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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부터 ‘신해철법’ 본격 시행…의료계, 진료 위축 우려
지난 30일부터 ‘신해철법’ 본격 시행…의료계, 진료 위축 우려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6.11.29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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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신청인 동의 없이 신청만으로 의료분쟁조정절차 자동개시

일명 ‘신해철법’이라고 불리는 개정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진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보건복지부(장관·정진엽)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 5월 개정·공포된 동 법률이 오는 11월 3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그동안 신청인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의료사고 분쟁 조정을 신청하더라도 상대방이 동의하지 않는 경우 각하됐다.

하지만 개정된 법령은 사망, 의식불명, 장애 1급 등 중대한 의료사고 시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 신청인의 조정신청만으로 의료분쟁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동 법률은 11월 30일 이후 종료된 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의료사고부터 적용된다. 다만 조정절차 자동개시 대상이 되는 의료사고의 경우라도 자동개시하기에 부적절한 사유에 해당되면 이의신청을 통해 조정신청이 각하될 수 있다.

이의신청 사유는 △진료방해, 기물파손 △ 거짓사실로 조정신청 △ 의료인 폭행·협박 △ 2회 이상 동일사건 취하 및 각하 △부조정 종결처리 사건 재신청 △자동개시 요건 미 해당 △ 기타 조정절차를 자동개시하기에 부적절한 것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사항 등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의신청 사유에 ‘보건복지부 장관 고시’를 명시한 것은 자동개시로 인한 진료환경 위축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고려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향후 제도를 운영하면서 관련 의료계를 비롯한 단체 등과 논의를 통해 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11월 30일부터 시행된다.

피신청인은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내 이의신청이 가능하며, 중재원은 7일 이내 신청을 기각하고 절차를 개시할 것인지, 또는 신청을 받아들여 조정신청을 각하할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동 법률은 또 의료사고 조사와 관련해서 그간 적용했던 벌금과 과태료를 완화해 조사 거부 또는 방해 시 3천만원이하 벌금에서 1천만원이하의 과태료로 완화했고, 출석·소명 요구 불응 시 과태료 조항은 삭제했다.

자율적 조정을 통한 문제해결이 제도 취지임에도 불구하고 벌금과 과태료가 현실과 맞지 않게 과도하다는 그동안의 문제 제기에 따른 것이다.

출입조사 사전통지도 의무화해 의료사고 조사 시 7일 전 의료기관에 서면 통지하되, 긴급한 경우나 증거 인멸 등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사전통보 없이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의료사고 조사 시 의료기관 협조도 의무화해 조정절차 자동 개시 후 의료중재원의 자료요구 등에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의료기관은 자율적 의사에 관계 없이 조사에 응해야 한다.

조정신청 사건 중 당사자 간 이견이 없거나 과실유무가 명백하고 쟁점이 간단한 경우, 조정신청액이 500만원 이하인 경우에 감정을 생략하거나 1인 감정을 거쳐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신청인이 조정을 기피하고 거짓된 사실로 조정신청을 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조정신청한 경우 조정을 하지 않는 결정으로 사건을 종결시킬 수 있다.

조정위원과 감정위원 수를 당초 50~100명에서 100~300명까지 확대했고, 조정위원 중 판사의 요건에 10년 이상 재직했던 사람을 포함하며, 조정신청 가능기간(10년)을 고려하여 보건의료기관과 관련된 조정위원의 제척기간을 완화하고, 감정위원의 경우 비영리단체 위원요건을 변경했다.
 
대리인에 보건의료기관 임직원을 포함토록 해 사건 당사자인 의료인이 직접 조정기일 등에 참석하지 못할 경우 직원을 통해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했고, 서면대리인 수여자 범위에 외국인, 재외국민을 명시하여 국내 체류기간 중 받은 의료행위로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국내에 서면대리인 지정을 통해 조정제도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밖에 후유장애 진단, 이의신청, 불가항력 의료사고보상심의 기간 등을 처리기간에서 제외해 법정처리기간에 쫓겨 조정·감정절차가 부실하게 운영되지 않도록 했고,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사업에 드는 비용 산정, 부과, 징수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 건강보험공단 등에 자료협조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손해배상금 대불금 청구대상 중 법원 판결의 범위를 국내 법원 확정판결로 제한토록 했다.

법 개정에 따른 상세한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확인할 수 있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1670-2545, 홈페이지 www.k-medi.or.kr)에 문의하면 자세한 설명과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계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시행되는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나타냈다.

법률 시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료계는 여전히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법률 시행으로 중대한 의료사고발생 시 신청인의 신청만으로 분쟁조정절차가 자동개시됨으로써 의료인들이 대거 분쟁에 휘말려 중환자 진료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의료분쟁조정법’이 ‘의료분쟁조장법’이라는 자조섞인 표현으로 불리는 이유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한국의료분쟁조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의료분쟁조정법 후속조치 추진 현황 자료에 근거해 “의료분쟁조정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연평균 725건이었던 의료분쟁조정개시가 최소 900건 이상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TF를 구성해 법 예외 조항을 추가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하는 등 법률 시행에 따른 우려를 대내외적으로 나타냈고 특히 최근에는 중재원의 조정·감정위원 선정 협조 요청에 불응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대한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간 협회를 비롯한 의료계가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작업에 적극 참여해 왔음에도 시행령에 의료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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