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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유죄<21>
침묵은 유죄<21>
  • 의사신문
  • 승인 2009.08.1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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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야∼”라고 외치면 옆집에서 내다보지도 않기 때문에 구원을 요청할 경우 “불이야∼”라고 외쳐야 한다는 말이 있다. 옆집에 강도가 들고 길에서 약자가 고통을 당해도 외면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침묵하는 이유는 귀찮고 말려들고 싶지 않고, 바쁘기 때문이다. 이기심과 무관심이고 그것이 우리들 대부분의 모습이다.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시위나 전 대통령의 투신 서거, 정치권의 이전투구, 노동계의 극한투쟁에 대해 “이건 아니야”하면서 대부분 언론과 국민들은 침묵했고 결국 우리 사회는 한걸음 더 후퇴하게 되었다. 사회 구성원의 일부가 내던지는 질문과 왜곡된 행동에 즉각적인 답변이나 반대 논리로 맞서지 않으면 그것은 기정사실화 된다. 사실 여부를 떠나 사람들은 침묵을 암묵적인 인정으로 간주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참으로 위험한 사회 여론의 방향이다.

가끔 우리는 침묵하는 다수에 대한 배려를 원하고 이들의 힘을 과소 평가하지 말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자신과 자신의 주변의 안위에만 관심이 있으며 관중으로 남아있는 것을 최상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의 무관심은 사회를 왜곡된 방향으로 이끌고 역사와 후손에게 죄를 짓는 것이다. `침묵은 곧 유죄'가 되는 것이다.

여론을 조성하고 단체를 움직이는 것은 개개인의 소망이 합해진 참여의식이다. 끊임없는 관심과 참여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다.

교육받고 의식화된다는 것은 끊임없이 끼어드는 것이며 진정한 의미의 진보다. 무관심은 소극적이라는 자기 합리화로 지식인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개인적인 이기심이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알릴 것은 알려야 하는 것이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이다. 그래서 PR(피알)을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의미라는 유머도 있다.

의사의 불이익을 강요하면서 밀어붙이는 의료 정책들은 물론 단합과 협조를 요구하는 사안들이 있다. 지금 나는 살만해서, 아직 눈에 보이는 피해가 없거나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서, 아니면 미리 포기해 버리고 외면하는 것이 우리 의사들의 자화상이다. 무관심과 냉소의 작은 조약돌들이 언젠가 큰 바위가 되어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

의협플라자, 닥터플라자, 메디게이트, 각 개원의 사이트 등 환자를 보는 틈틈이 의사들이 글을 올리는 온라인 광장이 있다. 의사 단체의 회무에 대한 불만이나 개원가의 어려움들이 주종을 이루지만 회원들의 인식과 여론이 수렴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소수의 억지 논객들이 사실을 왜곡하는 것 같아 가끔은 마땅치 않기도 하고, 인신공격성 글이나 지나치다 싶은 표현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시간을 투자하면서 올라오는 게시물 중에는 주옥같은 글들이 있다. 이기적인 전문가 집단에서 이곳이야말로 무기력하고 패배의식에 젖어있는 의사사회에서 유일하게 살아 숨 쉬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올라오는 글들이 옳건 그르건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닥터플라자 게시판에 심평원 실사에 항의하는 소송 사건의 지원을 요청하는 글이 있었다. 며칠 사이에 3000여만원이 모금된 것은 착한 사마리아인인 의사들의 힘이기도 하다. 대한의학회 홍보이사를 맡으면서 의학회와 개원가의 괴리감에 마음이 불편하지만 온라인 논객을 포함한 다수 회원들의 참여 의식이 침체된 의료계에 활력과 단합을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김숙희<관악구의사회장ㆍ김숙희산부인과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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