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이슈 & 포커스] 실손의료보험의 허(虛)와 실(失)
[이슈 & 포커스] 실손의료보험의 허(虛)와 실(失)
  • 김동희 기자
  • 승인 2016.07.25 12: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200만명 가입자 외면 “보험사를 위한 보험” 

실손의료보험(實損醫療保險)은 병의원 및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최대 90%까지 보상하는 보험으로, 줄여서 실손보험이라고도 하며 지난 2003년부터 도입됐다.

대한개원의협회는 금감원을 4차례 항의 방문, 실손보험 정책의 대대적 개선을 촉구했다.

실손보험 가입자 3200만명 시대. 가입자들은 평소에 비교적 저렴한 보험료를 납부해 질환 치료시 목돈이 드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 실손보험에 가입한다. 이러한 환자의 편의를 제공해 오고 있던 실손보험이 최근 확인되지 않는 보험사의 손해 논리에 금융감독원이 표준약관을 변경, 국민의 정당한 치료권리와 이를 공급하는 의료계에 제동을 걸고 나서고 있다. 보장은 축소하고 보험료를 올리는 등 가입자와 공급자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의료계와 소비자단체들은 실손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민간보험사만 배불리는 금감원의 실손보험 정책의 대대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으며 대한개원의협회는 산하에 실손보험 표준약관 변경에 관한 범의료계 실손보험대책위원회(위원장·김승진)를 결성, 금융감독원에 4차례 항의방문을 하는 등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 국민들은 매달 일정금액을 지불하며 향후 의료수요가 발생했을 때 실손보험사들의 기준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고 학문적으로 근거 있는 방식으로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다수 있다. 실손보험사들은 환자의 안전이나 편리함보다는 그들이 지불하는 비용에 더 초점을 맞춰서 운용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의료계의 가장 큰 반감을 사고 있는 `하지정맥류 수술'의 경우, 금융위원회에서 고시한 표준약관을 보면 2016년 이후 가입자 혹은 이전 가입자라도 새로운 약관으로 갱신한 가입자는 하지정맥류수술시 절개법만을 보장한다고 명시했다. 미국정맥학회나 대한정맥학회 공통으로 하지정맥류수술시 레이저수술이나 고주파수술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권유하고 있고 미국은 90% 이상 일본은 75% 이상이 하지정맥류 수술을 레이저 수술이나 고주파 수술로 치료하고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회사들은 가입자들의 편의나 치료효과는 외면한 채 비용적인 측면만을 고려하여 2016년 이후 가입자는 레이저 및 고주파수술을 실손보험보장에서 제외시켰다. 단지 비용이 더 들어서다.

정식 의료행위도 보험사 이익 위해 보장 범위에서 임의로 제외
금융위, 관리감독은 고사 `보험료 인상 용인' 등 대변인으로 전락
의료계-시민단체, 불합리 약관 개정·보험사 횡포 직접 대응나서

 

이들 실손보험사를 감독하는 금융위원회도 문제가 많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며칠 전 하지정맥류 실손보험 개정 문제로 금융위원회에 전화해서 알게 된 사실은 금융위원회도 가입자의 이익보다는 실손보험사들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금융위원회 측에서는 월 보험료 상승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 라고 하지만 최근 월 보험료를 금융위원회의 용인 하에 대략 20%가까이 올렸으며 자기부담금도 10%에서 20%로 올려 신규가입자들의 부담은 대폭 늘렸음에도 불구하고 신규약관은 가입자에게 불리하게 바꾼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한 “개정약관을 가입자들에게 신규로 적용하고자 할 때 환자단체나 의사전문가들에게 자문한 뒤 고시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위원회 홈페이지에 40일간만 게시하면 개정 약관이 효력을 발생한다고 한다. 어처구니가 없다. 수많은 국민들의 건강과 의료서비스의 질이 결정되는 약관개정이 이렇게 허술하게 결정되다니, 좀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런 개정약관을 누가 발의 했느냐다. 실손보험사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손질한 약관을 금융위원회에 올리면 금융위원회는 다시 표준약관으로 고시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이렇다면 대단한 유착관계인 셈이고 관리감독을 하는 것은 고사하고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관계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더해 “이렇게 중요한 약관개정에 관한 절차는 가입자나 환자단체에 알려 가입자들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들어봐야 하고 전문가 단체에도 알려 근거중심 의학에 위배되지 않는 지 살펴야한다. 물론 현재 개악된 약관을 수정해서 일반국민들에게 손해가 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이들 실손보험사들을 효과적으로 관리 감독할 수 있는 방안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2016년 개정 금융위원회 표준약관에 따라 외모개선 목적의 다리 정맥류 수술(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대상 수술방법 또는 치료재료가 사용되지 않은 부분은 외모개선 목적으로 봅니다)을 실손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과 관련, 대한흉부외과의사회 김승진 회장은 “하지정맥류의 경우 상당수의 환자가 다리의 통증, 부종, 경련, 혈관염, 혈전, 궤양 등의 증상과 합병증을 호소하며 치료를 하고 있으며 이런 경우 단지 국민건강보험 비급여대상이라는 전제로 혈관레이저폐쇄술, 고주파 혈관폐쇄술 등을 미용치료라고 한다면 의학적, 사회적으로도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환자의 상태에 준하지 않고 수술방법에 따라서 단순히 비급여대상 치료방법을 이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외모개선목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항의했다.

