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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하일 글린카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D장조
미하일 글린카 〈루슬란과 류드밀라〉 서곡 D장조
  • 의사신문
  • 승인 2016.04.25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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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50〉 

 

■러시아의 민속적 색채가 도드라지는 러시아 국민음악의 효시

이 서곡은 오페라 〈루슬란과 류드밀라〉의 마지막 장면인 루슬란 왕자와 류드밀라가 결혼하는 장면을 소재로 한 것이다. 마치 거센 찬바람을 맞으며 러시아의 설원을 신명나게 달리는 말처럼 이 곡의 빠른 속도와 쾌활하고 힘찬 선율 그리고 인상적인 화음은 듣는 이에게 짜릿한 전율을 느끼게 하는 글린카의 민속적 색채적인 음악세계를 잘 그리고 있다.

`러시아 민족주의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글린카는 대지주의 아들로 태어났다. 집에 사설 관현악단이 있는 러시아 부호인 삼촌과 이웃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많은 음악을 접하게 된다. 10세부터 러시아 민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고, 14세에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귀족학교에 입학하면서 피아노음악의 대가인 존 필드에게 피아노를 배웠다. 이후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 서유럽의 고전파 음악을 배우면서 음악적 체계를 쌓았다.

청년시절 그는 푸시킨, 고골리 같은 향토 민속적인 문학가들과 교류하면서 자신의 음악세계를 넓혀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러시아 국민음악을 이룩하는 터전을 마련하게 된다. 한편 가극을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로 가서 벨리니, 도니체티 등 이탈리아 오페라의 거장들과도 사귀게 된다.

1842년 민족적인 멜로디를 도입한 오페라 〈루슬란과 루드밀라〉를 작곡하여 초연하지만 그리 성공하지 못한 글린카는 이를 와신상담의 계기로 삼아 러시아를 떠나 프랑스에서 베를리오즈의 도움으로 관현악법을 다시 배우고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지식을 쌓게 된다.

그 후 특유의 색채적인 관현악법으로 러시아 교향악을 확립하였으며 러시아의 국민적인 소재에 예술적인 면을 결합하여 러시아 국민주의 사상에 근원한 오리엔탈리즘을 개척하였다.

그는 “음악을 창조하는 것은 국민이며, 작곡가는 그것을 편곡할 뿐이다”라며 음악 창조는 국민의 소리와 결부되어야 한다고 천명하였다. 이러한 그의 음악 사상을 따라 발라키레프 등 젊은 음악가들이 국민음악파를 태동하게 된다.

또한 훗날 이른바 러시아 5인조 외에도 많은 러시아 국민주의 작곡가들이 배출되는 계기가 되며, 글린카는 러시아 음악의 창시자로 존경을 받게 된다.

〈루슬란과 류드밀라〉는 5막 8장의 오페라로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서사시 〈루슬란과 류드밀라〉를 기초로 하여 작곡된 오페라이다. 애초 계획은 푸시킨이 직접 대본을 작성하는 것이었으나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성사되지 못하고, 바레리안 쉬르코프와 네스토르 쿠콜니크 등이 러시아어 대본을 완성하였다.

이 작품에는 러시아 민속음악의 특징이 곳곳에 사용되었고 동양적 요소를 가미해 불협화음과 반음계, 온음계를 사용해 상상을 넓혔다. 독특한 관현악법으로 제1막에서는 슬라브족의 민속 현악기인 구슬리의 음색을 피아노와 하프를 사용해 표현하고 있으며,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과 로시니의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러시아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오페라는 러시아의 국민 오페라로 자리매김했으며 훗날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오페라에도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오페라 줄거리는 키예프대공의 딸 류드밀라에게는 세 명의 구혼자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녀는 난쟁이 악마 체르노몰에게 납치당한다. 키예프대공은 구혼자들 중 딸을 구해온 사람과 결혼시킬 것을 약속한다. 구혼자 중 한 사람인 루슬란 왕자는 마술사 핀의 도움을 얻어 다른 구혼자인 경쟁상대 파를라프와 마녀 나이나의 방해를 물리치고 그녀를 구출하여 마침내 결혼하게 된다는 러시아의 향토색이 물씬 풍기는 동화적인 내용이다.

오페라의 서곡은 도입부 없이 바로 거침없는 빠른 속도로 힘찬 화음이 반복된 후 장대한 제1주제가 나타난다.

얼마 후 제2주제인 느긋한 저음의 우아한 선율이 나타나는데 이 부분은 루슬란 왕자가 부르는 아리아의 일부이다.

뒤이어 제2주제가 전조되다 거대한 종결부로 접어들면서 제5막에 나오는 악마 체르노몰을 표현한 어둡고 음침한 선율이 나오다가 마지막에 다시 힘차고 화려하게 막을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에프게니 므라빈스키(지휘), 레닌그라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Melodyia, 1965)
△게오르규 솔티(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Decca, 1971)
△발레리 게르기에프(지휘), 키로프 오케스트라(Philips, 1994)
△에르네스트 앙세르메(지휘),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Decca,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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