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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주세페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
  • 의사신문
  • 승인 2015.03.2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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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303〉

■조국이냐, 사랑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고대 파라오시절의 이집트 왕궁과 신전이 무대인 이 작품은 모든 오페라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거대한 작품이다. 출연진만 수백 명에다가 화려한 고대 이집트 의상과 웅대한 무대는 대표적인 그랜드 오페라의 대명사라 불릴 만하다.

 터키 제국이 임명한 이집트 총독인 이스마일 파샤는 베르디에게 1869년 준공 예정인 수에즈 운하를 기념하여 카이로에 새 오페라극장 건설 계획과 함께 개관에 맞춰 오페라의 제작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베르디는 기념행사를 위해 오페라를 작곡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고 시간이 맞질 않는다는 핑계로 제안을 거절하였다.
 그 후 수에즈 운하는 예정대로 1869년 개통식을 하였고 카이로의 오페라극장도 〈리골레토〉를 개관기념으로 공연하였다. 그러나 총독은 베르디에게 여러 통로를 통해 오페라를 계속 요청하였고 결국 간청을 거절할 수 없었던 베르디는 카이로의 오페라극장을 위해 이집트를 소재로 한 작품을 작곡하기로 하였고 총독은 기쁜 마음으로 당시 거액인 15만 프랑을 선지불하였다.

 카이로 박물관을 설립했던 이집트 전문가로 총독과 친분이 두터운 프랑스의 오거스트 마리에트는 베르디 친구인 대본가 카미유 뒤 로클에게 이집트와 관련된 소설 한 권을 전하였다. 이집트 소재의 대본을 찾고 있던 베르디는 로클이 보낸 대본을 보고 상당한 관심을 갖게 되고 이를 기초로 초안을 만들어 이탈리아어 대본을 완성한다.
 카이로 초연은 1871년 1월 예정되었으나 그전 7월 프러시아(독일)가 프랑스에게 선전포고하고 프랑스를 점령하는 바람에 카이로 초연은 연기된다. 다음해 12월 24일에서야 공연된 초연은 대성공을 거둔다. 이 공로로 터키는 베르디에게 `오토만 대 훈장'을 수여하게 된다. 그러나 초연에서 다소 부족함을 느낀 베르디는 일부를 수정하여 다음 해 2월 밀라노 라 스칼라에서 막을 올린다.

 이 공연은 전무후무한 대성공을 거두었다. 입장료는 사상 최대였고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한 좌석에 두 사람이 앉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그 후 여러 곳에서 〈아이다〉 공연요청이 쇄도하였고 베르디는 요청한 극장들이 이 오페라를 공연할 시설과 능력이 되는지를 검토한 후 공연 결정을 하였다.
 〈아이다〉에 대한 거액의 작곡료를 받은 후 베르디는 오페라 작곡에서 은퇴하고자 하였으나 라 스칼라 극장의 간청에 〈오텔로〉와 〈팔시타프〉를 더 작곡하였다. 말년의 이 〈오텔로〉, 〈팔시타프〉, 〈아이다〉는 지금까지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며 베르디의 초기 3대 걸작 〈리골레토〉, 〈일트로바토레〉, 〈라 트라비아타〉보다 더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베르디가 〈아이다〉를 작곡할 때 바그너의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제1막의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와 `이기고 돌아오라'는 전형적인 바그너 스타일이고 독백과 아리아간의 균형과 음절의 대칭은 바그너의 라이트 모티브(Leitmotif)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들이다.

 △제1막 고대 이집트 멤피스 궁 서곡에 이어 막이 오르면서 라다메스는 아리아 `청아한 아이다'를 부르며 무대를 압도한다. 전령이 나타나 에티오피아 군의 이집트 국경 침범소식을 전하자 파라오는 토벌군편성을 명령하고 라다메스 장군을 사령관에 임명한다.
 그러나 라다메스는 애인 아이다의 조국인 에티오피아와 전투를 한다는 것에 갈등을 느낀다. 이때 아이다는 라다메스의 승리를 기원하는 아리아 `이기고 돌아오라!'를 부르는데 사랑 때문에 조국의 패배를 노래하는 기구한 운명에 비통해 한다.

 △제2막 테베 궁전 라다메스 군대의 승전소식에 암네리스 공주는 개선장군을 위해 마중을 나가는데 노예 아이다는 공주의 시중을 들고 있다. 공주는 어느 순간 시종 아이다가 라다메스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눈치 채 질투에 불타게 된다. 이때 개선행진곡과 함께 라다메스가 포로들과 함께 파라오 앞에 등장하는데 아이다의 아버지인 에티오피아 왕 아모나스로도 끌려나온다. 라다메스는 전승의 보답으로 포로들을 풀어줄 것을 청하나 파라오는 아이다와 그녀의 아버지만 놔두고 석방한다.

 △제3막 나일강변 공주는 라다메스의 사랑에 불안해하며 신전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다. 신전 밖에선 아이다가 라다메스를 기다리며 아리아 `오 나의 조국'을 부른다. 이때 아모나스로가 나타나 에티오피아의 재기를 위해 라다메스에게서 전투 기밀을 빼낼 것을 당부한다. 잠시 후 나타난 라다메스에게서 아이다는 기밀을 알아낸다. 그때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공주는 라다메스가 이집트를 배반하고 비밀을 누설했다고 신전의 고승에 고하면서 라다메스는 심판을 받는다.

 △제4막 이시스 신전 고승은 라다메스에게 무덤 생매장을 명한다. 공주는 애걸하지만 라다메스는 모든 영예와 자존심을 버리고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데 뜻밖에 아이다가 이미 무덤 속에 와 그와 함께 죽음을 택한다. 아이다가 `오 이 세상이여 안녕히'를 부르며 무녀들의 합창 속에서 대단원의 막이 내린다.

 ■들을만한 음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지휘), 빈 필, 레나타 테발디(아이다), 카를로스 베르곤지(라다메스), 시묘나토(암네리스)[Decca, 1959]; 툴리오 세라핀(지휘), 마리아 칼라스(아이다), 리차드 터커(라다메스), 페도라 발비에리(암네리스)[EMI, 1955]; 리카르도 무티(지휘), 뉴필하모니아, 몽세라 카바예(아이다), 플라치도 도밍고(라다메스), 레나타 코소토(암네리스)[EMI, 1974]; 로린 마젤(지휘), 라 스칼라극장, 마리아 키아라(아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라다메스), 제나 드미트로바(암네리스)[Decca, 1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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