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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단칼럼]다같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
[의장단칼럼]다같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
  • 의사신문
  • 승인 2016.07.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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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애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전문위원
한미애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전문위원

1988년 개원하여 한동네에서  지금까지 주욱 자리를 지키고 있다. 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을 단독개원의로 살고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참으로 외로운 직장이 아닐수 없다.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개원의로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알지 못했다. 혼자서 몇 평 공간에 갇혀서 환자를 보는 일부터 시작해서 갖은 잡다한 일들을 거의 혼자의 힘으로 처리해 나가야 했다.

정보 통신 시스템이 발달 했을 때가 아니던 그 시절에는 의사회에서 오는 연락이나 어쩌다 한두 달에 한번 만나는 주위 동료의사들 모임, 동문회 모임 등이 유일하게 정보를 얻거나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는 기회였다.

물론 모든 분들이 다 그러하지는 않으셨겠지만 사회생활 경험도 부족한 여의사에게는 참 힘든 시절이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각종 정보 통신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정보는 쉽게 얻을 수 있게 되었고 소통도 수월해졌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얻는 정보 덕에 오프라인 상의 인간관계는 더 소홀히 하게 된 것 같다.

동문회나 지역의사회 모임에 참여하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모임의 존폐위기가 염려스러운 지경에 이르렀다. 아쉬움이 없어진 탓인가 굳이 내 시간을 소비해가면서 지역의사회 모임에 참석해야할 이유도 없어졌고 그러다보니 각 구의사회에 미등록 개원의의 숫자도 늘어가고 회비 미납자도 다른 단체에 이야기하기 창피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다.

약사회에서는 감히 회비를 안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 예결산 전문위원으로 몇 해 동안 일을 하고 있지만 매년 결산 때마다 각구의 회비 납부율, 특히나 특별분회의 회비 납부율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을 떨쳐 버리지 못한다.

아쉬움이 없는 분들일까.

전체적인 의료가 가진 문제들과는 상관 없이 자신의 수입과 진료와 학문에만 전념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이 시대로서는 보편화된 정서인것일까. 의사라는 직업적 특성상 의사들 사이에만 통용되는 정서일까.

의사에게는 누구나 한 때가 있는 것 같다. 의사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마찬가지이지만 인생에서 누구에게나 정점은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게 언제인지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정점에서 내려와 버린 자신을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지금 당장은 개인 수입이나 병원경영에 어려움이 없을 지라도 지금처럼 잘못된 의료체계 속에서 언젠가는 본인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미 늦어버렸다는 것을.

어쩌면 지금 현 시점도 이미 늦은 건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문제점은 많고 의사도 정부도 공무원도 이를 알고는 있지만 이미 너무 잘못된 길로 가버린 탓에 바로잡을 방법은 누구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회원들은 날로 힘들어지고 의사들 사이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데 우리 단체는 과연 순수한 마음으로 회원들을 위해 일하려고 하는 것이지 사실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많고 실망스러운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면하고 불참하고 혼자 외로운 길을 간다. 그게 어떻게 보면 마음은 편하니까. 그래서 회비도 안내고 모임도 참석안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이 사람들을 어떻게 다시 한 마음으로 뭉치게 할 수 있을지 답은 모르겠다. 누군가가 나서야 하고 순수한 맘으로 회원들을 위해 일해야 하고 그저 외롭고 힘없는 나 같은 일반 회원들은 그 `누군가'는 되지 못하니 하라는 것에 동참 해가다보면 답이 생기려나.

재작년은 세월호 여파로, 작년은 메르스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는 뚜렷한 이슈도 없이 그냥 힘들다.

이제는 포기하고 적응해야 할까 아니면 다같이 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까.

악플보다 더 무서운건 무플이라고 하는데 회원들의 무관심과 방관이 결국 우리들 스스로에게 더 큰 악재로 돌아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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