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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진 칼럼) 우리는 하나이어야 한다
(임원진 칼럼) 우리는 하나이어야 한다
  • 의사신문
  • 승인 2015.01.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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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대 원(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2015년 1월1일 서울시의사회 신년 임원 산행을 북악산에서 시작하며 올해에도 성심을 다하여 회원들을 위해 봉사할 것을 모두 다짐하였다. 출석한 임직원들이 등산 전에 와룡공원에 모여서 같이 구호를 외쳤는데 서윤석 감사님이 선창하신 구호는 `우하하' 였다. 호탕한 웃음소리와 같은 이 구호의 의미는 `우리는 하늘아래 하나다' 였다.

 필자는 의약분업이 되던 해인 2000년도에 개원을 하여 한 곳에서 지금까지 내과 개원의로서 살아가고 있다. 본인이 체감하기에 개원 당시 격동의 한 해였던 2000년 의약분업부터 그 이후로도 의료계는 언제나 격동이었다.
 기괴한 의료정책의 결정 구조 때문에 의사들은 전체주의의 희생자가 되었고, 근본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의료 수가의 개선은 커녕 해마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가 인상률의 복리 행진으로 의사들 삶의 질은 곤두박질쳤다.

 보험 공단의 재정 안정화라는 목적 하에 공단과 심평원의 무리한 실사, 청구액의 삭감과 원외처방약제비 환수가 이루어졌다. 선거 때 마다 의료 포퓰리즘의 공약이 남발되고 국회의원들은 국회에 입성하기만 하면 앞 다투어 의료계에 불리한 법안들을 봇물 쏟아내듯 상정한다. 의약분업 이후 현재까지 의사들은 참담했고, 앞으로 의사들의 삶은 막막하다. 의료계를 옥죄어 오는 외적 압박은 내적 분열로 이어졌다.

 결국 의약분업 결사반대를 주장하던 의료계의 의지는 좌절되었고 약의 조제권을 약사들에게 완전히 빼앗겼다. 이후 이미 의료기관 당연지정제의 그물에 걸려 있는 의사들은 정부의 통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를 설득할 목적의 미끼로 주어졌던 의료수가들도 2∼3년 내에 모두 취소가 되거나 변경되면서 개원의들은 수입이 감소되었다.

 의료계에서는 책임론이 대두되었고 회원들은 무기력감에 빠져들게 되면서 대정부 투쟁의 강력한 응집력과 조직력은 급속히 와해된다. 이후에 선출된 의협 회장과 집행부들도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4∼5년 전부터는 개원가의 분열이 시작되었고, 1∼2년 전부터는 의료계 전체 직역간의 분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의과대학 시절 남들보다 긴 학제 기간, 많은 취득 학점과 짧은 방학을 감내할 수 있었던 것은 의학도라는 자긍심이었다. 전공의 시절 박봉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근무 조건에서 병원에서 살다시피 근무했던 것은 의사라는 자긍심 때문이었다.
 전공의 과정에서 우리는 환자의 생명을 위해 삶과 죽음의 전쟁터에서 명령을 해야 하는 장교이다. 전쟁터이니 당연히 명령 계통을 위한 계급 체계도 존재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과와 직급에 관계없이 존엄한 환자의 생명이라는 목적을 하나로 가지는 전우애를 공유한 집단이다.

 그러나 작금의 의료계는 의사 스스로 자긍심을 버리고 동료에 대한 기본적 신뢰감과 상하에 대한 배려가 없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대한의사협회의 대의원 총회에서 자신의 뜻과 반하면 인신공격을 서슴지 않으며 자신 보다 훨씬 연배가 많은 교수님에게 고성을 지른다. 의사를 차치하고라도 지성인으로서의 기본적 자질도 없어 보인다. 과연 이런 조직력으로 어떻게 정부나 다른 보건의료 단체들과 대적하며 의협을 정치세력화 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이 든다.

