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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사산악회, 월출산에 올라 〈하〉
서울시의사산악회, 월출산에 올라 〈하〉
  • 의사신문
  • 승인 2015.08.24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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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종 욱 마포·양이비인후과의원

 다시 오고 싶은 `월출'…동료들과 황홀경 나눌터

 내가 많이 대범해졌다. 구름다리 위에서 주변을 조망해보니. 화끈하게 벗어 제낀 월출산의 암릉들이 힘찬 근육미를 자랑하기도 하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기도 하는 것 같다. 바위들이 투박한 듯하면서도 아기자기하기도 하고 수많은 바위들이 천태만상을 하고 있다. 설악산에 온 듯하다.

멀리 영암들판과 저수지도 보인다. 구름다리를 지난 잠시 후 다시 급경사의 계단길이 나온다. 힘들게 200m를 올라가 잠시 휴식을 취한다. 천황봉이 조망되고 양자봉 능선이 보인다. 조금 더 올라간 후 내리막 길이 나온다. 양자봉 능선이 더욱 뚜렷이 내 눈에 들어온다. 잠깐 동안의 내리막과 평탄한 길을 걸은 후 바위길로 된 오르막을 오르고 밧줄과 쇠줄이 설치되어 있는 암릉길도 오른다. 북한산 등반하는 것 같다.

경포대 능선 삼거리에 도착하니 경포대 쪽으로 내려가는 사람도 보인다. 계속 올라가니 통천문 삼거리가 나온다. 바람폭포 쪽에서 구름다리를 안 지나고 여기까지 온 등산객과도 마주친다. 식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앉아 있기 좋은 바위가 있어 쉬면서 과일을 먹는다. 천황봉 등정의 마음의 준비를 해본다. 계단길이 경사가 심하다. 하늘에 이르는 길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름 모를 바위가 나를 반기고 곧 이어 통천문에 도달한다.

통천문을 지나니 바람이 약간 불고 월출산 북서쪽 능선이 펼쳐지고 영암고을이 보이며, 멀리 영산강 물줄기가 보인다. 능선 곳곳이 마치 커다란 성곽 같기도 하고 각종 봉우리들이 나름 멋진 자태를 내뿜고 있다. 100m 정도 더 힘들게 올라 해발 809m의 천황봉에 도착한다. 사람들은 생각 외로 많지 않다. 2시간 50분 걸렸다. 쉬엄쉬엄 여기저기 보면서 눈운동을 많이 하고 평소에 전혀 안 찍는 사진도 많이 찍은 산행이다.

넓은 편평한 바위가 보여 지난번 산행시 앉아서 무엇인가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삼국시대부터 제사를 지냈다는 월출산 소사지비와 천황봉을 옆에 두고 인증샷도 처음으로 날려본다. 주변을 조망해보니, 앞으로는 내가 가야 할 능선길이 편하게 보이고 장군바위와 장군바위의 머리에 해당하는 구정봉, 향로봉이 보이고 멀리 주지봉과 노적봉이 조망되고 그뒤에 은적산이 조망된다.

더 멀리 강진 앞 바다와 목포 앞바다가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다. 천황봉 주위를 둘러보니 영암마을과 들판, 저수지 등이 보인다. 제주도가 한라산이고 한라산이 제주도이듯 영암이 월출산이고 월출산이 영암인것 같다. 하산 길에 접어든다. 약 1분 남짓의 급경사길 2번 있는 것 외에는 편안한 내리막길을 걷고 난 후 평탄한 길이 나온다. 잠시 뒤돌아보니 천황봉이 정말 멋들어지게 우뚝 솟아 있는 것 같다. 잠시 걸은 후 약간의 오르막 후에 잠시 내려가니 우뚝 솟은 바위가 보인다. 바로 앞에 앉아 있기 좋은 바위가 있어 앉아서 과일 먹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시원한 산들바람이 불어와 준다.

멀리 서울에서 내려와 영암에서 1박하고 점심 저녁 아침을 해결하여 영암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준 나를 월출산 산신령님이 이뻐 해 주시는 것 같다. 우뚝 솟은 바위를 지나게 되니 그 앞에 돼지바위가 있고 잠시 후 남근 바위를 지나게 된다.

곧 바람재 삼거리가 나오고 전망대가 나와 주위를 조망해본다. 천황봉이 보면 볼수록 멋있게 보인다. 갈림길에서 구정봉쪽으로 가니 장군바위 하단에 입을 딱 벌리고 있는 배틀굴이 보인다. 남근석을 바라보고 있어 기묘한 자연의 조화로 월출산의 신비를 더해준다. 밧줄이 있는 암릉길을 올라 구정봉에 도착한다. 구정봉은 9개의 웅덩이가 있고 나름의 전설을 갖고 있다.

구정봉 아래를 조망해보니 일련의 봉우리들이 도봉산의 오봉을 연상시키는 형상을 하고 있고, 멀리 천황봉이 양쪽에 마루금을 거느리면서 우뚝 솟아 있는 늠름한 기상이 지금까지 내가 가본 산중에 최고이다. 그래서 지리산 천왕봉보다 고도가 1000m 이상 낮은데도 천황봉이라고 이름지어 졌나 하는 치기 어린 생각도 해본다. 매월당 김시습님은 남쪽 고을의 한 그림 가운데 산이 있으니 달은 청천에서 뜨지 않고 이 산간에서 오르더라고 노래를 하며 남쪽에서 제일가는 그림 같은 산이라고 하였다.

