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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힌데미트 교향곡 〈화가 마티스〉
파울 힌데미트 교향곡 〈화가 마티스〉
  • 의사신문
  • 승인 2016.11.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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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77〉

■아이젠하임 수도원 성화를 보는 이의 마음을 그려

프랑스 동부 알자스 지방 아이젠하임 수도원의 제단에는 16세기 초 독일화가 마티스 그뤼네발트가 그린 3편의 종교 벽화가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모습은 민중의 죄가 아닌 슬픔을 대신 안고 가는 예수이며 부활하는 그리스도는 인류에 군림하는 것이 아닌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예수의 모습이다. 힌데미트는 이 벽화에 감명을 받아 교향곡 〈화가 마티스〉와 오페라 〈마티스〉를 작곡하게 된다.

제1악장은 아이젠하임 벽화의 두 번째 벽화인 예수의 탄생과 축복을 그리고, 제2악장은 세 번째 벽화로 예수가 돌무덤에 묻히는 광경으로 요한이 예수 시신을 안아 일으키고 그 옆에 성모 마리아와 막달라 마리아가 눈물을 흘리며 바라보고 있다. 제3악장은 기원전 3세기 이집트에 수도원을 세운 성 안토니우스의 시련을 그리고 있다. 힌데미트는 “이 작품은 3편의 벽화를 바탕으로 작곡했지만 결코 표제음악은 아니다. 다만 청중이 그림을 보고 있을 때와 같은 마음상태를 전달하고자 했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순수한 독일인이었지만 아내가 유대인이었고 포이어만, 골드베르크 등 유대계 연주가들과 실내악 운동을 한다는 이유로 신독일 건설의 방해 인물로 낙인찍히게 된다. 1928년 베를린에서 초연한 전위적인 오페라 〈오늘의 뉴스〉가 목욕탕에서 나체로 아리아를 부르는 장면 때문에 나치로부터 검열을 받은 이후 오페라 〈마티스〉는 상연을 하기 위해 히틀러의 승인이 있어야 했다. 더구나 이 오페라는 주인공이 농민전쟁을 통해 영주의 대사교를 배신하고 농민을 옹호하는 등 히틀러 나치즘에 위배되는 정치색이 짙은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힌데미트는 이 오페라에서 전주곡, 제7장의 간주곡, 제6장의 주제를 세 악장으로 구성하여 1933년 영국 BBC방송을 통해 발췌 편곡한 교향곡 〈화가 마티스〉를 작곡하여 직접 연주하였다. 그 이듬해 이 작품을 의뢰했던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초연을 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된다. 이후 나치정권이 제동을 걸자 푸르트벵글러는 기자회견을 열어 힌데미트야말로 미래 독일을 이끌어갈 예술가이며 순수한 게르만 정신이 깃든 작품이 바로 교향곡 〈화가 마티스〉라고 옹호하였다. 이것이 바로 〈힌데미트 사건〉으로 이후 1938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초연되면서 세계에 알려지게 된다.

힌데미트는 20세기 대세였던 쇤베르크의 12음 기법에 반대하여 자신만의 악법에 충실하였다. 1920년대엔 낭만파 이후 눌렸던 감정이나 사상을 떨쳐 버리고 순수한 음의 기쁨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 그를 `신즉물주의자'라 하였고, 나치즘이 열광하던 30년대에는 형식상 신선한 느낌의 현대음악의 아름다움을 발휘하며 나치에 저항하여 `불온주의자'로, 50년대엔 독일 전통적 화성에 바탕을 둔 대위법을 도입하여 `신고전주의자'라 칭했다. 어려서 바이올린을 배워 10대에 이미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알려졌고 20세에 프랑크푸르트 오페라단에 입단하여 10년간 바이올린을, 아말 현악사중주단에서 비올라를 담당하며 연주와 함께 작곡에 몰두하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음악에는 연주의 즐거움이 깔려있다. 전성기에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창립 50주년 기념으로 〈필하모니콘체르토〉를 발표하여 `바이마르의 총아'로 불리었다. 그러나 나치 집권으로 모든 것이 불행을 향해 치닫게 된다. 결국 그는 터키로 망명하여 음대교수를 지내다가 스위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미국에서는 예일대학 교수로 재직을 하면서 무조음악과 다성음악을 실험하는 작곡에 심취하였으나 미국생활도 그리 만족스럽지 못해 다시 스위스로 이주하였고, 1963년 영원한 방랑자로서의 삶을 마감한다. 

△제1악장 Engelkonzert(천사의 합주) Ruhig bewegt 오페라 〈마티스〉 전주곡으로 트롬본이 오르간처럼 시작하여 화가 그뤼네발트 시대 독일의 옛 시 `세 천사 아름다운 노래 부르다' 선율을 노래하고, 플루트와 바이올린으로 아이젠하임 벽화 2번째 그림 속 천사들의 비올라 다감바와 비올라 다모레의 연주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2악장  Grablegung(매장) Sehr langsam 오페라 〈마티스〉 제7막의 간주곡으로 농민군 지도자 슈발프의 딸 죽음의 무거운 느낌과 그에 대비되는 아름다움으로 죽음에 부딪힌 현실적인 감정과 미래에 대한 동경을 느끼게 한다. 

△제3악장 Versuchung des heiligen Antonius(성 안토니우스의 시련) Sehr langsam, frei im Zeitmaß - Sehr lebhaft 오페라 〈마티스〉 제6막의 지옥 속에 요괴들이 가득 찬 장면이다. 벽화의 세 번째 그림으로 화가 마티스의 거친 힘과 환상이 돋보이는 그림이다. 성 안토니우스가 겪는 온갖 시련을 극복하는 것을 암시한 `시온의 주제를 찬양하라'라는 찬미가가 나오면서 모든 관악기에 의해 장대한 할렐루야가 울려 퍼지며 대미를 장식한다. 

■들을 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EMI, 1957]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지휘),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오케스트라[Decca, 1987]
△윌리엄 스타인버그(지휘), 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DG, 1971]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G,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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