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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고 김정룡 선생님을 기리며)
의사신문 | 승인 2016.10.26 10:04

고 김정룡 선생님을 기리며

 


 입추도 지난 가을의 문턱에,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을 느끼게 되는 지금, 선생님을 떠나보내게 되어 허전하고 텅 빈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나라 소화기내과의 간분야를 수립하고 이끌어 오신 의학계의 큰 기둥이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1971년 세계 최초로 B형 간염 환자의 혈청에서 표면항원을 분리하신 후, 1977년 B형 간염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셨고, 이후 개발된 백신을 실용화하여 널리 보급함으로써 우리나라에서 급-만성 간염, 간경변 및 간암의 퇴치에 획기적인 계기를 마련하셨습니다. 이러한 업적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과거 10%에 달하던 B형 간염 유병률을 현재 5% 이하로 감소시킴으로써 간경변 및 간암의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지대한 공헌을 하셨습니다.

 한편, `구인의국(救人醫國)'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으시고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곧 나라를 구하는 것이라는 신념하에, 숱한 간질환 환자의 치료에 평생을 몸 바치셨습니다. 저희 후학들에게 “너희 어머니, 아버지를 치료하듯이 환자를 대하라. 남이라고 생각하지 말라”, “유력 정치인이나 지게꾼이나 모두 똑같이 대해야 한다”고 항상 강조하시며 진료에 매진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또한 수많은 후학 양성 및 우리나라 소화기내과 간분야가 세계 속에 알려질 수 있도록 선구자의 역할을 하시었습니다. 수많은 학회와 모임의 직책에 열정적으로 임하셨으며, 체계적인 연구 장려를 위해 간염 백신 개발을 통해 얻은 수입으로 1984년 한국간연구재단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후학들에게 연구비를 지원하시고 서울대학교 내과학교실의 우수 연구 지원비도 매년 기탁해오셨습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설 간연구소를 설립하여 후학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기틀을 잡아주셨고 이를 국가에 헌납하셨습니다.

 특히 본교를 정년퇴임하신 후에도 간연구소로 자리를 옮기셔서 직접 파이펫을 들고 C형 간염바이러스 연구에 여념이 없으셨던 선생님의 열정은 저희 후학들이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국민보건에 크게 이바지한 업적들로 1984년 4월 국민훈장 모란장, 2011년 10월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학문적으로 매우 엄격한 분이셨지만 평소 후학들을 따뜻하게 대하시던 분이셨습니다. 선생님의 병실 대회진 전, 선생님의 발자국소리가 뚜벅뚜벅 들리기 시작하면 모든 전공의, 전임의들이 긴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회진 전날 하나라도 놓칠세라 마음을 가다듬고 준비하던 기억이 선합니다. 또한 연구에 있어 조금이라도 나태한 모습을 보이면 호된 불호령을 내리셨지만, 한편으로는 당신께서 야단치신 다음에는 목탄회, 금주회 등의 자리를 빌려 더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

 병고에 고통 받는 이들을 헤아리는 법을, 동료·후학과 함께 하는 학문의 즐거움을 깨우쳐주신 큰 어른이셨던 선생님께서 떠나가심으로 인한 실의(失意)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가 없지만, 선생님의 발자취를 항상 기억하며 저희도 선생님이 가셨던 길을 밟으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 아끼셨던 본 교실과 간연구소를 저희가 더욱 발전시켜 `역시 간 박사 김정룡 선생님의 제자들이구나'하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저희를 채찍질하겠습니다. 부디 평화와 안식이 선생님과 함께 하길 기원하며, 후학들의 존경을 모아 선생님의 영전에 바칩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의국원 일동 호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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