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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정책에 의료전문가 목소리 폭넓게 반영돼야”
“보건의료정책에 의료전문가 목소리 폭넓게 반영돼야”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6.10.24 08: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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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의사출신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

“보건의료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문가들의 목소리가 폭넓게 반영돼야 합니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사진)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임기 2년의 개방형 직위로서 메르스 사태 이후 공중보건정책의 중요성이 부각됨에 따라 2015년 7월 신설됐다.

예방의학 전문가인 나 국장은 공개채용절차를 거쳐 지난 8월 29일 신임 시민건강국장으로 임명됐다. 전남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그는 보건산업진흥원 지역보건산업팀장과 보건의료산업단 연구원, 건양의대 예방의학 교수, 서울시립서북병원장을 역임했다.

의사신문은 최초의 의사출신으로 서울시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은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으로 임명된 지 50여일 정도 지났다. 임명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은? 취임 후 그동안 어떤 업무에 집중했나?

업무파악을 하는 데 주로 시간을 보냈다. 임명되자마자 업무보고와 국정감사가 있어 매우 바빴다. 시민건강국장직에 지원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대학에 있을 때부터 보건정책을 다뤘고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관리의 중요성을 느껴서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보건정책을 위해서는 의료현장의 의사를 비롯한 보건의료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반드시 폭넓게 반영될 필요가 있다. 외국에서는 의사들이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상당히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 이 점에 대해 그동안 많은 문제의식을 느껴 건양의대 예방의학 교수로 있으면서 대전광역시 보건소나 충청남도 등과 보건관련사업을 굉장히 많이 했다. 또 서북병원장을 맡으며 메르스 사태를 겪었고 결핵관리사업, 301 네트워크 등에 관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지역사회 연계관리, 퇴원 후 재입원 억제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2. 메르스 사태는 예기치 못한 일이었을 텐데 본의 아니게 좋은 경험이 됐나?

그렇다. 사실 날벼락을 맞은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메르스 사태를 통해 위기대응능력을 많이 높일 수 있었다. 사스나 신종플루는 대학에 있으면서 언론을 통해서만 접했지만 메르스는 사건현장 한가운데 있으면서 각종 대책을 세워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당사자 입장이었다.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나라 감염병 관리 실태와 문제점을 여실히 느꼈다. 대비책을 세우면서 정책적인 면에서 제 나름의 비전과 생각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

3.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하나?

이전까지 보건정책관이었는데 메르스 사태 이후인 지난 2015년 7월 1일 하나의 독립된 국으로 격상돼 시장에게 직접 연결하는 보고라인이 만들어졌다. 주로 하는 일은 서울시 산하 시립병원, 보건소 등과 협력해 시민건강과 관련한 주요정책을 생산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이다. 또 서울시에 소재한 의료기관과 약국 등 요양기관들에 대한 위법사항을 지도·감독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응급의료나 정신보건제도, 시민건강생활식습관, 식품안전, 감염병 대응, 대기오염 등 서울시민들의 건강과 관련된 일에는 모두 관여하는 부서라고 생각하면 된다.

4. 최초의 의사 출신 시민건강국장으로서 의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높은데?

사실 시민건강국장은 의사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의사가 맡았을 때 장점이라면 보건의료현장에 의사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현장의 목소리를 면밀하게 시의 정책으로 변환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의사회 등 의사단체와 협력해 지역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 지금까지 보건의료정책은 정부나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형태여서 의사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괴리감이 컸다. 그래서 제가 시민건강국장을 맡으며 의료계의 참여를 많이 이끌어내려고 한다. 의사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며 서울시민의 건강에 보탬이 되는 아이디어를 많이 모으고 싶다. 이련 면에서 의사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5. 의료계의 어려움, 특히 의원급 의료기관의 어려움이 굉장히 크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서울시의 대책이 있나?

일차의료활성화는 국가보건의료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일차의료활성화에 실패하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정책도 함께 실패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보건소나 보건지소도 일차의료활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고육지책으로 나온 것이다. 제가 민관협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나름대로 여러 생각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나라 대형병원들의 무분별한 외래진료 및 병상확대를 억제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적 대응책이 부재하다. 이를 민관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와 민간이 일정한 역할을 나눠 시민건강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가 시민건강국장으로 있으면서 이 부분에 집중할 것이다.

6. 사실 그동안 서울시가 보건지소, 세이프약국, 어르신 한의약 치매건강사업 등을 통해 의료계와 역행하는 모습을 많이 보인 것도 사실이다.

보건지소나 어르신 한의약 치매건강사업 등을 자체적으로 보면 분명 절름발이 정책이 맞다. 그러나 ‘취약계층을 어떻게 하면 더 잘 돌볼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서 생긴 제도다. 어르신들이 한방을 상당히 선호한다. 제가 건양의대에 있을 때만 해도 비뇨기과 교수와 함께 충남 서산에서 전립선비대증 관리시범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는데, 전립선 비대증으로 소변을 잘 보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정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해 고기나 술 종류를 굉장히 많이 드시더라. 비뇨기과 교수가 “그러면 더 안 좋아진다”고 아무리 말려도 어르신들의 신념이 상당히 강해 잘 안 고쳐졌다. 그런데 한방에는 원래 전립선비대증이라는 개념도 없지만 한의사들이 “요폐(尿閉)는 열이 많아 생긴 병으로 술이나 고기를 먹으면 더 안 좋아진다”고 설명해 어르신들의 인식개선에 많은 도움이 됐다. 치매도 종류가 상당히 많은데 신경과의 컨설팅 없이 한약을 쓰면 굉장히 위험하다. 또 최근 일부 의대에서 보완대체의학 강의를 하기도 하는데 현대의학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수단을 찾아보자는 의미에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보건지소 문제도 취약계층의 의료접근성 문제에서 생겨난 것인데 앞으로는 민관이 협력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7. 앞으로 서울시민의 건강을 위한 시와 유관기관·단체의 협조는 어떻게 이뤄지나?

제대로 된 보건의료정책 구현을 위해 민관협력은 필수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의사협회가 만성질환관리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부터 7개 자치구를 대상으로 ‘시민건강포인트제도(참여의료기관이 만성질환자를 관리하면 건강보험 수가 외에 포인트를 주는 제도)’를 진행하는 등 서울시의사회와 같은 유관기관의 협조를 얻어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 안심병동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앞으로 서울시가 시민건강을 위해 의미 있는 사업들을 지역의약단체와 함께 진행할 것이다.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고 취약계층 건강문제, 감염병 대응문제 등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민관이 협력하면 저수가로 묻혀있던 의료서비스를 발굴해 정책화하는 등 많은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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