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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리하르트 바그너 오페라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 의사신문
  • 승인 2015.09.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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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24〉

■독일 예술의 가치와 정체성을 위해

`마이스터징거(명가수)'란 15∼16세기 독일 지역에서 활동한 음유시인들을 뜻한다. 업종별 조합의 대표를 뜻하는 `마이스터'와 가수란 뜻의 `징거'가 합쳐진 말로,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문법, 논리, 산술, 기하, 음악, 천문 등의 견문과 함께 다양한 소재들을 노래로 전하는 자들을 뜻한다. 이 오페라에서 바그너는 당시 실존했던 마이스터징거인 `한스 작스'를 등장시킨다. 그의 직업은 구두를 제작하는 장인이었다. 그는 다양한 소재로 6000여 개의 시를 만들어, 당시 마이스터징거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예술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비판하며 새 바람을 일으킨 존재였다. 바그너는 작스를 `예술적 창조력이 풍부한 국민정신의 마지막 인물'로 높이 평가했다.

그가 오페라를 통해 표명한 것은 “독일의 명인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영혼과 함께 해주시오! 당신이 그들의 노고를 존중한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신성한 독일 제국이 멸망할지라도 독일의 예술은 건재하여 길이 남을 것이다”라고 부르는 작스의 노래를 통해 `인간의 불완전성'과 `예술의 영원성'을 대비시키면서 독일 음악과 예술의 가치를 드높이고자 했다.

바그너는 독일이 프랑스와의 해방전쟁을 치룬 1813년에 태어나 2차례에 걸쳐 혁명의 소용돌이를 겪고, 독일통일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혼돈의 시기를 거쳤다. 이런 그가 독일민족의 정체성을 찾고 독일음악의 가치를 부각시키고자 한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바그너는 오페라 〈탄호이저〉를 완성한 후 이 오페라를 구상했다.

12∼13세기엔 귀족의 보호 아래 주로 애국적인 영웅의 치적을 노래하는 민스트렐(Minstrel)이라는 방랑음악가들이 있었다. 북유럽에서는 방랑자들을 바르트(Bard)라고 불렀고, 방랑 가수들은 종글뢰르(Jongleur)라고 불렀다. 십자군시대 이후 기사들 중 일부가 방랑 가수의 대열에 합류하여 프랑스와 스페인에선 이들을 트루바두르(Troubadour)라고 불렀고, 이탈리아에선 트로바토레(Trovatore), 독일에선 미네젱거(Minnesanger)라고 불렀다. 14세기에는 마이스터징거(Meistersinger)라는 음악시인들이 생겨났는데 `미네징거'는 귀족계급, `마이스터징거'는 서민계급으로 16세기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다.

16세기 중엽 뉘른베르크는 마이스터징거들의 본거지이었다. 바그너는 1835년 이곳을 방문하고 마이스터징거에 대해 철저한 고증을 한 후 이 작품을 썼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젊은 기사 발터는 뉘른베르크의 노래 경연에 출연하는데 한스 작스의 후원을 얻어 베크메서를 물리치고 명가수의 영광을 차지하고 금세공업자 포그너의 딸 에바의 사랑도 얻게 된다는 소박한 내용이다.

△제1막 젊은 기사 발터는 뉘른베르크에 와서 귀족신분을 버리고 서민이 되고자 한다. 그는 금세공업자 포그너의 후대를 받으며 그의 딸 에바를 사랑하게 된다. 시종 막달레네는 발터에게 내일 개최되는 경연대회에서 승리한 자에게 포그너의 딸과 결혼한다고 알려준다. 대회 참가자들이 모두 모이자 포그너는 경기를 선언하면서 발터를 소개하자 발터는 기쁨의 노래를 부른다. 그러자 경쟁자 베크메서는 발터의 실격을 주장한다. 그러나 마이스터 작스는 그의 노래 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칭찬한다.

△제2막 작스와 포그너의 집 앞 거리 제자들은 성 요한 축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막달레네와 작스가 집에 돌아오고 포그너도 딸과 함께 저녁 산책에서 돌아온다. 그는 발터를 사위로 삼으려 하지만 실격되어 고민한다. 에바는 막달레네로부터 발터가 실격 당했다는 말을 듣고 놀라 작스와 의논한다. 작스도 에바를 사랑하고 있지만, 그녀가 발터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단념한다. 얼마 후 발터가 찾아와 둘만의 사랑의 도피를 제안한다. 에바의 집 앞에서 베크메서가 세레나데를 노래하자 그 소리에 잠을 깬 다비드는 베크메서가 자기의 애인 막달레네에게 부른 것으로 오해하면서 질투하고 베크메서를 때린다. 소동이 벌어지고 다시 야경꾼의 피리소리가 들려오자 사람들은 퇴장한다. 그때 포그너가 딸을 찾으러오자 작스는 에바를 인도해 주고 발터와 집안으로 들어간다.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 차분하고 아름다운 전주곡이 흐른다. 제1막 전주곡의 화려함에 비해 제3막 전주곡은 안정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제3막 작스의 작업장 견습공 다비드가 막달레네의 선물을 가지고 들어오자 발터도 찾아온다. 발터는 작스에게 어젯밤 꿈속에서 쓴 시를 보여주며 노래한다. 감격한 작스는 그에게 경연 참가를 제안한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베크메서가 나타난다.

테이블 위에 있는 시를 보자 작스의 것인 줄 알고 몰래 주머니에 넣는다. 그때 작스가 나타난다. 베크메서는 작스에게 그걸 자기에게 줄 것을 요구하자 작스는 허락한다.

베크메서가 나가고 에바가 들어온다. 작스의 요청으로 발터가 노래하자 그의 노래라고 극찬한다. 잠시 후 다비드와 막달레네가 들어오자 작스는 발터와 다비드를 당당한 가수로 승진시키자 5중창과 함께 발터의 성공을 빈다. 뉘른베르크의 거리, 가수의 무대 나팔소리에 맞춰 견습공들은 춤을 추고 여러 단체 명가수들이 입장한다. 작스는 노래경연의 우승자는 포그너의 딸과 재산을 얻게 된다고 설명한다. 베크메서는 어젯밤 부른 세레나데에 맞춰 발터의 시를 노래하자 사람들은 비웃기 시작한다. 그는 원고를 작스의 발아래 던지고 청중들 사이에 숨어 버린다. 이때 발터가 나타나 “아침은 장미 빛으로 빛나고”를 노래한다.

모두들 그를 칭찬하며 명가수의 대열에 참여시키자 포그너는 에바와 발터에게 월계관과 함께 축복을 내린다. 작스는 발터의 깨끗한 정신을 찬양하고, 독일 예술을 존중하고, 마이스터들을 존경하라고 일동에게 노래한다. 모두들 독일 예술을 위해 합창한다. 발터와 에바가 포옹하자 포그너는 작스에게 감사하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 테오 아담(작스), 르네 콜로(발터), 갈 리더부슈(포그너),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드레스덴 국립 오케스트라(EMI, 1970); 노르만 베일리(작스), 르네 콜로(발터), 쿠르트 몰(포그너), 게오르규 솔티(지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Decca, 1975);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작스), 플라치도 도밍고(발터), 오이겐 요훔(지휘), 베를린도이치 오페라(DG,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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