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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투자, 닥터플라자<23>
최초의 투자, 닥터플라자<23>
  • 의사신문
  • 승인 2009.08.2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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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의약분업 투쟁을 계기로 의사들의 단체 참여가 활발할 때 의사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주요 인터넷 사이트는 메디게이트와 현 의협 홈페이지로 개편된 하이텔 동호회였다. 필자도 당시 가끔 게시판에 글을 올렸고 번개 모임에 참석하기도 했다.

의약분업 투쟁과 단체 휴진의 와중에 필자가 개원하고 있는 관악구의 김재생, 손승환, 위상오 원장 등 몇몇 의사들이 모여서 의사들이 직접 운영하고 참여하는 의사들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를 만들었다. 주인이 의사인 벤처 회사를 하나 창업한 것이다.

의권을 쟁취하기 위해 의사들의 단합을 촉구하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이트라면 의사들이 모일 것이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투자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꿈보다는 대부분 참여한다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 당시 컴퓨터의 다양한 기능을 배우면서 따따따(www)라는 인터넷의 기능에 매혹된 필자도 창업 주주가 되었고 500만원을 투자하였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헬스윈'이라는 주식회사의 `닥터플라자'이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오로지 의사로서의 외길만을 생각한 개원의에게 투자를 하고 회사를 설립한다는 것은 생소하기는 했지만 꽤 흥분되는 일이었다. 아무튼 이것이 필자가 본업 외에 투자한 첫번째 케이스인 것이다.

창업에 참여하고 투자도 했지만 투쟁도 끝나고 의약분업이 정착되면서 창업 멤버들 모두 진료에 분주했기 때문에 적극 운영에 참여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회사는 월급 사장을 고용했으며 생각만큼 이익을 내지도 못했고 그후 경영이 어렵다고 추가 투자를 부탁해서 얼만가를 더 보탠 적이 있었다.

투자를 했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을 때쯤 닥터플라자에 게시된 음란물이 문제가 되었다는 전문지 기사를 접하기도 했고, 주주총회 참석 안내도 받았지만 참가하지 못했으며 여러 과정을 거쳐 주식은 휴지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당시 주식보관증을 갖고 있는데 비록 실패한 투자이지만 즐겁게 기억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인적 교류, 지식 습득 등은 투자한 돈 이상의 자산으로 남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 이후도 다양한 분야에 다양한 투자를 했으며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하면서 측정하기 어려운 자산들을 늘리고 있는 중이다.

닥터플라자에 대한 이런 인연으로 주주로서의 권리도 없어졌고 참여도 못하지만 항상 관심을 갖고는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 닥터플라자에 들어갔다가 하루에 게시되는 숫자를 보고 굉장히 놀라게 되었다. 도저히 다 읽을 수도 없는 분량이었으며 익명의 게시판이라 그런지 다양한 비판은 물론 다사다난한 의사들의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올라와서 읽기 거북한 내용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 이곳에 글을 올리는 의사들은 주로 30∼40대라서 의사들의 핵심 연령일 것이고 이들의 참여가 의료계의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게시판의 활성화에 뿌듯함을 느꼈다.

닥터플라자는 최근에 오너가 바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도 의사들이 애환을 나누고 참여하고 비판하는 것뿐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할 수 있는 광장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바란다. 10여년 전 이 사이트를 만드는데 아주 약간 기여하고 손실을 보았지만 어쩌면 필자의 실패한 첫번째 투자가 더 큰 의미로서 성공한 투자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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