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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시절
호우시절
  • 김지윤 기자
  • 승인 2014.03.24 0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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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는 봄비가 내렸다. 미세먼지와 초강력 황사 등 기상 관련 뉴스가 탑으로 오를 만큼 뿌옇게 변해버린 서울 하늘에 그야말로 `봄비 같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봄의 의료계는 학술대회의 시기이기도 하다. 각 과와 분야별 전문의들이 춘계학술대회를 통해 의학적 최신지견을 공유하고, 전문가로서 꼭 업데이트해야 할 소견을 나누게 된다. 평소 진료실 안에서 환자 치료에 매진하던 의사들이, 봄의 기운 가운데 끊임없이 연구하는 모습은 우리나라 의료계의 학문적 건강함을 증명한다.

`호우지시절(好雨知時節)'이라는 말이 있다.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뜻으로 두보의 시 `춘야희우(春夜喜雨)'의 한 구절이다. 겨우내 추웠던 기억은 잠시 미뤄두고 다시금 싱그러운 봄꽃과 나무들이 한가득 피어나는 계절이 왔다. 이들을 피워내고 눈에 보이는 세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다름 아닌 `좋은 비'일 것이다.

각 과별 춘계학술대회야말로 시기적으로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다. 혼란스러운 의료계 상황 속에서도 늘 연구하는 의사들은, 시민 건강에 단비 같은 존재로서 그 중심을 지키고 있다.

또한 각종 학회에서는 연수강좌뿐만 아니라 시민건강강좌 등을 동시에 진행하며, 대중과의 의학지식 소통과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제공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특히 대한가정의학회는 오는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되는 학회의 슬로건을 `가정의학-국민과의 행복한 동행'으로 정하고 일차의료 정책과 발전방향에 대해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분야별 명의들이 시민을 대상으로 비만 예방법, 건강상담, 의료취약계층 주치의 맺기 등을 진행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 해의 기지개를 켜는 봄, 의료계는 이 계절의 물꼬를 춘계학회를 통해 힘차게 열고 있다.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미비함과 안팎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 속에서, 묵묵히 연구에 몰두하는 의사들의 노력이야말로 척박한 의료계에 내리는 `봄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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