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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을 맞아 읽을만한 책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휴가철을 맞아 읽을만한 책 :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
  • 의사신문
  • 승인 2014.08.01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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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분수에 맞게 살자 〈상〉

탕! 탕! 탕!

약 600년전 폴리네시아의 극동에 위치한 작은 섬인 이스터섬의 어느 여름 아침.

웃통을 벗은 건장한 폴리네시아 사내가 돌도끼로 이 섬의 마지막 남은 야자수의 밑동을 내리치고 있다.

불과 수 백 년 전만 하더라도 이스터 섬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던 천년에 가까운 수령의 야자수들.

그러나 지금, 울창했던 숲의 한 개체였던 마지막 나무는 수 시간 후 ‘쿵’하는 소리와 함께 속절없이 줄기가 지표에 수평으로 닿아버린다.

이렇게 이스터 섬의 마지막 야자수가 사라진다.

마지막 야자수를 쓰러뜨린 것은 날인 돌도 자루인 나무도 아니다.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은 스스로 마저 파멸의 운명으로 몰아갈 이 섬의 마지막 나무를 파멸시켰다.

나의 행동 양식에 변화를 주었던 책이 있다.

많은 소설이나 수필이 우리에게 감동과 기쁨을 준다.

그러나 독서 후 나의 행동 양식이 변화될 수 있는 책은 흔하지 않다.

물론 성서를 비롯한 신학서나 철학서들도 사람의 행동양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내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자연과학서적인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의 붕괴’라는 책이다.

저자인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라는 저서로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는 사람이다.

1937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서 캘리포니아에서 자랐다.

대학교에서 생리학을 전공했고 점차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으로 학문의 분야를 넓혔으며, 여러 외국어를 구사하며 언어학에도 조예가 깊다.

`총, 균, 쇠'로 1998년 퓰리처 상을 수상 했으며, 영국의 과학출판상과 미국 LA타임스 출판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현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엔젤리스(UCLA) 의과대학 생리학/지리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어제까지의 세계'가 그의 저작이다.

맨 마지막 나무를 베었던 이스터 섬의 폴리네시아 사나이는 자신이 행하고 있는 씻을 수 없는 엄청난 과오를 인지하고 있었을까?

그 사람은 오늘날의 현대인들처럼 교육을 받지 못하여 자신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던 것일까?

다른 사람들의 만류를 거부하고 자신만의 이득을 위해 욕심을 부렸던 것일까?

자신의 눈으로 보기에 이 섬의 마지막 나무라는 확실한 사실을 어떻게 몰랐다는 말인가?

그는 나쁜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어리석은 사람이었을까?

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이스터섬은 칠레로부터 서쪽으로 약 3700Km 떨어진 폴리네시아의 극동에 위치한 넓이 166㎢의 작은 섬이다.

부활절(1722년 4월 5일)에 네델란드의 탐험가 야코프 로헤벤이 이 섬에 상륙하면서 붙였던 섬의 이름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기원후 약 900년 경 인근 섬으로부터 최초의 정착자들이 이스터섬으로 이주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집약적 농경으로 전성기에는 약 6천명에서 3만명으로 추정되는 많은 인구(인구밀도 ; 평방마일당 90∼450명)가 살면서 지금까지도 미스터리로 여겨지는 모아이 석상으로 대표되는 이스터섬의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이스터섬의 문명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기원 후 1100년부터 1600년 사이에 만들어진 `모아이(moai)'라 불리는 거석상과 거석상을 받히기 위해 만든 약300개의 `아후(ahu)'라는 돌기단이다.

모아이는 887개가 발견되었고, 그 높이는 대부분 4.5∼6미터 정도이지만 가장 큰 석상은 21.3미터이며, 무게는 10∼270톤이다.

직사각형의 기단인 아후는 회색 현무암으로 사방에 옹벽을 쌓고 그 안을 돌조각으로 채운 형태이며, 높이가 4미터 정도이고 대다수의 폭이 150미터이며 무게는 300톤에서 9000톤까지 다양하다.

구전설화와 고고학적 탐구의 결과 이스터섬에는 11∼12개의 지역으로 분할되어 지역마다 혈통을 같이하는 씨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문명의 후기로 가면서 점차 석상의 규모가 커졌다는 점에서 각 씨족들 간에 상대를 압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존재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문명 후기 거석상의 특징은 `푸카오(pukao)'라는 거석상위에 올려진 원통형의 머릿돌 조각이다.

발견된 90여개의 푸카오는 모아이의 머리 위를 장식하기 위해 붉은색 암석으로 만들어졌고 무게는 12톤에 달하며, 족장이 사용하는 붉은새 깃털로 만든 장식물 또는 깃털과 천으로 만든 모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의 기술과 기구로 거대한 푸카오를 10미터 높이의 모아이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이것은 문명의 후기로 갈수록 씨족끼리 서로의 거석상을 뽐내기 위한 경쟁이 극열한 양상으로 치달았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방증이다.

기단인 아후, 거석상 모아이, 그리고 머릿돌 푸카오…

다 돌덩어리들 아닌가?

왜 그들은 밥도 떡도 나오지 않는 그 조각상들에 그토록 집착했었던 것일까?

그러나 현대인들도 삶의 영위와 관계 없는 것들에 집착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과시를 위한 이스터섬의 무의미한 조각상들처럼 현대인들도 자신의 과시를 위해 불필요한 거대한 저택을 짓고 값비싼 차를 타고 보석과 명품으로 치장을 하며 필요 이상의 요리를 소비한다.

이스터섬 사람들이 석상 조각에 몽환적으로 몰두하면서 섬은 점차 자원의 고갈에 직면한다.

고갈된 유실수와 삼림의 파괴는 농업의 생산성을 감소시켰을 것이다.

환경의 악화와 식량의 감소는 씨족간의 관계를 악화시켰고, 결국 1680년경 새로운 군부 지도자에 의해 기존의 족장이 물러난 이후 내란이 계속되었으며 이스터섬의 문명은 점차 붕괴의 나락으로 빠져들기 시작한다.

서대원 <서울시의사회 재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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