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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사회장단 칼럼]도봉산행
[구의사회장단 칼럼]도봉산행
  • 의사신문
  • 승인 2014.06.1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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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원 <송파구의사회장>

김학원 송파구의사회장
지난밤에 산행에 필요한 물품과 간식들을 챙기다. 오전에 예배드린 후 종합운동장에 주차시켜 놓은 차에서 옷을 갈아입고 11:55, 잠실에서 교대로 구파발로 지하철로 이동하다 13:05. 의정부행 버스로 송추 느티나무 정류장에서 하차한 후 13:20 , 송추 계곡을 따라 오봉입구에 도착하여 14:05, 오봉까지 2.7Km 본격적인 산행 시작하다.

여성봉에 이르니 비가 오기 시작하다 14:40. 김밥과 오메기떡 참외 수박으로 혼자만의 정찬을 즐긴 후 오봉으로 향하다. 이때부터 새로 신은 등산화가 말썽을 부린다. 양 뒤꿈치가 쓰리다. 망월사역까지 완주할 수 있을까 우려하며 오르막 발걸음마다 조심스럽다. 여성봉 입구에서 만났던 산악구조요원들에게 밴드를 빌려놓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5:05 오봉근처 감시초소 앞에 구급함이 반갑다. 전화하여 열어보니 제법 드레싱세트가 구비되어있다. 밴드 몇 개 꺼내어 발뒤꿈치에 붙이니 한결 걷기가 편하다. 고마운 일이다. 산행하면서 구급함을 챙기지도 못했다니….

십 수 년 간 아내와 산행을 즐기다가 아내의 무릎부상으로 산을 함께 다니지 못한 것이 7년쯤 된 듯하다. 지난 금요일. 삼십 여 년 만에 항상 함께 있던 아내를 여행 보내고 혼자만의 산행을 계획하였다.

명산에는 사람이 많다. 송파 집근처를 벗어난 산행은 큰 맘을 먹어야하고 체증을 피하자면 오후시간이 제격이다. 더욱이 오늘은 비 소식도 있어 등산객들에 시달리지 않고 잡념 없이 그저 산에 오를 수 있으리라.

오봉 전망대에서 여러 컷의 오봉 전경을 찍다. 제법 비가 내려 옷을 적신다. 우의까지는 입을 정도가 아니다. 우산을 받쳐 들고 칼바위 암릉을 위험스럽게 곡예하며 통과하고 우이암 삼거리에 도착하니 10여 년 전 이웃의 안과 주 선생 부부와 우이동에서 출발하여 함께하던 산행이 떠오른다. 평택으로 병원을 옮긴 후 자주 보지 못해 그립다. 신선대는 우회하여 자운봉 아래에 도착하다 16:20. 비와 구름으로 인적이 없는 길을 홀로 호젓이 걸으니 신선이 된 듯하다. 잠시 쉬며 간식 먹다.

16:35 무심코 입구 큰 바위 철봉지지대로 들어서 올라가다 보니 아, 이건 제법이다. 긴장하고 우산을 접고 장갑을 끼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지지대를 의지하며 오르다보니 이제는 내리막. 거의 수직에 가까운 절벽에 걸린 철제 지지대와 구름과 비와 바람. 돌아 갈 수도 없다. 동반자도 없다. 이곳이 다락능선으로 내려가며 자운봉을 바라볼 때 사람들이 바위에 매달려 있던 그 곳이었군. 식은땀이 빗물과 함께 흐르다. 무사하기를 기도하며 구르듯이 매달리며 아슬아슬하게 무사히 내려가다. 암릉을 통과하니 16:55, 약 20분간 마음을 졸였다. 위급한 상황에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을 텐데. 다시는 무리한 구간은 도전 안하리라.

바위 아래에서 잠시 비를 피한 후 17:05, 포대능선으로 향하고 포대 전망대 지나 하산길에 접어들다. 사패산 방향으로 내려가다 망월사에 도착하다 17:55. 신라 선덕여왕 때 지은 사찰이 6.25때 완전히 불에 타 이후 재건한 전통의 고찰로 영산전에서의 5월의 풍광이 황홀하여 도봉산행마다 즐겨 찾았던 곳. 오늘은 짙은 구름과 비로 인해 바로 아래만 보일 뿐. 아쉬운 마음으로 돌아내려오다.

어둑해진 하산 길에 망월사에서 인사했던 먼저 내려가던 등산객을 만나다. 자기도 혼잡을 피해 수원에서 승용차로 와서 오후 4시부터 망월사에 오르기 시작했다 한다.

원도봉 입구에 내려오니 18:55. 이후 망월사역에서 도봉산 군자 오금까지 연결하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혼란스러운 우리 의료계 현실과 불안전의 늪에 빠진 사회를 생각하며 아픈 마음으로 목욕재계한 후 텅 빈집으로 귀가하다 21:30.

김학원 <송파구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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