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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부인과 아닌 타과에서 임신 여부 어떻게 구별?”
“산부인과 아닌 타과에서 임신 여부 어떻게 구별?”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7.01.17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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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진료비 경감 올해부터 도입됐지만 진료현장 곳곳 혼선 발생

임신부 진료비 본인부담금 경감 제도가 시행됐지만 산부인과가 아닌 타과에서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임신부 등 사회적 관심계층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와 저출산 대처의 일환으로 진료과목에 관계없이 임신부가 임신 기간 동안 각급 병의원에서 건강보험 외래진료를 받을 때 발생하는 본인부담금을 각 종별로 종전 대비 20%씩 경감하는 제도를 2017년 1월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기관 종별로 적용되는 외래진료 본인 부담률은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30%에서 10%로, 병원급 의료기관은 40%에서 20%로, 종합병원은 50%에서 30%로, 상급종합병원은 60%에서 40%로 각각 낮아졌다.

그러나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 임신부 진료비 본인부담금 경감이 산부인과가 아닌 타과에서 임신부 진료 시 임신 여부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이유로 진료 현장에서 혼동이 발생하고 있다는 의료계의 지적이다.

임신을 했더라도 초기에는 외관상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 힘들고 임신 후반기에 접어들어 임신부의 배가 부른 상태가 돼서야 임신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 입장에서 진료 시 환자의 임신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임신을 했다고 이야기하는 산모의 말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산부인과도 아닌 타과에서 의사가 직접 여성 환자에게 임신 여부를 물을 경우 환자의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진료과목에 관계없이 모든 여성 환자에 대해 임신 여부를 확인하는 의무를 의료기관에 일방적으로 부과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 정인호 서울시의사회 총무이사(정이비인후과의원 원장)는 “산부인과가 아닌 타과에서 임신 여부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임신부에게 일반 본인부담금을 청구함으로써 갈등을 빚는 사례가 일선 의료기관에서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임신부들이 임신·출산 진료비를 지원받는 국민행복카드(구 고운맘카드)를 건보공단에 신청할 때 임신 등록도 같이 이뤄져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가입자 자격 확인 시 임신 여부도 함께 확인할 수 있게 하거나 임신부 진료비 본인부담도 산정특례처럼 등록·신청·고지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산정특례제도는 암, 심장·뇌혈관, 희귀난치성, 결핵, 중증화상 등 중증질환으로 등록한 경우 입원·외래 요양급여비용 총액 중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5%~10%만 부담하게 한 제도다. 병·의원에서 담당의사가 발급한 ‘건강보험 산정특례 등록신청서’를 건강보험공단 또는 병의원(EDI)에 등록·신청하면 된다.

임신부 진료비 본인부담 경감 제도가 실시됐음에도 산부인과가 아닌 타과에서 임신 여부 확인이 어려워 의료계의 불만이 다수 제기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현재 상황에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김한숙 서기관은 16일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임신 증명은 진료비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받기 위한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인 환자에게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꼭 의사가 직접 환자에게 임신 여부를 묻지 않더라도 국민행복카드나 의료기관에서 발급받은 산모수첩 또는 임신확인서 등 증빙 가능한 자료가 많이 있고, 의원급의 경우 운영하기 나름이지만 대부분 청구를 한 달 뒤에 하기 때문에 진료 당일에 본인부담 경감을 적용하지 않았더라도 다음에 하는 방법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임신부는 어차피 20주만 지나면 육안으로 임신 여부 파악이 가능하고 임신 초기에는 임신부들이 산부인과가 아닌 타과 진료를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에 임신부가 타과 진료를 받는 경우는 4대 중증환자나 응급환자 등 일부에 국한되며 이런 이유로 임신부들이 의원급에서 진료받는 경우 역시 많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임신 기간은 보통 10여개월밖에 되지 않고 임신부가 산부인과가 아닌 타과 외래진료를 받을 경우에만 본인부담이 경감되지만, 산정특례의 경우 본인부담 경감이 입원비에도 적용되고 적용기간이 긴 중증희귀질환도 포함하고 있어 임신부 본인부담 경감 혜택을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산정특례와 같은 선상에서 취급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료기관에서 임신 여부를 알지 못해 임신부에게 일반 본인부담금을 적용했을 경우 향후 심사평가원 심사에서 삭감·환수당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본인부담 경감은 요양급여 인정 여부가 아니기 때문에 심사기전 자체가 없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단언했다.

국민행복카드와 연계해 임신 등록을 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국민행복카드는 현물급여가 아닌 현금급여이기 때문에 진료비와 연계가 힘든 기술적 한계가 있고 등록이 가능하더라도 임신부들이 모두 등록한다는 보장도 없으며 등록기간과 실제 임신기간이 불일치하거나 출산이 끝났음에도 등록을 취소하지 않아 계속해서 경감 혜택을 받는 등 악용될 소지도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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