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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포커스]병협, `체제 변화 프로젝트' 실험적 시도로 마무리
[이슈 & 포커스]병협, `체제 변화 프로젝트' 실험적 시도로 마무리
  • 김기원 기자
  • 승인 2016.06.27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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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대신 안정 선택…“시스템 보다 리더쉽 문제” 

 

[편집자주] 본지는 이번 호부터 `이슈 & 포커스' 면을 신설하고 매달 한번씩 게재할 계획입니다. 의료계의 적지 않은 핫이슈 중 다시 한번 조망해 보거나 혹 이런저런 이유로 간과하고 지나쳤던 사건이나 제도, 궁금했던 내용 및 경향들을 다시 리뷰하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전국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병협이 올 초 `이사장제 도입' 등 체제 변화를 추진하다 두 달 만에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종결했다.

이 같은 체제 변화 시도는 산적한 병원계 현안들을 타결하기 위한 방편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병협의 `체제 변화 시도'는 `득보다 실이 많다'는 병원계 내부의 여론에 떠밀려 없었던 일이 되었다.

왜 이런 실험적 시도가 일어났을까. 그리고 무엇이 현상 유지 쪽으로 가닥을 잡게 만들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병협을 이끌어 가는 회장은 체제 변화를 통해 새롭고 효율적인 조직체계의 탄생을 강력히 원하는 반면에 일반 회원병원장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었다.

보수적인 병원계는 병협의 갑작스런 체제 변화 시도와 관련, 득보다 혹 발생할지도 모를 혼란에 대해 많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 같은 모습은 회원병원장들이 체제 변화라는 혁신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제 변화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수많은 세월 동안 검증되어온 현재의 병협 체제가 비록 효율성에서는 다소 떨어진다 하더라도 병원계를 이끌어가는 데 더 안정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현재까지 이보다 더 나은 체제는 없다는 경험에 의한 것이다.

병협은 지난 봄, 당시 박상근 회장의 주도 아래 `병협의 대응력과 파워 즉, 현재의 체제로는 회무 추진과 현안 해결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체제 변화를 적극 시도했었다.

박 전 회장은 체제 변화 필요성과 관련, △병협 회장의 과다한 대외행사 참석 부담(연간 200여건 이상) △중요한 정책 결정을 회장 혼자서 해야 되는 시스템 △회무 추진시 대학병원장 및 중소병원장이 공조,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 등의 애로점을 들었다.

박 전 회장의 `체제 변화' 결심 이후 병협은 한시적으로, `회무관리체계의 개편을 비롯 회세 확대, 재정 건전화 등을 통해 역량 강화와 중장기적 발전방안 모색'을 목적으로 `병원협회발전특별위원회'(이하 발전특위)를 만들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펼쳤다.

발전특위는 직능 및 직역대표 그리고 정관 및 규정 개정 관련 상설위원장 등 병협 주요 인사가 대부분 포함된 가운데 혁신방안 마련에 적극 나섰다. 또 지난 2월23일 1차 회의와 3월17일의 2차 회의〈사진〉, 3월31일의 3차 회의 등 세 차례 회의를 거치는 가운데 혁신안인 `이사장제 도입을 위한 정관개정안'을 최종 마련했다.

전임 집행부 당시 `대응력과 파워 문제 제기' 정관개정 드라이브
`이사장-회장제' 도입 혁신안 논의 불구 총회 상정도 못하고 좌초
`회장 상근' 이후 위원회 별 자율기능 축소 `체제변화론' 급부상

`이사장-회장제 도입'을 전제로 한 정관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이사장 임기는 2년에 `이사장 선출방식+이사장'은 대학병원계와 기타 병원계의 교차출마를 원칙하고 △차기 이사장은 현직 이사장 임기 시작 1년 후 선출하며 병협 대표권은 현직 이사장에 한해 인정되며 △회장은 병협 책임 관리운영자로서 총회-이사회-상임이사회에서 의결된 사항과 운영위원회 및 상설위원회에서 부의된 사항을 총괄 집행한다 등이었다.

