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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유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카미유 생상스 오페라 〈삼손과 데릴라〉
  • 의사신문
  • 승인 2015.07.3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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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20〉

■성서이야기를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색채로 그려

생상스는 자신의 두 번째 오페라로 구약성서 삼손의 이야기를 쓰기로 했다. 사실 생상스의 〈삼손과 데릴라〉보다 더 앞서 만들어진 오페라로는 라모의 작품을 위시해 모두 11개나 있었으나 그 중 한 편도 공연된 적이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생상스는 일생동안 13편의 오페라를 작곡하였으나 〈삼손과 데릴라〉만 현재까지 공연되고 있다. 구상 초기에는 오페라가 아닌 멘델스존의 〈엘리야〉같은 오라토리오로 작곡하려 했으나 이런 스토리는 오페라가 더 나을 거라는 대본작가인 사촌 처남 페르디낭 르메르의 권유를 듣고 오페라로 쓰기로 한다.

1869년 먼저 2막을 쓴 후 소규모 공연으로 선보였는데 당시 프랑스 청중과 비평가들의 반응이 신통치 못했다. 그 후 보불전쟁이 발발하게 되자 이 오페라를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어느 날 바그너의 오페라 〈라인의 황금〉 공연을 보러 바이마르에 간 생상스는 당시 지휘를 맡았던 리스트를 만나게 된다. 그때 리스트가 ‘삼손과 데릴라’는 훌륭한 소재로 바이마르에서 공연하면 멋진 오페라가 될 것이라고 격려하자 베르디뿐 아니라 베를리오즈와 바그너의 특성을 다양하게 오페라 속에 녹이면서 유연한 멜로디에 이국적인 색채의 관능적인 선율이 작품 전반에 풍부하게 넘쳐흐르는 그랜드 오페라를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프랑스에서는 탐탁하게 여기질 않아 이 작품은 리스트의 후원으로 1877년 바이마르에서 독일어로 발표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그 후 13년이 지나서야 프랑스에서는 무대에 올려진다. 영국에서는 성경 속의 인물을 오페라무대에 올리는 것을 금해 오라토리오 형식으로 선보였다가 1909년이 되어서야 오페라로 초연하게 된다.

오페라의 줄거리는 구약성서 사사기 제13∼16장 삼손의 이야기다. 히브리인들은 여호와에게 버림을 받아 이교도 블레셋의 압박을 받게 되었다. 그때 삼손이라는 호걸이 이스라엘에 나타난다. 삼손은 괴력으로 홀로 수많은 적들을 무찌른다. 페리시테인들은 데릴라를 이용해 삼손을 유혹하여 그 힘의 비밀이 머리털에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잠든 틈을 타 데릴라가 그의 머리털을 잘라 버리자 힘을 잃게 된 삼손은 포로가 되어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페리시테의 신 다곤의 제삿날 신전에 끌려온 삼손은 신에게 자신을 회개하고 최후의 힘을 내려줄 것을 간절히 기도한다. 마침내 괴력을 회복한 그가 신전을 무너뜨리자 모두 함께 파묻혀 죽는다.

△제1막 가자의 광장 왼편에 거대한 다곤의 신전이 보이고 히브리인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이때 민중 속에서 삼손이 나와 신의 은혜가 내리기를 기도하라며 격려하자, 민중들은 “나아가는 빛은 여호와의 신이다”를 합창한다. 그때 가자의 기사 아비메레크는 히브리인들이 삼손에게 격려되는 것을 보고 조소를 보내며 페리시테의 다곤 신을 찬양한다. 때마침 뇌성과 함께 번갯불이 번쩍이고 아비메레크가 칼을 뽑아 삼손을 한 칼에 처치하려하자 삼손은 그 칼을 빼앗아 아비메레크를 찌른다. 삼손이 히브리인들과 함께 퇴장하자 대승정이 계단을 내려와 아비메레크의 시신을 보고 격분하여 삼손을 저주하는 아리아를 부르고 신하들은 아비메레크의 시체와 함께 퇴장한다.

동틀 무렵 히브리의 노인과 여자들은 해방된 이스라엘을 찬양하고 신의 은총에 감사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때 데릴라가 페리시테의 처녀들을 데리고 나타나 삼손을 유혹하는 노래를 부른다. 이를 듣고 삼손은 이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 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히브리의 장로들도 이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며 말린다. 그러나 데릴라는 계속해서 유혹하면서 신전 앞에서 관능적인 춤을 추며 `눈을 뜨는 봄'을 노래한다.

△제2막 솔레크 계곡에 있는 데릴라의 집 데릴라가 삼손을 기다리고 있는데 대승정이 나타나 그녀에게 삼손을 잡는다면 많은 제물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승정과 데릴라는 복수를 맹세한 후 그녀 홀로 남자, 삼손이 등장한다.

그는 아직 갈등한다. 데릴라는 삼손에게 매달리면서 요염하게 다가간다. 이때 데릴라는 아리아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를 부른다. 그녀의 침실에서 유혹에 넘어간 그는 자신의 힘은 머리털에 있다고 밝힌다. 베란다에서 데릴라가 페리시테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들이 방에 들어오면서 막이 내린다.

△제3막 제1장 가자의 거리 장님이 된 삼손은 쇠사슬에 묶여 머리털을 잘린 모습으로 큰 맷돌을 돌리고 있다. 자신의 죄를 참회하는 아리아를 부르는데, 히브리인들의 힐책하는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얼마 후 페레시테 군인이 삼손을 끌고 나간다. 제2장 다곤 신전 앞 대승정과 데릴라가 페리시테의 왕족들을 거느리고 앉아있고 무희들은 관능적인 `바카나르'를 춘다. 잠시 후 장님이 된 삼손이 등장한다. 대승정과 데릴라는 삼손의 모습을 보며 조소하면서 대승정은 데릴라와 함께 다곤의 신에게 점을 치기 위해 제단에 올라가 불속에 술을 부으며 신을 찬양한다.

이때 삼손이 손을 기둥에 대고 참회의 기도를 하자, 마침내 거대한 기둥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군중들이 고함치기 시작하며 아비규환이 된다. 신전은 삼손의 양팔에 의해 무너지고 사람들은 신전에 묻히고, 삼손과 데릴라도 함께 파묻히며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들을 만한 음반 : △존 비커스(삼손), 리타 고르(데릴라), 죠지 프레트르(지휘), 파리 오페라(EMI, 1962)
△플라치도 도밍고(삼손), 발트로드 마이어(데릴라), 정명훈(지휘), 바스티유오페라(EMI, 1991)
△플라치도 도밍고(삼손), 엘레나 오르바초바(데릴라), 다니엘 바렌보임(지휘), 파리 오페라(DG, 1978)
△호세 쿠라(삼손), 올가 보로디나(데릴라), 콜린 데이비스(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Erato,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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