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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할 시간조차 없는 전공의들
투표할 시간조차 없는 전공의들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06.02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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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지방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는 어김없이 각 후보들과 선거운동원들이 기호와 이름을 알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 사회에서 `한 표'가 가진 힘은 실로 대단하다.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평등한 한 표를 행사함으로써 나를 둘러싼 생활을 비롯해 내가 사는 지역, 나아가 우리 사회의 정책적 기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듯 중요한 투표. 하지만 의사 사회를 이끌어나갈 전공의들은 정작 투표할 시간도 없다고 한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최근 발표한 `2014 전공의 수련환경 설문조사' 중 선거 관련 문항 결과를 보면 전공의 10명 중 4명 이상이 당직근무 등으로 인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전협의 이같은 발표에 따르면 전공의 대다수가 주당 100시간 이상을 병원에서 보내며 `현실적으로' 투표할 시간조차 낼 수 없는 것이다. 설문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응답자 1700명 중 42%가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않을 것이며, 이 가운데 70% 이상이 참여하지 `못하는' 것이라 응답했다.

대전협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실제 주당 근로시간은 인턴 118.64시간, 전공의 1년차 102.97시간, 2년차 102.29시간 등으로 4년차까지의 전체 평균 주당 근로시간은 100.3시간에 달한다. 전공의들이 투표에 참여하고 싶어도 실제 당직 때문에 시간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전협 장성인 회장은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일선 전공의들로부터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어 각 병원에 공문을 보냈다”며 “투표할 시간도 못 낼 만큼 고된 일과 속에 놓인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전공의들이 소중한 투표의 의무와 권리를 당당히 행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공의 10명 중 4명 이상의 비율로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은 의사 사회, 나아가 미래 의료계에도 불행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의료계 종사자들은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의료제도 관련 정책을 꼼꼼히 살펴볼 수밖에 없다. 전공의들이 각 후보들의 공약을 검토하고 사회 전반에 보탬이 되는 `한 표'를 행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다가올 한국 의료계를 위한 길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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