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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수술 건강보험 급여화, 아직은 시기상조"’
"로봇수술 건강보험 급여화, 아직은 시기상조"’
  • 배준열 기자
  • 승인 2015.11.04 0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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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토론회서 "개복술·복강경 보다 2-3배 비싸지만 비용대비 효과는 부족" 지적

최근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지고 있는 로봇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화 방향을 각계 전문가가 모여 논의했지만 급여화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장관 정진엽)는 ‘로봇수술 급여화 방향 설정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3일 오후 2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하 강당에서 개최했다.

로봇수술이란 컴퓨터가 제공해 주는 3차원 영상을 바탕으로 환자의 몸 안에 시술자의 손처럼 사용되는 로봇팔을 삽입하여 집도의의 원격 조정에 의해 수술을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집도의에게 좌우 반전 없이 10배 확대된 입체영상을 전달하고 손떨림을 보정하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는 지난 2005년 7월 다빈치 로봇수술 장비가 식약처 허가를 받고 도입되어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전립선절제술과 담낭절제술에 대해 로봇수술이 최초로 시행됐다. 2015년 8월 기준 전국의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급 의료기관 41곳에 52대의 로봇수술장비가 보급된 상황이다.

질환별 수술 건수를 살펴보면 전립선암 수술의 경우 59.5%가, 식도암 수술의 경우 16.3%가, 신장암 수술의 경우 10.8%가, 구강 및 인후두암 수술의 경우 10.2%가 로봇수술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봇수술에 대한 환자의 요구도가 높아지고 비급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함에 따라 정부는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의료 이용량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껴 로봇수술에도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강화 계획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다만 로봇수술의 비용 대비 치료효과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 정부는 로봇수술 급여화 결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봇수술은 비용이 고가이고 비급여 발생 규모가 높아 기존 개복술이나 복강경 수술에 비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매우 큰 편이다. 현재 로봇수술의 비급여 관행수가는 700만원에서 1500만원 수준인데, 이는 개복수술 및 복강경 수술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연구결과, 전립선암의 경우 수술비를 포함한 1년 의료비가 약 830만원~900만원 이하로 낮아질 경우에만 비용 대비 효과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한숙 복지부 보험급여과 사무관은 “로봇수술의 비용 대비 효과성이 확실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건강보험에 등재할 경우 일선 의료기관에 로봇수술장비가 지나치게 많이 도입되어 시술건수가 필요유무에 관계없이 폭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과거 PET이나 방사선치료장비의 경우에도 건강보험 적용 후 일선 의료기관의 장비 도입이 급증했다”면서 “로봇수술 급여화로 인해 대형병원 환자쏠림과 전문과목 불균형 및 전공기피 현상이 가중될 우려도 있어 복지부는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했다.

이처럼 로봇수술의 비용 대비 효과성이 불충분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요구도가 매우 높은 만큼 정부는 로봇수술에 대해 환자의 본인 부담 비율을 차등적으로 높이는 선별급여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로봇수술에 대해 선별급여제도까지 적용할 만큼 의학적 타당성이 충분한지 입증되지 않았고 적용 대상과 기준 역시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본인부담비율이 최고 80%까지 책정되기 때문에 고소득층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의 대부분도 현재의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 비용 대비 효과성이 현저히 부족한 로봇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공통된 입장을 나타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이영구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암 로봇수술의 장점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개복술이나 복강경수술보다 치료결과가 월등히 뛰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무엇보다 로봇수술장비 공급업체가 전 세계에 단 한 곳밖에 없는 독점구조이기 때문에 장비나 재료가 너무나 비싼 것이 문제”라면서 “향후 공급업체가 늘어나 가격이 좀 더 인하되면 그때 가서 급여화를 다시 검토해도 늦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영구 교수는 “정부에서 로봇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한다고 해도 관행수가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수가가 반토막이라도 난다면 그렇잖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전공의 수급조차 불안정한 비뇨기과를 완전히 말살시킬 수 있다”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역시 “로봇수술이 급여화되면 관행수가보다 훨씬 떨어질 가능성이 크고 수술건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OECD 국가 중 GDP 대비 의료비 지출 비용도 가장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굳이 비용 대비 효과성이 부족한 로봇수술을 급여화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의문을 나타냈다.

서 이사는 “사실 지금 당장 우리나라 의료에 필요한 것은 로봇수술 급여화가 아니라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저수가 문제 해결”이라면서 “우선순위가 과연 무엇인지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권순만 교수는 “로봇수술을 가장 우선적으로 급여화해야 할 전략적 필요성도 없는데 일단 급여화가 되면 다시 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선별급여를 적용해 3년 후에 재평가를 한다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 역시 “로봇수술이 급여화되면 수술 건수는 더욱 늘어 상급병원 쏠림현상을 부채질할 것”이라면서 “기업의 장비 생산이 증가해 비용이 떨어지고 과학적 근거도 더 확보되면 그때 급여화를 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공약을 지키기 위해 무리하게 서둘러 로봇수술을 급여화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건강연대 이상윤 공동대표(직업환경의학과 의사)는 “엄밀히 말해 로봇수술은 아직 과학적 근거도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고 미래 전망도 어둡다”면서 “미국의 경우 과잉의료 및 고가의료의 대표적인 예로 로봇수술이 거론되며 안전성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선별급여의 우선순위도 로봇수술에 있지 않다”면서 “만약에 한다고 하더라도 인증시스템을 구축해 숙련된 외과의사만이 로봇수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대부분의 패널들은 로봇수술 건강보험 급여화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지만 찬성 입장을 나타내는 패널도 있었다.

외과학회를 대표해 나온 고려대 안암병원 김선한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외과의 경우 갑상선암, 대장암, 직장암, 위암 등 다양한 암수술에 로봇수술을 적용하고 있는 만큼 급여화를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이득을 줘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직장암의 경우 실제로 로봇수술을 하는 경우가 11%나 되며 로봇수술을 했을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기능이나 배뇨기능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건강보험 급여화가 되면 많은 병원에서 직장암 로봇수술을 선호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선한 교수는 “결국 전공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급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비급여 항목을 국가가 인정하는 급여로 인정해 교육과정에 정식으로 포함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공동대표도 “전립선암의 경우 과학적 근거도 충분하고 이미 60% 가량이 로봇수술로 이뤄지는 만큼 급여화의 근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갑상선암의 경우에도 로봇수술을 하면 흉터가 별로 남지 않기 때문에 특히 여자들의 경우 미용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항암제 급여화도 잘 이뤄지지 않는 현 시점에서 로봇수술만 너무 쉽게 급여화가 이뤄지면 비난여론에 직면할 것”이라면서 “우선순위를 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보건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항암제와 로봇수술이 다른 점은 대체가능성”이라면서 “항암제는 대체할 기술이 없지만 로봇수술의 딜레마는 복강경이나 개복술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손 과장은 “비급여 로봇수술이 늘어나 환자부담이 커지는 것은 사실인 만큼 건보적용을 검토하게 됐다”면서 “오늘 토론회를 시작으로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건정심에도 소개해 논의할 것이다. 건정심 위원들도 여러 입장이 있어 격론 끝에 결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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