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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는 또 다른 방법 
부자가 되는 또 다른 방법 
  • 의사신문
  • 승인 2016.03.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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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기의 마로니에 단상 〈35〉 

우리나라는 점점 돈을 최고로 여기는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경제 뉴스는 초미의 관심사요, 많은 사람이 증권시세표와 로또 당첨 번호표를 들여다본다. TV 드라마나 영화는 사랑과 돈이라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가난한 주인공이 남녀 간의 사랑으로 부자가 되는 신데렐라 스토리는 항상 인기만점이다. 왕족과 양반 주도의 위계질서가 사라진 곳에 새로운 피라미드가 형성된 것이다. 재벌은 피라미드의 정점으로 과거 왕족과 같은 권위를 누리고 대접을 받는다. 재산이 많다는 것이 미덕이 되더니 이제는 물려받은 재산조차 자랑스러워한다. 주위 사람들은 부자를 능력이 우월한 인재로 여기고 가까이 다가가 덕을 보려고 한다. 반대로 소득이 적으면 스스로 하층민으로 규정하고 자괴하기도 한다.

세태가 이러하니 부자가 되는 것이 젊은이들의 꿈이 되었다. 보람 있고 명예로운 직업보다 돈 잘 버는 직업이 우선이다. 단번에 큰 돈을 버는 연예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고, 법대와 의대가 입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보인 지는 이미 오래다. 법조인과 의료인의 자부심보다는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과 고소득을 기대하는 것이다. 졸업생들의 동태를 보면 알 수 있다. 판사나 검사도 적당한 기회에 돈을 많이 버는 변호사가 되고, 의대에서는 개업이 잘 되는 피부과, 성형외과에 우수한 인재들이 몰린다. 생명을 다루기에 의학의 본류라고 생각되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는 매년 지원 미달이다. 그러나 누구나 부자가 될 수는 없다. 재물은 한정되어 있고 빈부란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신체적, 정신적 장애 때문에 효과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각국 정부는 자본주의의 이런 약점을 정책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많은 돈과 재물을 원한다면 정책에 관계없이 사회구조는 무너질 것이다. 경제이론에 바탕을 둔 새로운 개념의 해결책이 필요하다.

돈의 흐름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모으는 것 못지않게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얼마나 효과적으로 지출하느냐가 얼마나 많이 버느냐 못지않게, 아니 때로는 훨씬 더 중요하다. 돈의 가치는 수입에 따라 달라진다. 만 원짜리 지폐가 모든 사람에게 같은 값어치를 갖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소득에 따라 상대적으로 가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전체 수입이 A이고 B원으로 어떤 물건을 구입하면 그 지출 가치는 B/A이다. B원으로 산 물건이나 행위의 효과가 C라면 내 지출 행동의 효용은 물건의 가치를 지출 가치로 나눈 값, 즉 C/(B/A)가 된다. 결국 A × C/B인 셈이다. 여기에서 물건의 가격 B는 고정되어 있지만 수입 A와 효과 C는 변한다. 같은 액수의 돈이라도 교환하는 사물이나 행위의 가치가 다르다. 수입(A)이 적어도 지출 효과(C)가 크면 지출 효용이 높아진다. 돈을 가치 있게 쓰라는 뜻이다. “남자는 천 원짜리 필요한 물건을 이천 원에 사고, 여자는 이천 원짜리 필요 없는 물건을 천원에 산다”는 우스개가 있다. 남녀의 속성에 따라 돈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빗댄 것이다. 한편 천 원이면 아프리카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한 달간 양식을 제공할 수 있다.

국제학회로 인도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를 자주 방문하는 편이다. 과거에 영국 식민지였던 이들 국가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기에 영어로 된 각종 사전과 서적을 싼 값에 살 수 있다. 각국의 경제수준에 맞게 특별한 지역 가격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번은 인도 학회에 참석 중 길가에 벌여놓은 좌판에서 책 한 권을 샀다. 미국에서도 인기리에 판매 중인 인도 사상가가 쓴 작은 문고판으로 가격은 500원이었다. 일종의 생활지침서인 이 책에서 인상적인 문구를 찾았다. “만나는 사람마다 항상 무엇인가를 주어라”는 것이었다. 선물이나 꽃을 주든지, 여의치 않으면 칭찬이나 격려라도 해주라는 것이었다. 상대방은 자부심이 생기고 하는 일에 신명이 날 것이다. 게다가 만날 때마다 선물이나 좋은 말을 주는 나를 싫어할 리 없다. 결국 쌍방이 윈-윈 하는 효과가 나타나 세상은 점점 좋은 쪽으로 바뀌어갈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도 이 격언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500원으로 상상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둔 셈이다.

  1. 그 인도 여행에서 나는 1박에 200불이 넘는 고급호텔에 투숙했다. 최고급 호텔의 안팎은 천지차이였다. 호텔 밖에서는 저녁이면 수많은 사람이 길바닥에 누워 담요를 덮고 잠을 청했다. 총을 든 경비원이 호텔 출입을 통제했다. 어느 날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데 호텔 밖에 나가면 불편한 점이 많아 구내 레스토랑에서 치즈버거를 시켰다. 가격이 무려 오만원이었다. 책값의 100배인 셈이다. 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경제행위가 아닐 수 없다. 부자가 되려면 돈을 많이 버는 방법(A를 크게)도 있지만, 돈을 가치 있게 사용하는 방법(C를 크게)도 있다. 수입이 늘지 않고도 부자가 되는 길이다. 효과적으로 돈을 사용하니 그 만족이 부자에 못지않다. 서로의 갈등을 없애기 위해 자본주의 사회에 적용할 만한 바람직한 수단이요, 사고의 전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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