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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비뇨기과, 대가 끊긴다
사면초가 비뇨기과, 대가 끊긴다
  • 이지선 기자
  • 승인 2016.02.24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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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기과 학회, 30% 수가가산 요구…복지부 "사회적 공감대 필요"

상대적으로 높은 진료 위험 요소와 낮은 의료수가로 인한 비뇨기과 전공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가 가산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뇨기과 위기 극복 토론회’에서 비뇨기과 의사들이 그동안의 서러움을 토로하고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상돈 수련이사는 ‘최근 비뇨기과 전공의 수급현황’에 대해 발제하며 “2011년 이후 비뇨기과 신규 전공의 비율이 50%로 급격히 추락했고 이후 꾸준히 하락 중”이라며 “올해 2010년 대비 전공의 정원을 33%나 줄였지만 충원률은 37.8%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비뇨기과학회는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율 저하의 여러 원인 중을 전문의 및 신규 전공의 수 과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정원부터는 전공의 총정원제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 수련이사는 “2014-2015년 외부전문기관과 함께 적정 전공의/전문의 수급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비뇨기과 신규 전공의를 50명으로 총 정원을 정해놓고 줄여서 지속적으로 뽑는다면 향후 10-15년 후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간 지속되는 비뇨기과 전공의 지원저하를 방관만 하지 말고 쇼크에 빠지기 전에 정부의 긴급수혈이나 적극적 지원 대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패널토의에서 환자단체도 비뇨기과 위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이찬우 사무총장은 “대부분이 배뇨장애를 겪는 척수장애인에게 배뇨관리는 호흡과 같다. 반복되는 요로감염 등 배뇨기과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뇨기과 의사가 꼭 필요하다”며 “‘비뇨기 진료는 비뇨기과 전문의에게’라는 광고라도 써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비뇨기과학회 민승기 보험이사는 비뇨기과 의사의 현실을 자세히 전달했다.

민승기 보험이사는 “솔직히 2차 병원 취직자리가 너무 적다. 수가가 낮아서 돈이 안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개원가에서는 현실적으로 환자는 많으나 타과로 많이 유출된다. 비뇨기과 전문성 인정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 보험이사는 “현재 종합병원에서 전공의를 대신해 PA를 많이 쓴다. 수가가 적어 호스피탈리스트도 고용하기 힘들다”면서 “교수들이 이틀에 한 번 꼴로 당직 근무하며 연구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저녁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모 대학병원 교수는 자신을 더 이상 교수라 부르지 말라고 한다. 전공의가 없어 가르치지를 않는데 어떻게 교수라고 할 수 있나. 그냥 과장이라고 부르라고 한다”면서 “의학은 도제교육이다. 미래인 전공의가 없으면 끝난다”고 덧붙였다.

민 보험이사는 “가장 바라는 것은 외과처럼 비뇨기과 수가 30% 가산이다. 비뇨기과 수술도 외과 수술과 난이도 수준 비슷하다”며 “30% 수가 가산 시 135억원이 든다. 결코 많은 비용 아니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비뇨기과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수가 인상이 전부는 아니지만, 적절한 수가가 중요해 합리적으로 고민하겠다”면서 “수가는 복지부 단독이 아니라 건정심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른 공급자와 가입자의 입장을 고려하고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정부와 논의하자”고 말했다.

정 과장은 “비뇨기과를 포함해 외과부문 수가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면서 “전공의 수급에 있어 단기적인 지원책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인식 확산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임을기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전공의 확보 현황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전공의 수급문제는 단순히 수가가 아니라 5년마다 장기 추계를 가지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저조한 전공의 지원율 말고도 설득 가능한 근거가 있어야 하고, 학회차원에서 지원하려는 전공의들에게 비전도 제시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체외충격파쇄석기 관련해 임 과장은 “인력기준에는 1인 이상 둬야 한다고 돼 있으나 의료현장에서 부담이 크다는 주장이 많다. 더욱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패널토론 후 보건복지부 발언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플로어에 있던 경희의대 장성구 교수는 “대한의학회 소속 26개 학회 중 비뇨기과는 세계 탑이다. 임상적으로도 떨어지는 게 없다”며 “열심히 달려오다 보니 정년 2년 남긴 상태다. 돌아보니 뒤가 허전하다. 후학들이 하나도 없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장 교수는 “전공의 확보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면서 “힘들게 비뇨기과 전문의가 되도 먹고 살 재간이 없다. 제도적 뒷받침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에서 비뇨기과 전문의 없어도 다른 과에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 자체부터 바꿔야 문제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비뇨기과학회는 이날 주명수 회장을 필두로 ‘비뇨기과 위기 극복 TFT 발족식’을 갖고 △비뇨기과 전문의 30% 수가 가산 △체외충격파쇄석기 설치 인력기준 비뇨기과 단독 전속 시행 △용양병원 입원료 8개과 전문의 가산 정책 폐지 및 비뇨기과 입원료 가산 등을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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