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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로운 사람들
의로운 사람들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09.0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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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용사가 아닌 동사로 이해되는 삶이 있다.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마음에 새기는 순간, 생명을 구하는 일에 인생의 숭고한 뜻을 담는 사람들이다.

지난달 24일 서울 광진구에서 이비인후과를 운영 중인 한 의사가 강원도 계곡에 빠진 부녀를 구하고 그 자신은 목숨을 잃었다.

故 한증엽(55세) 원장은 당시 수영동호회 회원들과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가족 여행을 왔다가 물에 빠진 정 모 부녀의 도움을 외치는 소리를 들었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뛰어들어 그들을 구하고 본인은 나오지 못했다.

고인이 된 한 원장에게는 부인과 중학생 딸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더욱 안타깝고 애통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기암 투병 중에도 전공의 권익 향상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섰던 故 김일호 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역시 한 명의 의사로서, 타인을 위해 기꺼이 자기 삶의 한 조각을 내어준 사람이었다.

故 김일호 전 회장의 아버지는 용접 일을 하며 어렵게 키운 아들이 `흰 가운' 입은 모습을 소중히 기억하고 있다.

많은 선·후배 의사들이 전공의 근무조건개선과 PA문제 해결, 응급의료법 개정안 등 올바른 의료제도 마련을 위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열정을 다한 김 전 회장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항암 치료 등으로 인해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전공의 권익 향상을 위한 공청회와 피켓 시위에 참여하며 설명하고 지휘하는 모습은 많은 의사들의 귀감이 됐다.

이러한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장성인)는 `김일호 상'을 제정했다. 지난달 20일 마감된 `김일호 상' 공모에는 총 7명의 후보자가 추천됐으며, 대한의사협회와 故 김일호 전 회장 유가족으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최종 2명을 선정, 전공의들을 위해 헌신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사람에게 시상할 예정이다.

생사가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내가 지금 서있는 곳, 나의 날숨과 타인의 들숨이 함께임을 알 때, 우리는 이토록 안타까운 희생과 죽음 앞에 조금이나마 의연해질 수 있을 것이다. 삼가 고인의 영면을 빈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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