지난 2월23일의 제1차 발전특위 부터 3월17일 2차 회의, 3월31일 3차 회의까지만 해도 병협은 실로 역사적인, `병협 체제 변화'라는 혁신의 큰 그림을 완성할 것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체제 변화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사립대의료원협의회 소속 원장들이 협의회 정기총회에서 도출됐던 문제점(이원화, 힘의 분산, 1년의 짧은 임기 등) 등을 지적하며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후 급물살을 타는 것처럼 보였던 병협의 체제 변화 시도는 신중을 요하는 여론에 밀려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질주하던 발전특위의 혁신 프로젝트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었다.

지난 4월7일 상임이사회에서 정관개정안 채택과 관련 난기류를 보이다가 4월21일 이사회에서는 논의가 불발되었으며 5월13일 병협 총회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자연 폐기되는 수순을 밟았다. 주된 이유는 `시기상조'와 `너무 촉박하게 추진, 검토해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이어 더해 박상근 전 회장의 임기말에 전격 추진된 체제 변화 시도 프로젝트는 레임덕 현상과 함께 체제 변화 시도의 순수성 의심 등 비판 속에 동력을 잃고 실종됐다. 이로 인해 향후 논의 자체도 불투명해졌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병협이 발전적으로 변해야 한다'라는 원칙에 대해서는 반론이 없다. 그러나 △기존의 병협 체제를 굳이 바꿔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 적지 않았고 △(체제 변화에 대한) 시기 상조론과 △과연 이사장제 도입이 병원계에 순기능을 할 것인지 의구심 등 각론에서 입장차가 컸다.

논란 끝에 병협 혁신안이 폐기됐다. 그러나 발전특위 인사들은 “사실상 노터치였던 병협 체제 혁신에 대해 논의하고 `이사장-회장제'라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마련, 제시하고 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었다”며 애써 위안을 삼고 있다.

체제 변화 시도가 용두사미격으로 변해 가는 과정에서 제안자였던 박상근 전 회장에게 비판이 집중됐다. 이에 대해 박상근 전 회장은 “개혁의 핵심은 체제 변화다. 그것은 회원들이 결정하는 것이다. 각종 직능과 지역에 계신 유지 즉, 병협의 큰 줄기를 이루는 인사들이 모여 심각한 논의 끝에 대체적으로 합의를 본 사항이다. 단지 시행시기 등은 차기 집행부에서 노력하자고 했던 것”이라며,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였다고 해명했다.

박 전 회장은 “몇몇 분들이, 물론 사전에 설명하지 못한 게 불찰이긴 하지만, 뭔가 오해한 점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뭘 또 하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분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총론적으로 그분들도 다 동감하고 있다. 병협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뭔가 큰 틀에서의 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동감했다. 많은 분들이 병협을 걱정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 전 회장의 이런 해명과 달리 `병협 혁신'에 대한 병원계 내부의 비판은 강했다.

반대 입장에서는 △혁신안을 강력히 추진했던 사람들은 `전임 집행부의 일부에 국한된다'고 잘라 말할 정도였다. 또 △혁신안을 단순히 시기상조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체제 변화가 `순기능 역할을 잘할 수 있을까'라는데 고민하고 동의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특히 △병협은 전통적으로 `회장 비상근' 체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아무런 문제없이 잘 운영되어 왔으며 또 △병협 시스템이 최상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라고 지적했다. 굳이 문제를 삼는다면 △수 년 전부터 정착되기 시작한 `회장 상근제'와 이에 따른 `회장 중심제 강화'라고 꼬집었다.

모든 권한이 상근 회장에게 집중되는 구조로 변하다 보니 회장과 의견이 달라도 별 이상없이 작동되어 왔던 위원회별 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했으며 자연적으로 모든 결정사항이 회장에게 집중되는 현상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가운데 피로감을 느낀 회장이 `체제 변화'를 꿈꾸게 되고 또 이번과 같은 체제변화 시도가 발생했다는 판단이다.

이들은 지난 봄 병협의 체제 변화 시도와 관련, “(병협) 체제에 이상이 있어서라기 보다 리더십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즉, 굳이 병협의 체제 변화가 없어도 된다는 주장이다.

현재 병원계 내에서는 박 전 회장 이후 `이사장제 도입'에 대한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한두 달 전의 일이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병협 체제 변화 시도' 즉, 정관개정안이 논란 속에 폐기된 만큼 체제 변화를 둘러싼 논쟁과 시도는 병원계 내에서 당분간 거론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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