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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타레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프란시스코 타레가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 의사신문
  • 승인 2016.11.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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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75〉

■달빛에 드리워진 알함브라 궁전의 아름답고 슬픈 추억

19세기 후반 스페인 음악계는 새로운 여명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유럽 다른 지역에서 낭만주의 물결이 파도치고 있을 때에도 스페인은 마치 고립된 섬처럼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이전에 작곡가 후안 크리소스토모 데 아라아가만이 혜성처럼 나타났지만 그 후 그 불빛은 서서히 사그라지고 만다.

19세기 후반 비르투오소 연주자로서 작곡가 대열에 오른 바이올린의 파블로 데 사라사테, 엔리케 아르보스, 기타의 페르난도 소르가 등장하고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첼로에서 파블로 카잘스와 기타에서 호아킨 로드리고와 안드레아스 세고비아와 같은 젊은 천재 음악가들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다른 유럽 음악대국들과 어깨를 겨눌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교향곡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오페라는 이탈리아가 대세를 이루고 그 뒤를 이어 프랑스, 영국, 북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뒤를 잇고 있었다.

당시 스페인에서는 민족주의적 부흥운동이 서서히 불길을 지피고 있었는데 카탈루냐에서 안젤모 클라베에 의해 근로자 합창협회가 설립되고 이후 펠리페 페드렐에 의해 계승되면서 스페인 음악학 연구가 활발하게 펼쳐지게 된다.

이런 배경으로 르네상스 시대의 스페인 작곡가 빅토리아의 작품과 여러 지방의 민요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스페인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였다. 이런 노력으로 그라나도스, 마누엘 데 파야, 알베니스 등과 같은 걸출한 작곡가들이 배출된다.

한편 이런 민족주의에 편향된 음악운동에 반대하여 뱅상 댕디와 같은 프랑스계 작곡가도 스페인에 공존하게 되면서 그들의 음악은 더욱 번창하게 된다.

이 시기 이런 음악적 환경에서 타레가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기타 작곡가이자 20세기 현대적인 연주법을 완성한 위대한 연주가로 명성을 날린다.

그는 시대를 대표하는 기타의 경이적인 테크닉과 낭만적인 연주 스타일 때문에 `기타의 사라사테'라는 별명을 얻었다.

다른 전통의 현악기들에 밀려 사라질 운명에 처했던 기타라는 악기의 무궁한 가능성을 새롭게 알려 유럽 전역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생의 마지막 9년 동안은 신체적인 장애 때문에 손톱이 아닌 손끝의 맨살로만 현을 튕기는 새로운 주법을 개발하기도 하였다.

전성기인 1880년부터 20여 년간 베토벤, 쇼팽, 멘델스존, 바흐, 베르디와 같은 거장들의 음악을 편곡하여 현대적인 테크닉을 완성하기 위한 연습곡을 작곡하였으며, 기타의 확장된 표현력과 새로운 음향을 이끌어내어 더 맑게 울려퍼지고 풍부한 울림이 나올 수 있도록 하였다. 이로서 타레가는 이전 스페인의 다른 기타 작곡가들과는 현격하게 구분되는 독특한 그만의 개성을 지니게 된다.

또한 작곡가인 친구 알베니스와 함께 스페인의 민속적 요소들을 낭만주의적인 감수성으로 승화시켜 스페인 무곡들을 주제로 한 많은 기타 작품들을 남기게 된다. 이들 작품 중 가장 뛰어나고 중요한 작품으로 `낭만주의 기타음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 그 정점에 서 있다.

이 곡이 타레가가 발전시킨 트레몰로 주법으로 더 신비롭고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는 그가 겪은 실연이 배경으로 깔려있기 때문이다.

짝사랑했던 제자 콘차 부인이 자신의 사랑을 거부하게 되자 실의에 빠져 그라나다로 여행을 떠난다. 그 인근 알함브라 궁전을 방문했을 때 달빛에 드리워진 아름다운 궁전에 있는 수많은 분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사랑을 떠올리며 슬픈 감정을 기타로 옮긴 것이다. 

이 알함브라 궁전은 스페인에 존재했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 알 갈리브가 13세기 중반에 세우기 시작하여 증축과 개보수를 거쳐 14세기에 완성했다.

자연과 건축의 조화가 일품으로 그 특유의 아름다움만큼이나 비극적인 운명을 지닌 이슬람 문화의 결정체로 남아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1492년,

페르난드 2세의 공격을 막지 못한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아브딜은 이 궁을 고스란히 내어주고 아프리카로 떠나게 되면서 이 궁전만 홀로 남아 800여 년간 이어져 온 이슬람 문화의 찬연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나르시소 예페스(기타)[DG, 1982]
△안드레스 세고비아(기타)[MCA, 1967]
△페페 로메로(기타)[Philips, 1997]
△줄리언 브림(기타)[RCA,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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