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클리닉 외국인 무료진료소
라파엘클리닉 외국인 무료진료소
  • 홍미현 기자
  • 승인 2014.04.14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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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취약 외국인들을 위한 치료와 축제의 공간

전 세계 어디든 의료취약자로 꼽히는 군은 `외국인'이다. 자국민이 아니면 2∼3배에 달하는 의료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다문화가족들은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한민국 의사들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 지역 외국인들을 위한 진료소는 물론 이동진료소를 이용해 도움을 주고 있다.

의사신문은 매주 일요일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 외국인들을 위해 무료진료소를 여는 `라파엘클리닉'을 찾아 취재했다.

라파엘클리닉 무료진료가 개최되는 동숭동 대학로에 가면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작은 장터가 열리고 외국인 밴드의 경쾌한 음악, 법률 상담 등 먹거리 볼거리가 제공된다.

그리고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서는 외국인을 위한 `무료진료소'가 열린다. 매주 일요일은 꿈을 찾아 우리나라에 온 외국인들의 축제의 장이 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동성고등학교 정문에 들어서자 쌀쌀한 바깥 날씨와 달리 나눔을 베푸는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것 같았다.

지난 4월 6일 찬 봄바람이 부는 오후 2시, 동성고등학교 대강당에 마련된 혜화동 진료소를 찾았다. 순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환자들을 위해 마련된 의자는 앉을 곳이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진료소는 이미 `포화'상태였다.

순간 의사들의 재능기부가 이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였는지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접수창구에서 부터 대기실은 물론, 약 처방 대기실까지 앉을 곳이 없을 정도였다.

라파엘클리닉이 일반 병의원과 달리 진료의 문턱이 낮기 때문일 것이다. 라파엘클리닉을 찾아온 외국인들은 의료보험증이 없어도 진료소 입구에서 ID카드만 받으면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피부색, 인종, 성별 등 제약 없이 누구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불법체류자라 해서 이들을 모른 척 하지 않아서이다.

특히, 치료비부터 약값까지 모두 무료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해 병원을 찾지 못한 외국인들에겐 생명의 줄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라파엘클리닉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알아둬야 할 곳 1위라는 말이 있을 정도란다.

이에 클리닉을 방문하는 국적도 다양하다. 필리핀,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 중국(조선족), 나이지리아 등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클리닉은 `작은 진료'가 열리고 있었다. 라파엘클리닉은 내과만 보는 `작은진료'와 모든 진료를 다 보는 `큰진료'를 격주로 시행하고 있다.

큰 진료날에는 내과, 외과, 영상의학과, 치과 등 19개 진료과목 전체가 운영되며 작은 진료날에는 10개(내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정도의 과목이 개설된다. 약국과 의무기록실은 매주 운영 중이다.

그리고 이곳은 간단한 혈액검사, 초음파와 X- ray 촬영도 가능하다. 진료는 일차진료를 보고 있지만 그 규모는 종합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라파엘클리닉 관계자는 “보통 내과 선생님이 5∼7분 다른 과목 선생님들이 1분씩 진료를 본다. 보통 약 250여명의 환자들이 클리닉을 방문하고 있다”며 “매주 일요일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다보니 초진 환자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재진환자 위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진·봉사자 120여명 참여 매주 일요일 동성고서 무료 진료
중소병원 규모 성북동 새 둥지서 더 많은 환자에게 나눔 기대


관계자는 “1958년 무료진료를 시작하던 당시 박스 2개와 소량의 약품을 가지고 시작한 봉사 규모가 지금은 40여명의 의료진과 70∼80여명의 봉사단으로 구성, 하루에 약 350명을 진료 할 수 있는 규모로 성장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라파엘클리닉은 동성고등학교 강당(4층)의 `복도 진료실'이다. 진료실은 어느 봉사단체와 마찬가지로 해외 의료봉사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복도 진료실을 따라가면 내과, 신경과 등을 알리는 팻말이 늘어서 있다. 복도 양옆으로는 노트북과 진료기구를 놓고 전문의들의 환자를 보고 있다. 칸막이 없이 공개된 공간이지만 환자, 의료진 모두 불평 한마디 없다. 환자의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진지한 의료진의 모습 뿐이다.

환자의 진료서를 받아든 의사는 EMR(전자의무기록)을 펼쳐 그 동안의 환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곤 환자의 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한국말이나 영어가 가능한 환자들은 큰 문제없이 진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말이 어눌한 이주노동자들은 손짓 발짓을 동원해 증상을 설명하는데 진땀을 뺀다. 이는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한국어 실력을 가진 다른 외국인이 옆에서 `통역'을 해주기도 하고 전화 `통역'까지도 준비되어 있다.

15년째 라파엘클리닉 역사와 함께해온 김창덕 진료위원회 위원장(고대의대)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면 어려웠던 우리나라를 생각하게 돼 봉사를 시작했다”며 “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오지 않으면 이들을 돌봐주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는 책임감과 내가 빠지면 다른 의료진들이 쉬는 시간도 없이 환자를 봐야한다는 생각 때문에 시간을 내서 꼭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한 번 봉사를 나오기 시작하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다”며 “이는 `보람'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병원 현장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의사 의 몫이지만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의료봉사를 나누는 것도 의사의 역할이라 생각한다”며 “학생때 부터 봉사단체에 참여해야 사회에 나가서도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습관처럼 봉사에 나올 수 있다. 레지던트들의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남승주 고대의대 내과 전임의는 “김창덕 교수님을 통해 레지던트 시절부터 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그는 “환자들이 질병이 호전돼 찾아와 `고맙다' `감사하다'라는 말을 전할 때가 가장 보람있다”고 말했다.

이런 그는 라파엘클리닉 봉사활동을 통해 앞으로의 진로를 `무료진료 봉사단체'에서 활동할 계획까지 가지고 있었다. 남 전임의에게 `봉사'도 좋지만 생계유지는 어떻게 해 나갈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며 내 입에 풀칠 정도 못하겠냐 말해 그의 진심을 알 수 있었다.

라파엘클리닉은 시간이 지날수록 환자가 계속 늘어났다. 줄지 않는 이 환자들을 웃으며 대하는 의사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환자들의 모습에 피곤함도 모르나 보다.

당뇨를 앓고 있다는 조선족 A씨는 “한국의 의료진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며 “한국에 들어온지 1년만에 `당뇨'가 생겨 지금 3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라파엘클리닉 의료진이 없었다면 의료비나 약값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무료 진료를 통해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준 의료진들게 거듭 감사하다”며 마음을 전달했다.

라파엘클리닉은 많은 외국인들에게 좋은 시설에서 진료를 전해 주고 싶어 17년만에 성북동에 새 둥지를 튼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에서 마련해 준 건물에 지하 1층 지상 5층(옥상)의 중소병원 급 규모의 라파엘클리닉을 오픈한다. 오랜 염원이었던 진료소를 갖추게 됐다.

라파엘클리닉은 “쾌적한 진료공간은 물론 효과적인 업무 공강관 교육공간, 그리고 외국인 공동체들의 다양한 문화 나눔의 장이 마련된 열린 공간에서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며 “앞으로 많은 의료진들들의 참여와 의료기기의 기증이 활성화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1958년 서울대의과대학 가톨릭학생회가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료의료 진료소를 기반으로 35년 동안 지속되다 빈민진료의 의미가 전국민적인 의료보험 확대에 따라 퇴색되어 가던 중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의료혜택을 전달하고자 1997년 4월 진료를 시작했다.

홍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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