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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프리드리히 헨델 '수상음악'
조지 프리드리히 헨델 '수상음악'
  • 의사신문
  • 승인 2009.11.1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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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1세의 마음을 풀게한 물결위 선율


헨델은 바흐와 더불어 바로크 시대에 있어서 독일음악의 양대 거봉으로 추앙받고 있는 존재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같은 해인 1685년에 이웃하는 주에서 태어났지만 활동한 무대나 몰두했던 영역은 매우 대조적이며, 평생 한 번도 서로 만나지 못했다.

바흐는 아주 가정적이었고, 평생 교회를 위한 작품에 전념했고, 고향을 한 발짝도 떠나지 않은 채 평범한 시민으로서 지냈다. 반면 헨델은 정치적이고 호탕한 기질로 사업가 기질이 있어서 교회보다는 광범위한 민중을 향한 음악을 작곡했고 유럽대륙과 영국을 오가며 활약하다 결국은 영국에 귀화하여 그곳에 묻히게 된다. 이런 배경으로 바흐의 음악이 이지적이며 대위법적이고 교회와 궁정을 중심으로 한 경건한 음악이라 한다면, 헨델의 음악은 감정적이고 멜로디를 바탕으로 한 세속적이고 대중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헨델은 9세 때부터 오르간 연주자인 차하우에게 사사하여 작곡의 기초와 오르간을 공부하였다. 그 후 아버지의 희망에 따라 한때 할레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하였으나 18세 때 함부르크의 오페라극장에 일자리를 얻어 이때부터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한다. 20세 때 오페라 작곡에 몰두를 하게 되면서 이태리로 가 로마에서 코렐리, 스카를라티의 영향 하에 실내악을 작곡하는 한편 피렌체, 베네치아에서 오페라 작곡가로도 성공을 거두었다. 1710년 하노버궁정의 악장으로 초빙되었는데 이때 휴가를 얻어 당시 오페라가 성행하던 영국으로 건너갔다. 헨델은 그곳에서 대환영을 받았고 휴가기간이 만료되어 독일로 귀국한 후에도 다시 2년 뒤에 영국으로 재차 휴가를 떠나게 된다. 그곳 런던에서 여러 곡을 작곡하면서부터 인기가 상승한 헨델은 영국 왕실로부터 신임을 받아 그 당시 200파운드라는 고액의 연금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하노버보다는 런던에 애착을 가졌던 헨델은 하노버 후작에게는 아무런 양해도 없이 하노버를 떠나 앤 여왕의 왕실 작곡가로 정착을 하게 된다. 그러나 1714년 앤 여왕이 별세하자 왕위를 계승할 왕자가 없어 공교롭게도 하노버 후작 게오르규가 영국 왕으로 초빙되어 조지1세로서 왕위를 계승하게 되었다.

허락도 없이 떠난 헨델에 대해 조지1세는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난처해진 헨델을 돕기 위해 그의 친구인 카르만제케 남작과 바린톤 백작이 묘안을 짜게 되었다. 즉위 이듬해 여름철에 왕이 템스 강에서 뱃놀이 할 때를 이용해 왕의 배를 적당한 거리로 뒤따라가면서 50여 명의 악사들이 은은하게 음악을 연주하며 흥을 돋웠다. 국왕은 곧 아름다운 음악에 깊이 감동하였고 이를 계기로 헨델과 국왕의 사이가 다시 가까워지게 되어 왕실의 작곡가로 계속 남게 되었다. 이런 배경으로 이 곡은 `수상음악'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곡의 내용을 보면 실제로는 `물'과는 연관이 없고 `물'을 묘사한 것도 아니다. 이 곡은 당시 성행했던 춤곡을 모아서 엮은 것으로 이태리 풍의 합주 협주곡 형식을 취하고 있다. 전부 22곡으로 이루어진 모음곡 형식으로 `왕궁의 불꽃놀이'와 더불어 헨델의 걸작 중 하나다.

△제1곡 Allegro 호른과 현이 먼 산에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상쾌하게 시작한다. 이어 목관과 현 파트가 서로를 경연하듯 뽐내고 있다. △제2곡 Air 마치 물결을 타는 우아한 멜로디로 여름날 시원한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듯하다. △제3곡 Bourre 매우 빠르고 경쾌한 춤곡으로 현에 의해서만 연주된다. △제4곡 Hornpipe 영국의 옛 춤곡으로 목동들이 나팔을 부는 듯한 리듬으로 현과 목관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곡이다. △제5곡 Andante espressivo 오보에의 우수어린 선율이 매우 인상적이다. △제6곡 Allegro deciso 전곡의 긴 연주를 끝내는 곡으로 이에 맞게 웅장한 분위기로 끝을 맺는다.

■들을만한 음반 : 존 엘리엇 가드너(지휘), 잉글리시 바로크 솔로이스트(EMI 1990); 트레버 피노크(지휘), 잉글리시 콘서트(Archiv, 1983); 크리스토퍼 호그우드(지휘), 고음악 아카데미 실내악단(L'oiseau-Lyre, 1978);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지휘), 빈 콘첸투스 무지쿠스(Teldec 1978); 조르디 샤발(지휘), 콩세르 데 나시옹(Astree 1993)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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