이와 함께 흉부외과학회·흉부외과의사회·혈관외과학회·외과의사회·정맥학회 등 관련 단체들도 이구동성으로 하지정맥류에 대한 근본수술법은 전통적으로 시행되어 오던 상부결찰 및 광범위정맥류 발거술이 있으며 2000년대 초반부터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레이저근본수술, 고주파근본수술이 있다. 레이저근본수술과 고주파근본수술은 정맥안에 레이저나 고주파를 넣어 강한열로 정맥을 태우거나 굽는 방법으로 절개법보다 재발률이나 합병증이 현저히 낮아 전세계적으로 표준수술법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서인석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도 “현재 보험사는 손해율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매년 수조원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으며 상품 끼워팔기, 절판마케팅, 무분별한 상품 판매 등에 대해 반성없이 소비자와 의료계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실손보험 표준 약관 개정 및 보험사의 불합리한 보험금 지급 거절 문제 등에 대해 의료계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도 불합리한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하고, 금강원 분쟁조정위원회와 민간보험사의 의학적 근거없는 주장과 횡포에 적극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의협은 특히 “환자의 상태에 대해 의학적 진단과 판단에 따라 적절한 치료방법을 선택하고 증상의 호전 여부에 따라 치료기간과 치료 횟수를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지극히 당연한 권리”라고 역설했다.

이와 함께 불합리한 실손보험 표준약관에 지급 거절 당하고 있는 도수치료에 대해서도 관련 학회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금감원이 최근 “질병치료 효과 없이 반복적으로 시행된 과잉 도수치료는 실손의료보험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정한 것과 관련 대한도수의학회(회장·김용훈)는 “건강보험법 규정에 의하면 도수치료는 인정비급여로 분류돼 있고 실손 의료비 보험 표준약관에도 연간 180회 치료받을 수 있게 돼 있다”면서 “이런 모든 법과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하면서 실손 의료비 표준 약관을 승인한 기관에서 잘못된 결정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도수의학회는 “도수치료 보험청구에 대한 불법이 있다면 보건복지부에서 판단해 제재할 사항이지 금감원이 판단할 사항이 아니며, 적정 도수치료 횟수는 주 2∼3회, 4주 정도하는 근거 없는 기준으로 정상적인 도수치료를 호도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의협도 “정식 의료행위로 등재된 도수치료에 대해 적절한 의학적 근거없이 질병치료가 아닌 체형교정 등에 해당된다고 일발적으로 정하고 실손보험 지급 거절하는 것은 민간의료보험 가입자의 건강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며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이러한 의료계의 항의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의협에 보내온 `실손보험 표준약관(정맥류 수술 관련) 개정 재요청의 건'에 대한 회신에서 “`외모개선'에 대한 다의적인 해석으로 인해 발생하는 민원을 예방하고 보험계약자가 보험 가입전에 보장항목과 면책항목을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다만, 추후 의료환경 등 여건의 변화에 따라 새로이 출시되는 실손의료보험의 보장 범위는 계속 변화할 수 있으므로 귀 협회에서 보내온 의견은 향후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개정시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9월 중으로 의료계와 보험업계 등이 포함된 (가칭)상품심의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실손보험 상품을 개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흉부외과의사회 등 의료계는 개선시까지 지속적으로 의학적 기준과 실손보험 가입자의 실질적 권익 제고를 위해 조속히 표준약관의 재개정을 강력히 요청할 것이며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범의료계(보건의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등과 적극 공조, 실손보험 표준약관의 비의학적이고 불합리한 제도에 대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하여 적극 대응할 것을 천명했다.

제발 실손보험 문제를 의료계의 밥그릇 챙기기나 이기주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대형보험사의 눈치 보기를 떠나 실질적으로 국민에게 정당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거시적인 안목에서 봐야 할 때다.

김동희 기자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