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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관람한 `EURO 2016' 축구 경기 
독일에서 관람한 `EURO 2016' 축구 경기 
  • 의사신문
  • 승인 2016.07.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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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43〉

유럽축구협회에서 2년 마다 개최하는 EURO 챔피언 대회는 유럽대륙의 여름 밤을 뜨겁게 달구는 인기 있는 경기이다. 실제로 유럽인들은 월드컵 대회보다 더 애착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축구를 시작하고 발전시킨 지역으로 많은 사람들이 축구를 생활의 일부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마침 이번 EURO 2016 기간 동안 독일 하이델베르그 대학에 한달 간 연수하고 있었다. 우연히 개막전이 있는 날에 출국해 독일에서 결승전까지 보고 다음 날 귀국하였다. 나는 축구 구경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나, 저녁에 특별한 모임이 없어서 모든 경기를 보면서 점차 즐기게 되었다. 한편 대학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하여서 학생들의 관심을 파악할 수 있었고, 또 우리와 아주 가깝게 지내는 독일가정이 있어 단편적으로나마 그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독일인이 축구를 가장 사랑한다는 주장이 있다. 여러 유럽의 프로 축구 중 독일 분데스리가에 가장 많은 관중이 몰리기 때문이다. 보통 4만명 좌석인 경기장은 항상 만원사례이다. 국제 경기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어, 다른 나라와 중요한 시합이 있는 날은 기독교의 수난절 같이 모두가 조심하는 분위기다.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나쁜 것은 피하고 좋은 행동도 경건하게 해서 승리를 복으로 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경기는 가족, 친지나 애인과 함께 보려고 한다. 서로 친밀한 감정교류가 있어 말 그대로 이기면 기쁨을 같이 더하고, 경기에 지면 슬픔을 나누어 가볍게 하기 위함이다. 국제 경기가 있는 날은 일찍 집에 와서 가족과 같이 TV를 시청하기에 모든 도로가 텅 빌 정도로 한산해진다.

이들의 응원문화는 우리와 다소 다르다. 식당이나 술집에 모여도 특별히 대형 TV나 모니터를 설치하지도 않고, 구호를 같이 외치지도 않는다. 경기장에서도 깃발을 휘두르는 사람만 있고, 관중들은 개인 응원도구도 없이 그저 경기에 몰두하다가 자연스럽게 함성만 외친다. 따라서 분데스리가가 다른 나라 리그와 비교해 가장 조용하다. 독일과 이태리의 8강전을 우리 건물에 있는 피자집에서 양 국가 사람들과 TV로 함께 보았다. 이태리 사람들은 브라보를 연발하며 응원하는데, 독일인은 조용히 시청하면서 분석하고 있었다. 그들의 예상대로 최종 승부차기에서 독일이 골키퍼의 뛰어난 방어로 승리하였다. 그러나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는 우세하게 공세를 폈으나 페널티 킥과 프랑스의 속공역습으로 2대 0으로 석패했다.

승패의 갈림길이 된 페널티 킥은 심판 판정이 애매해 우리 같으면 감정적으로 반응할 터인데 여기는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요즘 프랑스가 어려운 일도 생겼고 주최국으로 수고를 많이 했는데 그들이 이기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배려(?) 하기도 했다. 스포츠 결과와 가치를 실제 이상으로 평가하지 않고 지혜롭게 이용하는 것이다. 축구 관람에서도 국민성이 나타난다. 우리의 독특한 응원 문화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겠다.

