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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10년 취업제한…아청법, 누굴 위한 법인가
의사 10년 취업제한…아청법, 누굴 위한 법인가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5.16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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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 개원의가 식사 자리에서 “여자 환자만 와도 무섭더라”며 얘기를 꺼냈다. 진료를 위해 환자의 몸을 만졌다가 성추행 혐의를 받을까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잘못했다가는 10년간 직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 의사들을 움츠려들게 만들고 있다.

`아동, 청소년, 성인 대상 성범죄로 형이 확정된 의사는 10년간 의료업에 종사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 시행된 지 4년. 이렇게 토로하는 의사가 한둘이 아니다.

의료계는 아청법의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방어진료를 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문진, 시진, 촉진, 타진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의사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당초 아동, 청소년 성보호를 위해 시작된 아청법이 `의료인의 직업수행의 자유'라는 권리와 충돌됨은 물론, 유독 의료인, 특히 의사들에게만 과도한 위법성을 제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던 중 최근 헌법재판소가 의사의 손을 들어줬다. 10년 취업제한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연이어 내린 것. 헌재는 재판관 전원일치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 전력에 기초해 예외 없이 일률적으로 10년간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함과 동시에 법익의 균형성 원칙에도 위반된다고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두 번의 위헌 판결로 인해 관련 법 조항이 사실상 효력을 잃어가고 있다.

진료실에서 의사와 환자는 신뢰를 바탕에 둔다. 하지만 삶이 각박해지면서 진찰을 위한 작은 신체접촉에도 환자들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의사들은 결국 소신껏 진료를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의료계를 휘청이게 하는 법들이 많다.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결국 그 테두리에 갇혀 다른 피해를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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