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20:55 (금)
휴가철을 맞아 읽을만한 책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휴가철을 맞아 읽을만한 책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 의사신문
  • 승인 2014.08.18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분수에 맞게 살자 〈하〉

각 씨족들은 더 큰 석상을 세우려는 경쟁에서 상대방의 석상을 무너뜨리기 시작하며 서로간의 전쟁을 빈번하게 일으켰다.

마야 문명, 아나사지 문명과 그린란드의 유럽인들과 같은 다른 문명의 붕괴와 마찬가지로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와 이를 가속화 시킨 정치·사회·종교적 요인에 의해 인구와 문명이 최고점에 이른 직후 이스터 섬의 문명은 급속히 쇠락했다.

후기의 유적에서 카니발니즘(식인 풍습)의 증거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붕괴의 결과는 지배계급이든 피지배계급이든 모두에게 철저하게 참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명 붕괴의 결과에 따른 영향의 크기는 나은 사람에게나 못난 사람에게나 시간의 차를 제외하고 결코 다를 수가 없었다.

결국 이스터 섬의 지배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비참한 참상의 마지막 목격자 일 뿐 이었다.

이스터섬의 맨 마지막 나무의 벌목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잠행성 정상 상태(creeping normalcy)'는 불규칙한 변동에 의해 느리게 진행되는 변화는 인식되어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매해에 걸쳐 아주 천천히 변화되는 상황에 대해 깨닫기 힘들며 미세하지만 한 사람의 정상(normalcy)의 기준도 매년 아주 조금씩 변화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미세한 변화가 몇 십 년간 진행되어 큰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사람들은 잘 모르고 지낼 수 있다.

비슷한 의미로 `풍경 기억 상실(landscape amnesia)'은 풍경이 해마다 매우 느리게 변하여 수십 년 전과 얼마나 달라졌는지 깨닫지 못하는 현상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나 한강의 밤섬이 수십 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음에도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울창했었을 야자 숲과 수백 년 후 마지막 한 그루가 없어진 사실을 동일한 평면적 시공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오래전의 숲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스터섬의 사람들은 나무들의 개체와 크기가 작아졌음에도 잘 몰랐을 것이고 점차적으로 나무 가치의 효용이 줄어들자 오히려 중요하지 않게 생각했을 것이다.

수종들은 매년 작은 묘목들을 남겼고, 이스터섬 사람들은 작아지는 나무를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덤불들과 함께 베었을 것이다.

따라서 600년 전 어느 여름날 한 이스터섬 사람은 섬의 마지막 야자수가 베어진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의 교육에 많은 노력과 정성을 들인다.

그것은 우리 자녀들이 미래의 삶을 위해 유리할 것이라는 논리적 사고의 결과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녀들이 살아가야할 미래의 환경과 자원에 대해서는 매우 무관심하다.

지구 온난화, 환경의 오염과 화석 연료를 포함한 자원의 고갈에 대한 문제가 매체에 연일 소개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또 하나 지구는 이제 세계화가 되어 있다.

어떤 국가의 변화는 인접 국가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한 국가의 문제가 전 세계 국가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면 최상위 선진국들이나 국제 기구들이 나서서 진화를 위한 각고의 노력을 한다.

네델란드 사람들이 바다를 막아 간척한 땅을 폴더(polder)라고 한다.

이 폴더는 조금씩 스며드는 물을 양수기를 이용하여 끊임없이 빼주어야 토지로서 이용할 수 있다.

네덜란드 사람들은 `적과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 적이 네 폴더 옆의 양수기를 돌리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이제 현대 사회는 우리의 생존이 옆 사람들에게 달려있는 하나의 폴더가 된 세상이다.

현재의 인류는 우리와 우리의 자손들을 위하여 현실을 직시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시대적 요구와 직면하고 있다.

지구위의 모든 인류는 한정된 자원과 환경을 이용하면서 함께 살아가야하며, 환경 파괴에 의해 붕괴를 맞이했던 과거 문명들의 과오를 통해 오랫동안 순환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대로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붕괴를 피해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문명들에서 우리는 분수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는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자가용에 익숙해 졌다.

심지어는 동네 슈퍼마켓을 갈 때도 무심결에 자가용을 타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30년도 안된 학창시절 그렇게 익숙했던 버스와 지하철이 아니었던가?

나는 요즘 아침 회의가 있는 일주일에 한번을 제외하고 3Km 떨어진 나의 진료실을 도보로 출근하고 있고, 저녁 모임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점심 식사는 집에서 만든 도시락으로 한다.

물은 되도록 받아서 사용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밀려오는 우편물을 막을 수는 없으나 제3세계의 나무로 만들어지는 종이를 낭비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며, 화장실의 종이 수건은 오직 한 장만을 사용한다.

등산하는 사람들의 기본이겠지만 등산을 할 때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해 온다.

불필요한 화학제품의 사용을 자제한다.

생활 습관의 변화는 건강의 증진이라는 부수적인 소득도 있는 것 같다.

또한 속도로 인해 보지 못하였던 풀, 나무와 꽃잎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공원을 걸어갈 때 의자가 있으면 잠시 앉았다가 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아주 가끔은 거리에서 안구를 정화시킬 것 같은 선남선녀들과도 조우하게도 된다.

물론 말을 걸 수는 없다.

나 한 사람의 변화가 중요하지는 않을 수 있겠으나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점차 많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문명의 붕괴'는 제목과는 역설적으로 희망의 방법을 제시한다.

오늘밤 신중한 낙관주의자 제러드 다이아몬드와 함께 떠나는 과거 문명 세계로의 여행을 통하여 보다 지적인 환경주의자가 되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

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