애국심이 흥행에 가장 큰 역할을 한다. 국가간 경쟁이 생겨 대표팀을 미리 만들어 많은 훈련을 하는 나라도 있다. 시합 전 세레모니는 애국심에 감정의 불을 붙인다. 양국의 국기와 대표팀 마크가 경기 잔디와 관람석에 가득하고 선수와 관중 모두 비장한 얼굴로 국가를 따라 부른다. 그러나 일종의 `불공정 경쟁 사례'다. 각국이 경제적 차이는 고려하지 않아도 인구 수에서 큰 차이가 있어서이다. 예로 도시국가인 룩셈부르크는 절대로 독일연방을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합리적 해결책을 만들면 어떨까? 나만의 지나친 주장인가…

EURO 2016은 이미 몇 나라가 주연으로 내정된 무대였다. 32팀에서 16팀을 뽑는 것이 아니고, 24팀에서 결정해 초반에 성적이 나빠도 강 팀은 와일드 카드로 올라가게 만들었다. 강대국은 아프리카 식민지에 있는 우수 선수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상도 못한 통쾌한 기적 같은 이변이 생겼다. 총인구가 33만2529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가 축구 종주국이며 6천 만 인구의 잉글랜드에 이긴 것이다. 아이슬란드 인구 중에 축구선수를 할 수 없는 여자, 노인, 어린이, 환자, 경찰과 소방관, 범죄인 등등을 제외하면 23명 만 남아 이들로 대표팀을 만들었다는 우스개 글이 인터넷을 떠돌았다. 팀 대부분이 프리미어 리그 선수인 영국을 꺾었으니 김소운 수필가의 표현대로 `재미가 깨를 볶는 사건'이다.

나에게 흥미 있는 현상은 축구 프로리그 수준이 세계적에서 가장 높은 스페인과 잉글랜드가 8강에도 못 들어가고 탈락한 것이다. 선수들이 부상을 염려하여 소극적으로 경기를 운영한지도 모르겠다. 현 세대에게는 돈의 가치가 애국심보다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대로 포르투갈 팀이 우승한 원동력은 약소국 조국에 대한 선수들의 뜨거운 애정이었다. 그러나 항상 실력대로 시합결과가 나타난다면 재미가 없다. “축구공은 둥글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선수의 분투와 그날의 운세에 의해 언제든지 이변이 생길 수 있다.

축구에 문외한이지만 공 하나로 이렇게 모든 사람을 열광하게 만드는 매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여러 구기운동 중 유독 왜 축구인가? 답은 우리 인간의 본능에서 찾을 수 있다. 축구시합에서 골을 넣는 과정을 경기장 위에서 촬영한 화면을 보면 여러분은 무엇을 연상하는지? 같은 팀 선수들이 공을 주고 받으면서 골 문으로 전진하는 것이 나에게는 동물몰이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서로 협력해 공을 가운데로 몰아가다가 마침내 그물망에 잡아 넣는 것이 동물사냥의 과정과 흡사하다. 즉 수렵생활을 하던 선조들의 행동양식이 유전자에 각인되어 우리가 축구를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것이다. 실제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어느 민족에게나 공처럼 생긴 둥근 것을 차고 놀았던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축구는 당연히 남자들 운동이 되었다. 사계절 어느 때나 궂은 날씨에 관계없이 경기를 하고 구경하는 관중은 더 열광한다. 나쁜 자연환경도 극복하고 사냥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 보다 유럽과 남미 국가가 축구를 더 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찍이 아시아 선조는 농경생활로 정착했지만 아프리카, 유럽에서는 수렵생활을 오래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의 연장선에서 최근까지 동물을 사냥해왔던 아프리카 사람들이 여건만 갖추어지면 곧 세계축구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미 프랑스팀은 주전 선수의 반이 흑인이었다. 여러분이 인정하기 어려우면 요즘 육상경기에서 아프리카인의 활약상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는 나에게 축구의 본성을 파악하여 더 즐기게 되는 기회가 되었다.

추가하자면, 현대축구가 영국에서 시작될 때 학교, 지역, 단체마다 규칙이 달라 많은 혼란이 있었다. 1863년에 런던에서 축구협회가 창립되고 현재의 경기규정을 만들었다. 럭비, 아일랜드 축구, 미식축구와 구별하기 위해, 이 협회 규정에 따르는 축구를 `Association football'에서 유래한 `soccer'라는 명칭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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