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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산성 십리길
상당산성 십리길
  • 의사신문
  • 승인 2015.06.15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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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이 있는 정담 〈138〉

청주시 상당산성의 정문격인 공남문과 잔디광장.
청주시 동쪽은 산들이 제법 우람합니다. 우암산과 망산 그리고 것대산으로 이이지는 산줄기는 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제법 괜찮은 등산로입니다. 등산이 아니라면 상당산성으로 올라가는 옛길은 정돈되어 있을 뿐 아니라 울창한 숲속으로 꼬불꼬불 이어져 한 여름이라도 서늘한 그늘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 길 끝에 상당산성이 있습니다. 산성을 가고자 한다면 새로 난 길을 자동차로 시원스럽게 달려 오르거나 시내에서 산성까지 한 시간에 네 번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습니다. 산성에 이르면 청주시내와는 완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마치 병풍의 뒷면을 보는 듯합니다. 산성이 있는 이 지역은 완전히 시골 농촌마을입니다. 그리 깊지 않은 산골짜기마다 논과 밭이 있고 군데군데 민가가 있습니다. 주민이 많지 않다보니 청주시내까지 운행하는 버스도 아주 드물어 어찌 보면 산골 오지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최근 새로 길을 넓히고는 있지만 이 지역은 꽤 오랫동안 한산하고 여유로운 농촌으로 남아 있을 듯합니다.

 그 중간에 상당산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산성 안에는 마을이 있지만 주민들은 농사보다는 각기 특색이 있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어서 주말이면 떠들썩합니다. 상당산성은 본래 백제시대에 축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토성입니다. 조선시대에 이 산성 위에 돌로 성벽을 쌓아 올려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상당산성은 동남쪽으로 열린 크지 않은 분지를 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둘레는 4.2 킬로미터 정도입니다. 옛 어른들 표현을 빌리면 `한 십리쯤'됩니다. 나들이 삼아 한 번쯤 가서 걸어보기에 좋은 산성입니다. 성곽길이 딱히 가파른 곳도 없으면서 성벽 밖 서쪽으로는 청주 시내가 멀리 보이고 동쪽으로는 먼 산 풍경이 좋습니다.

 지난 4월 초 남쪽 지방은 물론 서울까지 벚꽃이 화들짝 피어 살랑 부는 바람에도 꽃비가 내린다는 소식을 듣고 상당산성을 찾았습니다. 산성 가득 화들짝 피어난 벚꽃을 기대하며 산성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바라보니 벚꽃은 아직 꽤 여러 날 기다려야 할 듯합니다. 청주시내엔 벚꽃이 지고 있는데 산 속이라 기온이 낮기 때문인지 여긴 이제 꽃망울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청주 시내 외곽인 우암산에서 시작된 등산로를 따라 산길을 걷거나 옛 자동차 도로를 이용해 걸어 올라와 산성을 한 바퀴 도는 거리는 꽤 부담스러워 많은 사람들이 상당산성의 정문격인 공남문에서 걷기를 시작합니다. 다행이 주차장이 꽤 넓어서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산성 걷기가 목적이 아닌 사람들은 그대로 지나 산성안의 마을로 들어가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공남문 아래로 넓게 펼쳐져 있는 잔디광장이 시원합니다. 이제 잔디의 초록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벌써 소풍 나온 어린아이들이 넓음을 만끽하며 이리저리 뛰어 함께 온 선생님들의 애를 태우는 모습이 보입니다. 돗자리 깔고 누워 쏟아지는 햇빛을 즐기는 이도 있습니다. 이 광장의 잔디가 온통 초록으로 물들고 잔디광장 가장자리 나무들의 그림자가 진해지면 잠시 세상사 다 잊고 나무그늘 아래 누워 흘러가는 구를 바라보다 낮잠 들기 좋은 곳입니다.

 잔디광장 입구 양쪽에 기념비석이 하나씩 서 있습니다. 그 중 왼쪽에 다가가니 매월당 김시습이 남긴 시 `유산성 (遊山城)'원문과 번역문을 큰 돌에 새겨 놓았습니다. 산성에 오르기 전 잠시 매월당을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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