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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가면무도회〉 
  • 의사신문
  • 승인 2015.10.12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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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28〉

군신간의 신뢰, 그리고 사랑에 의한 파멸

<가면무도회>는 스웨덴 국왕 구스타프 3세의 암살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당시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3세의 암살 미수 사건이 일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나폴리 검열당국이 ‘왕의 암살’ 소재를 승인하지 않자 베르디는 결국 나폴리에서 공연하지 못하고 로마에서 하려 하였으나 그곳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베르디는 외세에 의해 통치되고 있는 이탈리아의 해방과 통일을 위해 자기 음악을 바쳐왔다.

1858년 재상 카부르를 중심으로 이탈리아 서북부에서는 독립 왕국을 세워 통일한 후 민주국가를 세우자는 운동이 일었다. 베르디는 이카부르의 통일방안에 적극 동의하였다. 급기야 베르디는 작품을 수정하여 장소를 스웨덴에서 보스턴으로 바꾸고 그에 따라 등장하는 인물도 변경시켜 로마에서 공연 승인을 받게 된다. 이 작품이 초연되었을 때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베르디 만세!”를 외쳤다. 카부르가 모셨던 왕은 비토르 엠마누엘 왕이었는데 묘하게도 베르디의 이름인 VERDI가 ‘비토르 엠마누엘을 이탈리아의 왕으로’라는 구호의 머리글자를 따 모은 것이 되었다.

음악적으로 <가면무도회>의 가장 큰 특징은 베르디의 이전의 다른 오페라 못지않은 거대한 스케일과 빈틈없는 짜임새와 함께 전체적으로 어두운 줄거리이지만 천진난만한 어린 시종 오스카를 등장시켜 뚜렷한 명암의 대비로 그 효과를 극대화시켰다는 것이다.

제1막 제1장 총독 저택의 홀 총독 리카르도는 자신이 주최하는 가면무도회에 초대된 하객 명단을 보면서 ‘아멜리아’란 이름을 발견하자 기뻐한다. 그는 아멜리아가 친구이자 부관인 레나토의 아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물론 레나토도 자신의 아내와 총독이 연인 사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다. 오히려 리카르도에게 총독을 제거하려는 음모에 대해 경고하며 걱정한다. 그러나 총독은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점성술사 울리카에 대해서만 신경을 쓴다. 그녀가 예언이나 점성술로 민심을 흉흉하게 한다는 것이다. 총독이 울리카에 대한 재판을 열기 전에 변장을 하고 울리카를 직접 만나보자고 제의하자 모두 총독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한다. 시종 오스카, 레나토, 복수할 기회를 엿보는 반정부자들의 노래와 함께 막이 내린다.

제2장 울리카의 오두막 울리카는 큰 냄비를 휘저으며 아리아 ‘어둠의 왕이시여, 서두르소서’를 부른다. 리카르도가 선원으로 변장하고 어린 선원 실바노 옆에 서 있다. 이때 아멜리아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들어오자 리카르도는 놀라며 모습을 감춘다. 아멜리아는 울리카에게 레나토의 아내인 자신이 남모르게 총독을 사모하고 있으니, 이를 치료할 묘약을 달라고 간청한다. 울리카는 걱정하지 말라고 장담하며 그 약초는 오늘 자정에 교수대 밑에서 그녀 혼자 캐야만 한다고 이른다.

리카르도는 그녀를 따라갈 것을 다짐하며 자신의 운수를 물어본다. 울리카는 다음에 들어와 그의 손을 붙잡는 사람에 의해 살해될 것이라고 말하자 모두 악수를 피한다. 그 때 레나토가 들어오며 리카르도가 무사한 것을 보자 감격적으로 그의 손을 붙잡는다. 리카르도는 울리카에게 엉터리 점쟁이라며 레나토는 절대 자신을 죽일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제2막 자정 때 교수대 옆 베일을 둘러쓴 아멜리아가 마법의 약초를 캐러 오자 리카르도가 나타나 아멜리아에게 사랑을 애원하고 사랑의 이중창을 부른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이 결코 희망적일 수 없기에 헤어지기로 약속한다. 그때 갑자기 레나토가 들이닥친다. 그는 자객들이 총독을 추적하고 있다는 것을 경고하며 자리를 피할 것을 요청한다. 총독은 남편이 알게 될까 하는 초조한 마음으로 베일을 쓴 아멜리아를 부탁하며 레나토에게 서로 절대로 대화도 얼굴도 보려고 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나 산 아래에 도착했을 때 자객들에게 습격당하면서 아멜리아의 베일이 벗겨진다. 그제야 레나토는 총독과 함께 있던 여인이 바로 자신의 아내임을 알게 된다. 그는 배신감에 불타 복수를 다짐하고 그 자객들에게 가담할 것을 다짐한다.

제3막 제1장 레나토의 서재 그는 그녀에게 자결을 명한다. 그녀는 죽기 전 아이에게 마지막 키스를 허락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를 허락하자 나간다. 레나토는 총독의 초상화를 보며 유명한 아리아 ‘너였구나’를 부른다. 그는 두 명의 자객과 함께 누가 총독을 살해할 것인가를 제비로 결정하기로 하고 아멜리아가 들어오자 제비를 뽑도록 요구한다. 그녀가 뽑은 제비에는 레나토의 이름이 적혀 있다. 이때 오스카가 무도회 초대장을 들고 들어오자 이들은 가면무도회가 열리는 밤을 거사일로 정한다. 절망적인 아멜리아는 슬프게, 오스카는 축제를 설명하며 즐겁게 노래하는 반면 레나토와 자객들은 음침하게 음모를 꾸미며 함께 오중창을 부른다. 제2장 가면무도회장 옆방에서 리카르도는 아멜리아를 잊기로 하고 레나토를 대사로 임명하여 그녀와 함께 영국으로 보낼 것을 결심한다.

그때 무도회에 참석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내용의 아멜리아가 보낸 익명의 쪽지를 받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는 복장을 갈아입고 무도회장으로 나가 아멜리아를 발견하자 조용히 그녀에게 다가서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다. 이때 오스카로부터 총독의 가면을 알아낸 레나토가 그의 뒤로 다가와 그를 찌른다. 리카르도는 죽어가면서 친구인 레나토를 용서하고 그에게 영국대사 임명장을 건네주자 레나토는 자책감에 괴로워하고 모두들 고결한 인품의 총독 리카르도를 애도하며 막이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마리아 칼라스(아멜리아), 주제페 디 스테파노(리카르도), 티토 고비(레나토), 안토니노 보토(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EMI, 1959); 카티아 리치렐리(아멜리아), 플라치도 도밍고(리카르도), 레나타 브루손(레나토);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라 스칼라 오페라(DG, 1979); 마가렛 프라이스(아멜리아), 루치아노 파바로티(리카르도), 레나토 브루손(레나토), 게오르규 솔티(지휘), 내셔널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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