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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메시앙 〈투랑갈릴라 교향곡〉
올리비에 메시앙 〈투랑갈릴라 교향곡〉
  • 의사신문
  • 승인 2014.05.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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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이야기 〈265〉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신앙적 무지개빛 사랑의 찬가

메시앙은 드뷔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10살 때, 드뷔시의 〈펠레아스와 멜리상드〉 성악 악보를 선물 받은 메시앙은 새로운 화성의 세계에 눈떴고, 이를 자신만의 개성 있는 화성 언어로 발전시켰다. 메시앙에게 모든 음은 `색채'였다. 깊은 가톨릭 신앙과 `색채의 음향'이 결합되어 나온 것이 바로 그가 말하는 `신학적 무지개'였다.

그의 음악적 이상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햇빛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이었다. 메시앙의 제자 피에르 불레즈는 “메시앙은 작곡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배열할 뿐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즉, 메시앙의 음악은 유기적인 전개나 발전이 없고, 모든 작품이 거대한 모자이크처럼 구성되어 있다. 그의 음악은 `생성'하는 서양 철학보다 `존재'하는 동양 철학과 더 가깝게 느껴진다.

〈투랑갈릴라 교향곡〉은 쿠세비츠키가 이끌던 보스턴 심포니오케스트라가 위촉하여 만든 작품으로 1949년 레너드 번스타인 지휘와 이본느 로리오가 피아노 솔로를 맡아 보스턴심포니에 의해 초연됐다. `투랑갈릴라'는 의미가 복잡한 두 개의 산스크리트 단어를 합한 것이다. `투랑가'는 `천방지축 말처럼 달리는 시간' 또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흘러내리는 시간'을 뜻하며, `운동과 리듬'이기도 하다.

`릴라'는 삶과 죽음의 성스런 `게임'을 뜻하며, `사랑'을 뜻하기도 한다. 따라서 `투랑갈릴라'는 `환희의 송가' 또는 `사랑의 노래'라는 뜻이 되는 한편 시간, 운동, 리듬인 동시에 삶과 죽음이다. 메시앙에게 이 `환희'는 현기증 나는 초인간적인 환희다. 그에게 `사랑'은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마신 사랑의 독배이다. 그 자신 이외의 모든 것에게 치명적이고, 저항할 수 없고, 잊힐 수밖에 없는 `존재 자체'인 사랑이다.

이 작품은 10개의 악장으로 총 4개의 주제로 구성되었다. 첫 묶음은 2, 4, 6, 8악장으로, `사랑의 주제'를 사용한다. 즉, 남성적인 요소와 여성적인 요소를 합한 것이다. 둘째 묶음은 3, 7, 9악장으로 제목이 `투랑갈릴라'로 되어 있다. 메시앙은 이를 `동상의 주제'라고 부르며 `무시무시한 운명적인 동상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셋째 묶음은 5, 10악장으로 `꽃의 주제'라고 불렀다. 메시앙은 이 주제에 대해 `두 멜로디의 섬세한 곡선은 부드러운 난초, 장식용 푸셔, 나긋나긋한 메꽃 같기 때문'이라 하였다. 네 번째는 1악장 도입부로 혼자 서 있다.

△제1악장 도입 첫 부분은 `동상의 주제'와 `사랑의 주제'를 제시한다. 다음 부분은 다양한 리듬을 복잡하게 쌓아 올려서 걷잡을 수 없는 힘을 느끼게 한다. △제2악장 사랑의 노래 1 메시앙은 “템포, 뉘앙스, 느낌이 완전히 대조되는 두 개의 요소가 번갈아 나타난다. 빠르고, 강하고, 열정적인 첫째 요소는 트럼펫이 연주한다. 느리고, 부드러운 둘째 요소는 옹드 마르트노(금속선진동으로 소리를 내는 전자 악기의 일종)와 현악이 연주한다.”라고 설명한다.

△제3악장 투랑갈릴라 1 클라리넷과 옹드 마르트노가 주고받는 첫 주제는 바순, 트롬본, 더블베이스가 연주하는 대조적인 강렬한 주제로 연결된다. 첫 주제를 현악기들이 연주하면 오보에가 연주하는 셋째 주제가 등장한다. 마지막엔 첫 주제와 둘째 주제가 겹쳐서 연주되고, 셋째 주제를 활용한 코다로 이어진다. △제4악장 사랑의 노래 2 메시앙은 “트리오가 2개 있는 스케르초”라고 이 악장을 설명했다. 끝 부분에서 `꽃'과 `동상'의 주제가 나타난다.

△제5악장 별들의 피의 환희 `엑스타시 속에서 외치는 소리' 같은 악장이다. △제6악장 `사랑의 잠'의 정원 메시앙은 “사랑하는 두 연인은 `사랑의 잠'에 빠져 있다. 그들에게서 하나의 풍경이 펼쳐져 나온다. 그들을 에워싼 정원은 `트리스탄과 이졸데'다. 정원은 빛과 그림자, 나무와 새로 핀 꽃, 멜로디를 노래하는 밝은 빛깔의 새들로 가득 차 있다. 시간은 흘러가고 망각이 찾아온다. 연인들은 시간 바깥에 있다. 그들을 깨우지 말자.”라 말한다. △제7악장 투랑갈릴라 2 고통과 죽음을 표현한다. 악장 끝 부분에서 같은 패시지가 뒷걸음치듯 나타나다가 마지막에 탐-탐의 강력한 타격에 의해 한꺼번에 운동을 멈추는 대목은 불길한 느낌이다.

△제8악장 사랑의 전개 모든 주제가 다 등장한다. 특히 `사랑의 주제'가 큰 역할을 하며 다른 주제 사이에서 나타날 때마다 점점 더 길고 강하게 환희를 폭발시킨다. 메시앙에 따르면 “트리스탄-이졸데는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초월했고, 마침내 교향곡 전체의 클라이맥스에 이른다.”고 하였다. △제9악장 투랑갈릴라 3 첫 주제를 활용한 변주곡이다. 타악기들은 이 악장 내내 매우 복잡한 리듬을 연주한다. △제10악장 피날레 `사랑의 주제'를 빠르게 변형시킨 제2주제가 이어진다. `사랑의 주제'는 코다에서 느리게, 의기양양하게 다시 나타난다.

■들을만한 음반: 앙드레 프레빈(지휘)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EMI, 1977); 리카르도 샤이(지휘)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Decca, 1992); 정명훈(지휘), 바스티유 오페라오케스트라(DG, 1990); 사이먼 래틀(지휘), 버밍엄 시립 심포니오케스트라(EMI, 1986)

오재원 <한양대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 이 클래식이야기 전편은 오재원 작 `필하모니아의 사계'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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