 요즘 의료계에 여러 임의 단체가 생기고 있다. 이는 다양한 의견들을 만들고 회원들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다는 면에서는 긍정적이다. 임의단체를 운영하며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은 의료계에 대한 애착과 열정이 많은 분들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임의단체는 의협 중앙회의 조직력을 훼손하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중앙회에 적극 참여하여야만 명분과 존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보건의료의 정점에 있는 대한민국의 의사라는 자긍심과 존엄한 업을 같이하는 동료로서 의사에 대한 동료애와 존경심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사회는 많은 집단과 직능 단체들이 있고 서로 잘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의사들과 관계된 주변을 나열해 보면 보건의료 단체인 약사회, 한의사회와 각종 의료 기사 단체들, 정치인들, 정부의 행정 기관, 건강보험공단, 심사평가원, 소비자시민모임,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노동자 단체들 등이 있겠다.

 도무지 내 가족 이외에 의사들을 이해하고 호의적일 것 같은 단체가 주변에 하나라도 있는가? 고등학교 동창 모임을 가서 의사의 입장에서 발언을 하면 그나마 형편이 나은 사람이 다른 직역과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뉘앙스의 대답을 듣곤 한다. 의사들 주변의 단체들이 의사들의 단합과 분열 중에서 어떤 것을 반길지는 명약관화한 일이다. 정부가 의료계에 불리한 의료 정책을 입안할 때 대한의사협회가 무력화 되어 있다면 그 피해는 결국 모든 의사들에게 똑같이 분배될 것이다.

 의료계에 몸을 담고 의사회 일을 해오면서 어쩌다가 재무제표를 많이 보게 된 필자로서는 2000년 이후 신입회원의 가입율과 특히 중앙회비와 지부회비의 납부율이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보아오고 있으며, 요즘의 의협 중앙회의 재무제표를 볼 때 향후 2∼3년 내에 직장 폐쇄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갖는다.

 특히 수 년 전 부터 개원의간 또는 직역간의 갈등이 격화일로로 치달음을 보면서 난감해 진다. 의사들 모두 하나가 되어 합심해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고 해결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한다하더라도 쉬워 보이지 않는 사안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이다. 그 누구도 아닌 의사만이 의사의 권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어떤 단체가 그 단체에 속한 모든 회원들이 균등하게 회비를 내며 참여하였을 때 강력한 결속력을 가지게 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의사협회의 현실은 자명한 이치와의 간극이 너무나 엄청나다. 대한민국의 의사는 의사면허를 취득하는 순간 인터스텔라의 우주선과 같은 한배에 타는 운명이 되며 다른 배에 타려고 해도 태워주는 배가 없을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라는 배가 좌초되면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들이 몰락하게 될 것이다. 모든 의사들이 회비를 내며 협회에 가입되어 있다면 의사 주변의 단체들은 매우 두려워질 것이다. 이는 광장에 회원들 수 만 명을 모아 집회를 하거나 파업을 하거나 천문학적인 정치후원금을 내는 것보다 훨씬 파괴력을 가질 것이다.

 첫째 구분회나 특별분회의 협조를 얻어 회원 가입과 회비 납부의 중요성에 대해 회원들에게 홍보하여야 한다.

 둘째 각 과 개원의사회나 임의단체들의 협조를 통해 각 단체의 회원들에게 회원가입과 회비납부에 대해서 캠페인을 하여야 한다.

 셋째 면허신고를 단일한 창구로 하여 강제 가입과 강제 회비 납부를 할 수 있어야한다. 현실을 직시하며 정확한 판단을 하는 회원들은 어느 누가 의협이 수장이 되어야만 의협이 강해지고 변화된다는 논리 보다는 어느 누가 수장이 되더라도 강한 의협이 되기 위해서는 전 의사회원들 모두가 대한의사협회에 가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필자의 논지에 수긍하시리라 믿는다.
 회비 납부 회원이 나만 손해를 보는 것 같은 자괴감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회원 가입과 회비 납부의 강제화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회원 가입과 회비 납부는 자긍심과 동료애와 존경심이다. 작금의 의료계가 절체절명의 위기이라면 우리는 하나로 묶여야 된다. 우리 대한민국 의사들은 하늘아래 하나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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