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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차 정기대의원총회 임수흠 회장 축사
제68차 정기대의원총회 임수흠 회장 축사
  • 의사신문
  • 승인 2014.03.3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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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걸맞는 역할 수행…동행시 투쟁서 승리”

임수흠 서울특별시의사회장
존경하는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한 해 어려운 순간순간 많은 협조와 참여를 해주신 회원 여러분들이 계셨기에 서울시의사회는 원활한 회무를 집행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특별시의사회 제68차 정기대의원총회를 맞이하여 이 작은 지면을 통해서나마 그 노고에 대해 감사와 격려의 말씀을 올립니다.

대내외적으로 너무나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의사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오늘의 정기대의원총회에 임하며 그 어느 때와도 다른 책임감과 비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복잡다난한 저의 심경을 작지만 오랜 여운을 남긴 옛 이야기 한 편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중국의 고대 주(周)나라 경왕(景王)은 화폐개혁을 단행하여 일반 백성들로부터 큰 원성(怨聲)을 산 바 있습니다. 그는 이에 더하여 민간에서 남은 동전(銅錢)들을 수집하여 큰 종(鐘)을 만들도록 명합니다. 경왕의 이 같은 정책에 많은 신하가 반대의 뜻을 표합니다.

그러나 경왕은 이를 묵살해버리고 결국 큰 종을 주조해내기에 이릅니다.

이듬해 큰 종이 완성되자 아부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종소리가 듣기 좋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주구라는 신하는 “백성들이 종을 만드는 것을 찬성해야 종소리가 듣기 좋은 것이지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한데 어찌 종소리가 듣기 좋을 수 있겠습니까?

백성들 모두가 좋아하는 일은 성공하지 않을 일이 없으며, 백성들 모두가 싫어하는 일은 실패하지 않은 일이 없습니다.

옛말에 `많은 사람들의 뜻은 견고한 성을 이루고, 많은 사람들의 말은 쇠를 녹인다'고 했습니다”라고 간언합니다.

`중심성성 중구삭금(衆心成城 衆口찱金)'이라는 사자성어에 얽힌 이 이야기를 오늘 이 시점 새삼 떠올리게 되는 것은 비단 저만은 아닐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선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일 년간의 회무를 돌아보니 아쉬운 것도 많지만 보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직원 3명이 감원된 상태에서도 충원 없이 충실히 서울시의사회의 회무에 전혀 차질이 없었던 점에 대해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참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시의사회 회비 납부율이 예년에 비해 1.5%의 상승이 있었던 점, 각종 행사 및 행사의 효율적인 개최, 의사신문사의 흑자 달성과 구조 조정, 2015년도에 치루어질 서울시의사회 100주년 행사를 위한 여러 작업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점, 처음으로 개최된 개원준비를 위한 새내기들을 위한 연수강좌, 개원의를 위한 업무가이드북 제작과 배포, 내실 있는 법제 전문분야 연수교육 개최, 간호조무사 수급 활성화를 위한 보건간호특성화 고등학교 지원 사업, 회원들의 각종 민원 해결과 홍보 등 그 외의 많은 회무들이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더욱 더 내실 있고 회원들에게 도움이 갈 수 있는 회무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우리 의사들은 전 국민의료보험체계 하에서 많은 희생과 눈물을 강요받아 왔습니다. 어렵게 진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사들에게 진료 외적인 많은 행정적인 업무 부담, 의사들에게만 지나친 각종 규제와 처벌, 정상적인 진료를 옥좨는 각종 비정상적인 정책과 제도, 저수가에 보태 본분을 망각한 관성격의 의료기관들의 우월적 위치를 유지한 상태에서의 일차의료기관들과의 불공정한 경쟁 등으로 많은 의료기관들이 도태를 하고 있으며 심지어 파산 회생신청 직업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하는 처참한 지경에 도달해 있습니다. 이제는 종합병원들도 많이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쌓이고 쌓인 불만이 극을 치닫고 있는 상황에 불을 붙인 것이 전문가로서의 의사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정부의 원격의료 허용과 투자활성화 대책입니다.

이에 의협은 파업을 불사한다는 의지로 투쟁을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모두 힘을 합쳐도 어려운 싸움에 누가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들 스스로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분란의 소용돌이에 빠져서 헤쳐 나오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의사들 사회에도 과별, 직역간 갈등 외에도 예외 없이 세대간 갈등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다르게 점점 어려워져만 가는 의료계 현실에 젊은 의사들은 힘들어 하며 절망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들 모두가 희망의 앞날이 보이도록 같이 적극적으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저를 비롯한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며 극복을 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파업을 동반한 투쟁을 보며 인간이라는 존재의 무서움과 두려움, 비겁함을 같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두려움과 비겁함은 다 같이 단합하여 움직일 때 없어질 수 있습니다.

하나된 백성의 힘은 성벽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무쇠도 녹일 수 있는 힘이 바로 단결이라고 합니다.

내가 다 옳지는 않습니다. 의견이 다르다고 상대편이 다 틀리지는 않습니다.

서울시의사회는 내년에 창립 100주년이 됩니다. 그동안 얼마나 큰 일들이, 우여곡절이 많았겠습니까? 하지만 일관되게 흔들리지 않는 전부가 공감하는 부정할 수 없는 원칙이 있었고, 지켜왔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것입니다. 역사에 걸맞는, 위상에 걸맞는 서울시의사회의 본연의 역할을 앞으로 분명히 하도록 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같이 가야만 이번의 투쟁을 이길 수 있습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존경하는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원여러분!

“큰 바람 불어 파도를 헤칠 때가 오면, 구름 같은 돛 달고서 푸른 바다 헤쳐가리”라던 옛 성현들의 지혜로운 말씀처럼 그 길을 같이 헤쳐 가십시다.

기회가 되는대로 아니 기회를 만들어 회원 여러분들 곁을 찾아가 귀 기울이겠습니다.

아낌없는 애정으로 서울특별시의사회를 품어주십시오.

회원 여러분의 가정과 진료실에 건강과 온갖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임수흠 <서울특별시의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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