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8 16:26 (일)
순결 진단법<26>
순결 진단법<26>
  • 의사신문
  • 승인 2009.09.28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몇 년 전까지도 처녀막에 대한 상담이나 수술을 원하는 여성들이 가끔 있었지만 요즘은 고민하는 상담도 적어졌고 필자의 부정적인 태도 때문인지 실제로 수술을 받겠다는 여성들도 거의 없다.

한번은 너무 간절히 원해서 결혼 전에 수술을 하기로 예약까지 했는데 오지 않고 결혼 후 진찰을 받으러 온 것이다. 궁금해서 물어보니 수술하기로 했는데 그 전에 관계를 하는 바람에 별 문제없이 그냥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이 웃고 넘어간 적이 있다. 순결에 대한 가치관을 동등하게 적용하지 않고 여성의 처녀성만을 고집하는 남성들로 인한 이런 문제들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은 다행이다.

언젠가 어떤 총각(?)에게서 상담 메일을 받았다. 25세의 대학생으로 자신은 아직 여성과 교제를 한 적도 성경험도 없으며 육체적, 정신적 순결을 지키고 있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흔히 진실로 사랑하면 육체적 순결은 사랑으로 극복해 나갈 수 있으므로 문제가 안 된다고 말하지만 자신은 기필코 자신과 자신의 후손을 위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자신처럼 순결한 여자를 만나고 싶으며 그때를 위해 자신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성의 순결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는 것이다.
 
어떤 여성은 결혼 전에 경험을 많이 하고 그 실력으로 결혼 만큼은 순진한 남자를 택해야 한다고 하니 어떻게 그런 여성을 구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처녀막도 수술을 받고 사회적으로 여자를 보호하는 것은 많지만 자신의 이런 고민에 대한 것은 동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여자들은 사랑을 하면 다시 순결해진다는 등 여성의 육체적 순결을 고집하는 우매한 남성들을 비판하는 필자의 글이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메일을 보낸 이유는 순결한 여성은 물론 남성도 동등하게 보호받아야 하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이 있는지에 관한 질문이었다. 가령 혈액 검사 혹은 정자에 대한 항체 검사 등으로 육체의 순결을 진단하는 방법들이 있는지 문의한 것이다.

성경험 여부를 알 수 있는 진단법이 있냐는 질문에 기겁을 하고 그런 검사는 다행히 없으며 사랑할 여성을 위해 순결을 지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답하였다. 덧붙여서 육체적 순결이 항상 정신적 순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랑의 열정에 사로잡히면 지난날들의 일들은 문제가 될 수 없다는 교과서적인 답장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또 순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외골수적인 생각보다 좀 더 넓고 유연한 마음으로 사랑하게 될 여성을 찾아보라고 하였다.

순결성에 대해 불평등을 겪고 있는 여성들을 생각해 답장을 그렇게 했지만 좀 더 공감하는 답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다. 필자도 여자이고 산부인과를 하다 보니 여성의 입장에서 주로 생각해 왔는데 흔치 않겠지만 이런 무서운(?) 젊은 남자도 있구나 싶었다. 성행위의 주도적인 역할의 차이가 있겠지만 어이없게 총각성을 잃고 성병까지 감염되고 상대 여성에게서 임신을 했다는 협박성 통보로 수술비를 물어 주었다고 상담하는 10대 후반의 남학생도 있었다.

사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순결의 문제보다 원치 않는 임신이나 평생 후유증을 남기는 성병에 대한 파급이 더 우려되므로 남여 모두 육체적 순결 운동은 권장할 만하다. 또한 순결을 확인하는 과학적 방법보다 성병 감염 여부를 미리 진단해 치료하고 예방하는 것이 더 급한 과제일 것이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