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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버르토크 현악사중주 제6번 D장조, 작품번호 114 
벨라 버르토크 현악사중주 제6번 D장조, 작품번호 114 
  • 의사신문
  • 승인 2016.09.2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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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69〉 

 

■버르토크 말년의 음악적 운명을 암울한 빛깔로 채색

버르토크는 작곡가로서 한 생애에 걸쳐 현악사중주라는 장르에 매료되어 있었다. 1898년 부다페스트음악원에서 공부를 시작하기 직전 작곡했던 작품도 현악사중주였고, 그의 죽음으로 완성되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작곡하고자 했던 것도 현악사중주였다. 이렇듯 현악사중주는 그의 생 한가운데 있었다. 그가 출판한 여섯 개의 현악사중주는 제자 마티야스 지버가 썼듯 `그의 전체 작품을 이루는 뼈대'와도 같다. 베토벤 이후 중 가장 빼어난 작품이 바로 버르토크 현악사중주라는 의미는 완성도 높은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들을 통해 드러나는 버르토크 음악 양식의 변천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현악사중주라는 매체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것의 독특한 효과를 표현했다는 점은 그가 현악기 연주자가 아니었다는 걸 감안하면 너무나도 놀랍다. 그가 매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발트바우어-케르페이 현악사중주단은 그의 현악사중주 제1번의 초연을 위해 결성된 사중주단이었고, 제2, 3, 4번 현악사중주도 초연하였다.

악기의 음색에 대한 뛰어난 귀를 갖고 있었던 그는 일련의 현악사중주를 통해 이중음, 삼중음, 심지어 사중음과 빠른 악절들을 이용하였다. 음색의 다양성은 약음기를 사용하거나 현을 기존 방식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트릴이나 트레몰로 혹은 `비브라토 없이', `더욱 더 비브라토로' 등의 지시어들로 장식하여 이전 어떤 현악사중주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음향을 만들어냈다. 짜임새에 있어서는 주제의 발전이 내적으로 깊어지고 서서히 퍼져나가는 방식으로 구성하였고, 현악사중주의 일반적 특성을 보다 밀도 있고 복잡한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또한 악장 내 혹은 악장과 악장 사이에 다른 아이디어로 축약하거나 확장 혹은 변화할 수 동기를 사용하였는데, 이러한 방식은 버르토크 이전 리스트, 바그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사용했던 `테마의 변형'기법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현악사중주 제1번과 제2번은 후기 낭만주의에서 시작하여 드뷔시의 영향을 받고 헝가리 민속음악에 자극받은 그의 독특한 음악적 어휘가 형성되고 세련되어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아직까진 베토벤 후기 현악사중주의 깊은 영향이 묻어있으면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쇤베르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현악사중주 제1번이 1910년 초연되었을 때, 마침 그 이틀 전 졸탄 코다이의 작품 연주회가 있었는데 이때를 `근대 헝가리음악의 탄생일'이라 칭한다. 그의 중반기 특징인 표현의 극단성과 집중을 보여주면서 표현주의 시대를 연 현악사중주 제3번은 현악사중주 제2번을 끝낸 10년 후 그가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하면서 1927년 3주 만에 완성하였다. 이 곡은 불협화음을 가장 극단적으로 사용하고 현악기의 음향을 가장 거칠게 다룬 곡으로 가장 짧은 곡이면서 가장 집약된 곡이기도 하다. 가장 완성도 높은 현악사중주 제4번을 지나 현악사중주 제5번은 1934년 미국 여류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콜리주의 요청에 의해 만들어졌는데 제4번과 마찬가지로 아치형식으로 되어 있다. 제5번에서는 다소 절제하며 전통 존중의 신고전주의로 회귀한다.

이 현악사중주 제6번에서는 다소 암울한 빛깔로 채색된 비극적 내면 응시 및 비관적 세계관을 통해 말년의 자신의 음악적 운명을 투영하고 있다. 제5번 이후 5년 동안 고국 헝가리에서 파시즘 출현에 위협을 느꼈고, 헝가리 내에서 더 이상 자신의 작품을 연주하지 않고 이주를 결심한다. 하지만 어머니 병환으로 남아 있다가 어머니 사망 후 1939년 제6번이 작곡된다. 그 비통한 심경과 위축감이 마지막 현악사중주에 잘 드러나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새로운 형식'을 향한 갈구를 엿볼 수 있지만 내용은 여전히 치열하고 긴장감이 가득하다. 악장들은 안정적 구성에 의해 정돈된 모습이고 내용의 전개도 선명한 화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의 작품들 중 가장 어둡고 애매모호한 음악적 서술처럼 들린다. 이후 고국을 떠나 미국 이민 길에 올라야 했고 한동안 작곡에 손을 대지 않는다. 그의 죽음으로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현악사중주 제7번을 위한 초고가 사후 발견되었다.

△제1악장 Mesto-piu Mosso. Pesante-vivace 소나타 형식으로 악장의 서두는 유난히 슬픈 서주로 시작하면서 현악사중주 제2번의 제1악장을 떠올리게 한다.

△제2악장 Mesto-marcia Con Sordino 행진곡 혹은 순환하는 춤곡으로 18세기 `베르분코스'라는 리듬으로 되어 집시음악의 덜거덕거리는 소리와 과장된 정열이 패러디되었다.

△제3악장 Mesto-burletta 슬픈 서주로 시작하면서 원시적 `부레타'로 서정적인 중간부의 느린 피치카토의 재현부를 갖고 있다.

△제4악장 Mesto 슬픈 주제는 확장되어 제1악장의 2개 주제가 멀리서 회상하는 듯 흘러나온다. 이것은 작곡할 당시 주변의 사태들에 의해 파괴된 옛날의 헝가리,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헝가리에 대한 추억을 함축하고 있다. 원래는 경쾌한 춤곡으로 마무리하려 했었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깊은 충격을 받은 버르토크는 마지막 악장을 또 하나의 슬픈 노래로 만들었다.

■들을 만한 음반
△타트라이 현악사중주단(Hungaraton, 1967)
△헝가리안 현악사중주단(DG, 1962)
△베그 현악사중주단(EMI Angels,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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