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1:38 (금)
[인터뷰] 김영훈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교수
[인터뷰] 김영훈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교수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6.11.02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APHRS 2016' 성공 개최 불구 신의료 기술 데이터 확보 못해 5년, 10년후 한국 의료 걱정돼"
김영훈 교수

대한민국 의료계는 안녕하신가.
지난 달 중순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APHRS) 주최로 코엑스에서 개최됐던 ‘제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학술대회’(The 9th Asia Pacific Heart Rhythm Society Scientific Session)의 대회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무리,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김영훈 고대안암병원 부정맥센터 교수가 기쁨 보다는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의료계 리더로서 그의 답답함은 우리나라 의료의 앞날에 대한 걱정이다.

그는 "'APHRS 2016'의 성공적인 개최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신의료 기술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여서 향후 5년, 10년후가 매우 걱정된다."는 것이다.

국내외 부정맥학계의 높은 평가와 성공적인 잔치를 치뤘음에도 불구하고 기뻐할 수 없는 김 교수를 만나 속에 가슴 속에 깊게 눌러 놓은 가시 같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교수는 먼저 기자에게 “아쉬운 게 많다.”는 말로 속내를 털어 놓았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은 이런 정도의 학술대회('APHRS 2016')를 개최할 정도의 능력은 갖고 있다. 프로그램도 완벽하다. 어떤 학술대회 보다도 좋다는 이야기도 많았다. 그런 측면에서는 더없이 기쁘다. 그런데 내용을 구체적으로 자세히 살펴 보면,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뉴 테크놀러지’를 써봤더니 결과가 이렇더라는 즉, 새로운 데이터가 없다. 이런 현실이 지속될 것을 생각하니 5년 후, 10년 후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부정맥 분야는 새로운 기기와 장비를 쓸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있다. 7-8년 전에는 일본이 그랬다. 일본 의사들이 우리 연구실에도 한달에 두 번씩 와서 보고 배우고 갔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에 오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안 온다. 올 필요성이 없는 거다. 옛날하고 다르다. 한국은 이미 테크놀로지가 뒤처져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에서 시연한 것이 우리 병원의 것이 아니다. 데모 버전이다. 외국에서는 우리 연구실에서 그런 기계를 사서 하는 줄 알고 있다. 내가 열 몇 명을 사전에 시행했다. 새로운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좋겠다는 판단아래 라이브를 하게 됐다. 라이브를 하면 뭔가 교육적인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기존의 연구실 시스템 보다 장점이 있다 생각돼 쓴 거다. 데모로 겨우 쓴 거다. 그런 장비 도입에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가격이 2-4억까지 나가 병원에서 쉽게 사 주긴 힘들다. 혹 사게 되더라도 수가가 맞아야 된다. 그러나 환자 부담이 너무 크다. 향후 5년 후 일본과 경쟁을 해도 그런 3D 시스템은 일본이 다양하게 경험한 발표를 경청할 수 밖에 없다.”며 국제적으로 뒤처지고 있는 한국의료의 실상을 전했다.

김 교수는 “요즘 핫이슈는 원격의료다. 원격이란 말만 해도 아무것도 못한다. 페이스메이커 등을 차고 있는 환자들에 대한 원격진료 즉, 환자가 제주도에서 차고 있는 페이스메이커의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환자가 심부전 초기증상이 나타나면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그걸 보고 약을 조절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러한 소프트웨어를 단지 원격의료라는 이유로 받지 못한다.”고 아쉬워했다.

김 교수는 “또 다른 이유는, 서버의 메인데이터가 미네소타에 있는데 개인정보보호법에 걸려 못 보낸다. 독자적으로 국내 서버를 구축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한두 명 밖에 안 되는 환자를 위해 그런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면 하지 말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다. 우리는 그런 환자를 대상으로 1년이고 2년이고 팔로우업해 원격의료를 하겠다는 것이다. 초진이 아니다. 그런 것을 할 수 있는 대형병원이 한국에 몇 개나 되겠는가. 이러한 상황에서 원격의료라는 이유로 못 쓰게 된다면... 우리는 내세울만한 데이터가 없다. 아이티 강국에서 이렇게 해서 되겠나.”라며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개발도상국에 대한 지원과 관련, “한국은 캄보디아와 몽골을 맡고 일본은 필리핀, 대만은 미얀마, 라오스는 싱가폴을 맡아 나라 대 나라를 매치하고 5년 후를 기대해 보자는 구상이다. 젋은 부정맥 전문의를 키우는 일에 적극 나서자는 것이다. 한국에 와서 연수를 해야한다면 재정적인 지원을 하고 또 정기적으로, 엄선된 전문가들이 그 나라에 가서 돕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해 캄보디아 최초의 부정맥 컨퍼런스를 프놈펜에서 개최했다. 의사들 모으고 시술도 직접 했다. 그곳에 갈 때 나 혼자만 가는게 아니라 젊은 의사들이랑 가서 같이 교류해야 한다. 부정맥 분야에서 페이퍼를 쓰려면 한국의 데이터만으로는 안된다. 다양한 증상이 그 나라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몽골, 캄보디아와 함께 퍼블리시하면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지난 달 중순 열린 ‘제9차 아시아·태평양 부정맥학회 학술대회’에 대한 평가와 관련, “2012년도에 홍콩에서 정기적으로 하던 미팅이 있긴 하다. 그때는 3000명이 좀 넘긴했다. 그걸 제외하고는 이번에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외국인만 2000명이 넘었다. 47개국에서 가장 많은 참가자가 이번 학회에 온 것이다. 옛날 제주도에서 할 때는 사실 빈 방이 많았었다. 일본, 중국에서 많이 오는데 그때 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많이 참석했다. 향후 개도국과의 매칭을 통해 이같은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잘 살려 나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여담으로 “아인슈타인이 동경에서 교토대, 동경대의 좁은 강의실에서 강의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일본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이 직접 분필로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을 쓰는 걸 보았다. 그 때 자극받았던 사람들 중에서 일본최초의 노벨상수상자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국가적으로 희망을 잃어갈 때 일본은 대외적으로 핫이슈를 만들고 있던 당대 최고의 학자들을 자국에 불러들여 여러번 강의를 하게 했다. 그러한 자극이 오늘날 노벨상을 만들었다. 얼마나 자극이라는 기회 부여가 중요한가. 5년, 10년, 20년 후 이번 학술대회에 참가했던 젋은 의사, 특히 한국 뿐 만 아니라 아시아 의사들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고 자부한다. 우리도 이런 수준높은 학회를 개최할 수 있고 외국 학회를 모방한 학술대회가 아닌 세계적인 학술대회로서 위상을 세우는데 일조했다”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김 교수는 마지막으로 정부 의료정책과 관련, “부정맥 분야가 워낙 새로운 기술이 짧은 시간 내에 많아지고 있다. 그걸 한국에서 명확히 하기는 어렵다. 신의료기술을 평가해 달라고 오는데 프로세스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순발력도 떨어지고 있다. 6개월, 1년씩 쉽게 넘어간다. 그러다 보니 의학자들은 지쳐 버린다. 지금 건보 재정이 20조원의 흑자다. 이걸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며 정부의 지원을 강력히 희망했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