명확성으로 인해 부당이 아닌 `착오'청구가 발생하는 것도 문제다.

의사들이 연이어 자살하는 비극이 발생해 의료계의 분노가 극에 달한 시점에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무조건 의사들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여론을 호도하는 행태는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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