마애여래좌상으로 향한다. 500m 떨어져 있지만 길이 쉬어 쉽게 가본다. 불상 앞에서 부처님의 자비심을 조금이라도 갖게 해 달라고 빌어본다. 다시 구정봉 쪽으로 와 향로봉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향로봉 옆을 지나 뒤쪽으로 가니 2분 정도의 오르막이 있었다. 마지막 오르막이다. 수림으로 조망이 가려진 미왕재로의 하산 길을 가다가 조망이 트여 앞을 보니 준수한 용모로 나를 유혹하는 녀석이 있는데 월출산 노적봉 능선이다. 헬기장에 도착하니 사람이 보인다. 향로봉 인근에서 여기까지 사람이 하나도 없는 적막강산이었다. 이 좋은 산에 사람이 없는 게 신기하다. 억새밭에 도착한다. 억새꽃이 피는 가을이면 은빛 물결로 흔들리는 모습이 매우 아름답다고 한다.

도갑사로 하산하다가 잠시 쉬면서 곰보빵과 남은 과일로 시장기를 해소한다. 수림으로 햇볕 가려진 하산길을 편안하게 40분정도 내려가니 족욕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잠시후 도갑사 인근에 족욕하기 좋은 곳이 있어 족욕하고 얼굴도 씻어본다. 심장까지 시원하다. 족욕의 즐거움은 무더운 여름 산행을 이겨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여름철 무더위 산행 말미의 백미인 것 같다.

도갑사에 도착한다. 얼핏 보아도 규모가 상당히 큰 절인 것 같다. 옆에 있는 용수폭포를 바라다보고 바로 옆에 있는 정자에 앉아 지나간 산행을 반추해 본다. 성질이 고약하여 내 허벅지의 고통을 느끼면서 등산의 재미를 느꼈던 지금까지의 나홀로 산행과 정반대로 슬멍슬멍 기암들이 수놓은 경치를 감상하면서 감흥에 젖어본 산행이었다. 6시간 남짓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긴 여운을 남길 것 같다. 불가에서는 인연 따라 왔다가 인연 따라 간다고 한다. 5월의 마지막 날에 월출산에 듬뿍 정들게 하기 위해 일본 산행을 못 가게 된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산행 후 소감을 말해 보라면 “너무 좋았고. 다시 오고 싶다. 아니 다시 올 것이다. 아니 4계절에 걸쳐 여러번 자주 올 것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광복절 연휴나 개천절 연휴가 있다. 그때는 동료들과 같이 와 천관산과 월출산 산행을 생각해 본다.

여건이 허락한다면 천황 야영장에서 밥도 지어먹고 밤하늘의 달과 별을 보면서 삼겹살 구워먹고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여 보고 싶다. 도갑사 경내를 가로질러 해탈문을 나선다. 산행시작 6시간30분 만이다. 해탈문을 들어서면 부처님 품안에 안긴다고 한다. 6시간30분 동안 나도 모르게 부처님 품안에 안겨 세상 번뇌를 잊고 월출산 황홀경에 빠져 있었나 보다. 이제 사바세계로 간다고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주차장에 가보니 택시들이 여러 대 기다리고 있었다. 안 기다려도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라 경제가 안 좋다는 안타까운 생각도 든다. 목포 가는 버스 타는 곳 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니까 5000원이라고 한다. 택시를 타고 가다 도로 표지판을 보니 월출온천 10km 라고 쓰여 있다. 기회 되면 가보고 싶다. 약 5분 후 군서라는 곳에 도착해 버스정류장 옆에 있는 정자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중 옆에 앉아 계신 꼬부랑 할머니가 무엇하다가 여기 왔느냐고 하니까 월출산 갔다 왔다 하니 어디서 왔냐고 물어봐 서울에서 왔다고 대답하니, 부모 잘 만나서 팔자가 좋아 여기까지 유람 왔다고 한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부모 잘 만나 비싼 사립대 등록금을 향토장학금 받으면서 납입하고 공부해 의사되고 건강하게 살면서 하루 휴가 내어 여유롭게 월출산까지 왔으니 정말 팔자 좋은 사람이다.

기다리던 버스가 와 탑승하고 난 후 곧 왕인 박사 유적지가 나오고 약 10분 후 낙지마을로 유명한 독천에 도착한다. 목포 가는 직행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하차한 후 터미널에 들어가 보니 도끼다시 바닥에 나무 의자가 놓여 있는 게 옛날 생각이 나게 하여 운치가 제법 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앞을 보니 두 개의 식육식당이 보인다. 값이 싸고 고기질이 좋을 거 같아 다음에 들러보고 싶다. 버스 탑승 약 40분만에 목포에 도착한다.

시내버스를 타고 내가 1년 간 있었던 인근 청계보건지소로 가서 잠시 젊은 날의 감회에 젖어본다. 인근에 있는 목욕탕에서 목욕 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오랜만의 목포 나들이 준비를 한다. 목포역에 가서 광주 송정까지 가는 열차표를 추가로 예매하고 잠시 택시 기본요금 거리에 있는 유달산으로 가서 목포 시내를 조망해본다. 역시 목포는 항구다.

노적봉 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빈다고 하여 나도 건강하게 열심히 등산하고, 성질 좀 죽여서 조금이라도 감사하게 해달라고 빌어본다. 목포항 앞 횟집에서 회와 소주, 맥주를 먹고 있던 중 옛날 목포에서 같이 지내던 친구들이 생각나 잠시 외로워진다. 나이가 들면 잃어버리는 것은 세월뿐만 아니라 주위의 많은 것들도 같이 잃어버릴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주위 사람들에게 좀 더 따뜻하고 살갑게 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되어 목포역에서 KTX 열차를 타고 어둠이 짙게 깔린 목포를 아쉬움 속에 뒤로하며, 짧지만 긴 1박2일 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다. 이제 내일의 태양을 기다리며 다가올 6월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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