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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세바스찬 바흐 〈관현악 모음곡〉 제2번 B단조 바흐작품번호 1067 
요한 세바스찬 바흐 〈관현악 모음곡〉 제2번 B단조 바흐작품번호 1067 
  • 의사신문
  • 승인 2016.08.2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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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65〉

■독일민속을 가미한 세련된 프랑스 궁정 춤의 향연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네 작품 중에서는 이 `플루트와 현악 합주에 의한 제2번'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관현악 모음곡〉이라는 명칭은 바흐가 아닌 후세 사람들이 붙인 것으로 당시에는 그저 서곡(overture)이라 불렀다. 당시 서곡의 개념은 요즘과는 사뭇 달랐다. 오페라의 서곡처럼 그 극을 요약한 내용의 서곡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하나의 음악 장르로 모음 작품 등의 서주로 사용되곤 하였다.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네 곡 모두 프랑스풍의 서곡을 제1곡에 두고 몇 곡의 춤곡으로 구성되어 있어 당시에는 서곡으로 불리었다. 그들 각각의 춤곡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프랑스 궁정의 세련되고 화려한 춤곡과 자신의 조국 독일의 풍토 속에서 발전해 온 민중적인 춤곡이 섞여 모음곡 형식을 띠게 되고 예술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예술적인 깊이와 풍부함을 이 작품에서 한껏 표현하고 있어 바흐의 위대함을 엿볼 수 있다.

그의 대부분의 기악 작품들처럼 〈관현악 모음곡〉 제2번의 정확한 작곡 연대를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기악곡을 가장 왕성하게 작곡하던 쾨텐 궁정관현악단의 악장으로 일하던 이른바 쾨텐 시절인 1717년부터 1723년 사이에 작곡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 배경은 이 시기 바흐의 실내악 작품 대부분이 작곡되었기 때문인데 이 작품에서는 플루트의 활약이 두드러져 마치 독주 플루트와 현악 합주를 위한 협주곡 같은 인상을 풍긴다. 플루트는 때로 제1바이올린과 겹치기도 하면서 이 두 악기가 함께 빚어 내는 부드러운 음색은 아주 독특한 화음을 창조하고 있다. 당시에는 연주자를 미리 염두에 두고 작곡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이 구성을 보면 바흐의 주위에 매우 뛰어난 플루트 연주자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악기 편성은 플루트, 바이올린 2부, 비올라 및 통주저음으로 구성되었고 모음곡 전체가 B단조로 통일되어 있다. 바흐 시대의 이른바 모음곡은 서곡으로 시작되는 몇 개의 춤곡의 집합이었는데 그 표준 형태는 제1곡 알르망드, 제2곡 쿠랑트, 제3곡 사라방드, 제4곡 지그 등 모두 4곡으로 그 사이에는 다른 형식의 춤곡을 삽입했다. 즉 가보트, 미뉴에트, 부레 등으로 때로는 춤곡이 아닌 아리아를 넣기도 했다. 이런 형태의 모음곡은 훗날 점차 순수한 기악곡의 성격으로 진화된다.

△제1곡 Overture 프랑스풍 서곡으로 고전적인 장중함과 비창감이 떠돈다. 플루트가 때때로 현의 합주로부터 벗어나서 경쾌함을 준다. 중간부에 빠른 푸가가 삽입되는데, 여기에서는 플루트의 화려한 패시지가 들을 만하다. 플루트와 현의 합주도 음색적인 대비 효과가 매우 훌륭하다. 서주는 느림(Grave)-빠름-느림(Grave) 양식의 프랑스풍 서곡형식에 의하며 그 중간부엔 바흐가 즐겨 쓰는 푸가의 기법이 사용되고 있다.

△제2곡 Rondeau 플루트와 제1바이올린에 의한 우아한 론도 주제가 세 차례 되풀이된다. 경쾌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분한 정감을 가지고 있으며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는 곡이다.

△제3곡 Sarabande 사라방드는 스페인 무어인의 춤에서 유래된 춤곡으로 느릿하고 장중한 악풍을 가지고 있는데 이 곡에서는 춤곡보다는 느린 민요풍으로 사용되고 있다. 플루트와 제1바이올린에 의해서 제시된다. 느린 주제로 잇달아 노래해 나가며 전체에 장중하고 비통한 기분을 빚어낸다.

△제4곡 Bourree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유행했던 빠른 템포의 춤곡으로 제1부레와 제2부레로 나누어지며, A-B-A형식으로 제2부레를 끼고 제1부레가 되풀이된다. 제1부레는 생기가 넘치는 발랄한 곡상을 가지고 있으며 제2부레는 플루트가 평온하게 노래하는데 그 대비가 선명하다.

△제5곡 Polonaise 16세기경부터 폴란드 궁정의식이나 귀족들의 참례 음악으로 품격 있는 춤곡이다. 훗날 유럽 각국의 궁정무도회에서 유행하였다. 바흐는 폴로네즈 특유의 악센트를 가진 주제를 사용하여 조금 느린 속도로 이 춤곡의 전아함을 강조했다. 여기 통주저음에 맞추어서 명인적인 플루트의 화려한 기교를 선보이고 있다.

△제6곡 Menuett 프랑스에서 유래된 춤곡으로 루이 14세의 궁정에서 대단히 유행했다. 플루트와 제1바이올린의 주도로 연주되며 미뉴에트 본래의 우아함보다는 오히려 애수미가 가득 차 있다.

△제7곡 Badinerie 바디네리는 춤곡이 아니라 농담, 희롱, 익살 맞는 짓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 곡에서는 명인의 솜씨를 뽐내며 플루트 매력을 한껏 표출하고 있다.
 
■들을 만한 음반
△칼 리히터(지휘),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Archive, 1960)
△존 엘리엇 가디너(지휘),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츠(Erato, 1983)
△트레버 피노크(지휘), 잉글리시 콘서트(Archiv, 1979]
△라인하르트 괴벨(지휘), 무지카 안티쿠아 퀼른(Archiv,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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