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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의 `고요한 응급실' 
오스트리아 빈의 `고요한 응급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8.22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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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동유럽 취재 중 우연한 계기로 오스트리아 빈의 한 병원 응급실을 찾게 됐다.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한 여의사가 아나필락시스 쇼크(Anaphylaxis Shock)로 쓰러졌고, 같은 장소에 있던 기자와 일행은 혈압이 떨어져가는 긴급한 상황 속에 앰뷸런스를 불러야했다. 앰뷸런스에는 한 명만 동승이 가능했기 때문에, 나머지 일행은 곧바로 택시를 타고 Sozial Medizinisches Zentrum Sud Kaiser Franz Josef Spital 응급실로 향했다.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한 응급실. 대기 중인 환자도 현저히 적었고,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들 간의 대화소리, 발소리도 모두 조심스러웠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응급실 분위기에 기자와 일행이었던 여의사들 모두 감탄했다.

치료 절차도 깔끔했다. 혈압이 80/40으로 떨어져 의식이 없고 혈관이 나오지 않아 구급대원이 처리하기 무리였는지 의사를 호출했고, 응급처치 후 바로 입원 절차에 들어갔다. 정밀검사 후엔 환자 면회도 짧게 가능했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들어갈 수는 없었고, 보호자 2명씩 들어가 10분 이내로 마치고 나와야 했다. 병원의 고요한 분위기와 의료진들의 단호하고 침착한 대응이 우리를 안심케 했다. 반면, 우리나라 `응급실'하면 무의식적으로 사람이 많고 분주한 장면을 떠올린다. 실제 대형병원 응급실은 대기 중인 환자와 보호자로 북적이고, 흔히 접하게 되는 언론과 미디어에서도 이 같이 묘사된다.

온 국민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지난해 메르스 사태 이후 보호자·방문객의 응급실 출입을 통제한다고는 하지만, 응급실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쏠림 현상도 아직 심각하다. 이런 문제에도 민간 병원만이 발을 동동 굴릴 뿐 정부는 탁상행정만 반복하며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진 못하고 있다.

당시 우리 일행은 혹시나 오스트리아 빈에서의 국제학술대회가 아닌 저개발국가에서 봉사활동 중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아찔해 했다. 동시에 우리나라의 응급실이 언제쯤 오스트리아에서 경험했던 응급실처럼 고요하고 쾌적하게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을 던졌다.

우리나라의 혼잡한 응급실과 병문안 문화 문제가 하루빨리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해결책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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