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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구 공보이사 칼럼]5 Why?
[각구 공보이사 칼럼]5 Why?
  • 의사신문
  • 승인 2014.11.1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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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아 <노원구의사회 공보이사>

서경아 노원구의사회 공보이사
작은 개인의원 외래에서 진료를 보다보면, 명백한 어떤 진단명이 나오는 질환보다는 그때그때의 증상이 불편해서 오는 환자를 주로 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 검사상 드러나는 큰 이상은 없으나 본인이 느끼는 불편감, 불평은 점점 많아지는 환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 의학적 설명만으로는 만족할만한 치료를 해주기가 어렵고, 그 과정에 필요한 검사는 없이 치료만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게 되어 환자랑 대화를 하는 과정에 일상에서 해결점을 찾아주거나, 완전한 치료가 아니라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들에 상시 직면하게 됩니다. 그 중에는 그다지 해결하기 어렵지 않은 문제들도 있지만 때론 상당히 풀기 어려운 문제들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지만 그래도 답은 쉽게 나오지 않습니다. 설령 답이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답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퇴근 후 아이들 숙제를 봐주면서, 학교 시험후 시험지에 사인을 해주면서 왜 이 문제를 틀릴까?, 문제를 함께 풀어주는 과정에도 왜 이걸 모르지? 나도 어릴 때 그랬나? 이런 생각들을 종종하게 되고, 나름 직장에선 인내심이 많은 편이나 오히려 이 문제에선 바로 화를 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저녁에 화내고, 낮에 병원에서 좀더 참고 잘 설명해줄걸 후회하고 하는 일상이 반복되다보니 나름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남편이 최근에 들은 이야기로 이러한 잡다구니한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데 `5Why'라는 방법이 있다고 들려줬는데, 일면 수긍이 가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어떠한 일반론적인 방법이 모든 다양한 현실의 문제들을 수학공식처럼 풀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저녁시간에 아이 공부를 봐줄때도, 병원에서 진료중에도 충분히 참고할만한 것 같습니다.

미국의 워싱턴 D.C.에는 미국의 독립선언서를 작성한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이 있습니다. 이 기념관의 관리 담당자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기념관은 흰색 대리석으로 만든 돔 형식의 건물인데 대리석이 자주 부식이 되어 수리 비용이 계속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관리 담당자는 왜 대리석이 자주 부식이 되는지 직원들과 고민을 하였는데 비눗물로 자주 청소를 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러면 일견 답은 나온 것 같습니다. 비눗물을 쓰지 않거나 청소 횟수를 줄이면 문제는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관리 담당자는 다시 직원들에게 질문을 합니다. 왜 청소를 자주해야 할까? 그 이유는 기념관에 비둘기들이 많이 날아와서 배설을 많이해서라고 답했습니다. 다시 고민이 시작됩니다. 어떻게 하면 비둘기를 날아오지 못하게 할까?

관리 담당자의 질문은 계속됩니다. 왜 비둘기들이 많이 날아올까?

앞의 질문보다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 어려운 질문입니다. 여러 날 조사 후 비둘기 먹이인 거미가 많기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국, 거미를 없애면 문제는 해결되는 것 같습니다.

관리 담당자는 피곤하게도 한번 더 물었습니다 왜 거미가 많을까?

직원들은 다시 조사를 해 보았고 불나방이 많아 결국 거미가 많이 생기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불나방을 없애면 될까…앞의 과정을 보면 또 뭔가가 있겠죠…

관리 담당자는 또 고민했겠죠.

나방을 없애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마지막 다섯번째로 왜 나방이 많은지 물었습니다.

직원들도 이제 지쳤지만 다시 그 이유를 조사해 보았습니다.

결국, 나방은 황혼 무렵 점등되는 기념관의 조명때문에 모여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관리 담당자는 다섯번이나 `왜?'라는 질문을 했고 하나 하나 문제를 파헤쳐나가보니 문제의 본질은 조명에 있었던 것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하겠죠. 조명을 늦게 켬으로서 대리석의 부식 문제를 해결하였다고 합니다.(실제로 2시간 정도 늦게 켬)

우리는 매일 환자를 대하면서 문제(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을 기본적인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복잡할 경우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하는 일들의 연속입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하지 못하면 임시방편 혹은 잘못된 치료일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현상이 본질은 아닙니다. 이유가 뭘까를 한번 양파까듯이 까보고, 또 까보다 보면 당연히 여기던 것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게 되어 본질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항상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문제와 답이 나오게 되지만, 그 원인과 과정을 한번 더 생각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이번 주도 문제없이 잘 헤쳐나가길 희망합니다.

서경아 <노원구의사회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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