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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흐 6개의 무반주 첼로 조곡 작품번호 1007-1012
바흐 6개의 무반주 첼로 조곡 작품번호 1007-1012
  • 의사신문
  • 승인 2009.10.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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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악기로 거듭난 '첼로곡의 구약성서'


1717년 말 바흐는 바이마르를 떠나 작센 지방의 소도시 쾨텐으로 옮기게 된다. 그리고 그곳의 궁정악단의 악장이 되었다. 쾨텐의 궁정악단에는 바흐를 위해 기능적인 조언을 해줄 정도로 탁월한 실력을 가진 크리스티안 페르난드 아벨이란 비올라 다 감바 주자가 있었다. 바흐는 아벨을 위해 여러 첼로곡을 남겼는데 그 중 하나가 6개의 무반주 첼로 조곡이다.

이 곡들은 바흐 사후 모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버렸다. 200년이 지난 어느 날 13살의 한 소년이 바르셀로나에 있는 어느 허름한 고서점에서 낡은 악보 한 묶음을 발견한다. 바로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의 필사본 악보로 소년은 이 곡의 아름다움에 번개를 맞은 듯 온몸의 전율을 느꼈다. 그 후 이 곡에 푹 빠진 소년은 누구에게도 이 곡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이 곡과의 밀애를 시작했다. 12년의 세월이 지나 소년은 자신의 연주회에서 처음으로 이 곡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자신의 존재도 세상에 드러낸다. 그가 바로 파블로 카잘스이다. 그는 이 곡을 발표한 후 다시 녹음을 하는 데까지는 35년이라는 세월을 보낸다. 이 곡에 대한 경외감과 존경심을 갖고 있었던 그는 이 곡에 걸 맞는 인생의 경험과 연륜이 쌓일 때까지 기다린 것이다. 비로소 60세의 나이가 되는 1936년 11월, 조곡 제2번과 제3번을 시작으로 4년에 걸쳐 전곡 녹음을 하게 된다.

현재는 첼로 음악의 구약성서라고 불려지지만, `무반주 첼로 조곡'은 19세기 이후 다른 바흐 작품들이 빛을 보게 된 이후에도 연주하기 너무 어려운데다 음악성도 제대로 연구되지 않아 연습곡 정도로만 연주되고 있을 정도로 여전히 평가 절하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 곡이 세계에 알려지게 되면서 첼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꼭 넘어야 할 거대한 산맥이 되었고, 현존하는 첼로 곡 중의 가장 위대한 곡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 작품이 당시 violoncello piccolo나 viola pomposa라 불리는 다섯 현의 악기를 위한 곡으로 작곡하였는지 그 수수께끼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당시 바흐의 악보에는 바이올린첼로를 위한 조곡이라 쓰여 있지만 악보에 따로 C, G, D, A, E를 명시해놓은 것으로 봐서 5개 현의 기본음을 표시한 것으로 5개의 현을 위한 조곡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 당시 첼로는 독주용으로는 사용되지 않고 있었다. 단지 합주에서 저음을 보강하고 다른 악기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바흐가 이 `무반주 첼로 조곡'을 작곡함으로써 독주악기로서의 첼로의 가능성을 규명하고 그 위상을 높여 첼로 역사에서 커다란 획을 긋게 된 것이다.

6개의 조곡 구성은 제1번 낙관적(Optimistic), 제2번 비극적(Tragic), 제3번 영웅적(Heroic), 제4번 장엄한(Grandiose), 제5번 격정적(Tempestuous), 제6번 목가적(Bucolic)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특성은 각 곡의 프렐류드(Prelude, 전주곡)에서부터 분명히 드러난다. 제1번부터 제6번까지는 모두 프렐류드-알르망드-쿠랑트-사라반드-미뉴에트(혹은 부레나 가보트)-지그의 6개 파트로 이루어져 있다.

연주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이 무반주 첼로 조곡의 첫 관문인 제1번은 바흐가 `제1번'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그 만큼 제1번은 전체 조곡의 성격을 보여주고, 교향곡에 있어서 그 첫 주제를 제시하는 1악장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며 곡에 접근할 수 있도록 인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성스럽고 경건함이 온몸을 감돌면서 속세를 떠나 마치 천국의 열쇠를 들고 천국의 계단을 하나씩 밟고 올라가는 수도사처럼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들을 만한 음반 : 파블로 카잘스(EMI, 1936-39); 피에르 푸르니에(Archiv 1960); 야노스 스타커(Mercury, 1963-65); 다니엘 샤프란(Melodya, 1969-74); 안너 빌스마(CBS 1992); 장-막스 클레망(Decca, 1958); 미클로스 페레니(Hungaroton, 1996); 요요마(CBS, 1982);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DG, 1991); 미샤 마이스키(DG, 1984) 
  

오재원〈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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